<오늘의 질문> 방학은 왜 필요할까?

<오늘의 질문> 방학은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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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교들의 여름방학이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따라 조금씩 상황은 다르지만 대개 한 달 내외의 기간이 주어집니다. 같은 기간이라도 부모님과 아이들이 느끼는 바는 조금씩 다를 겁니다. '방학'이라는 개념 혹은 의미 자체를 생각하는 데 있어 어쩌면 극과 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부모가 된 후 제가 방학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지표 중 하나는 바로 학원에서 날아오는 광고 문자와 인근 학원 및 셔틀 버스에 부착된 '방학 특강' 안내입니다. 방학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학원들은 다양한 종류의 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내놓습니다. 학기 중 시간이 부족해 놓친 학습을 메우는 목적의 특강도 있고 선행 학습을 목적으로 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게 됐든 시간과 회수는 늘어난 프로그램 계획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학원 갈 시간이 엄청 많아졌으니까요.

방학을 앞둔 조카에게 "곧 방학하니 좋겠다"고 했더니 "학교는 안 가지만 학원 특강을 가야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그래도 좋아요. 방학 아닐 때는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야 하지만 방학에는 학원만 가면 되니까요"라고 합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비꼬는 말은 전혀 아니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은데 듣고 있던 저는 어떤 리액션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 어릴 때 놀고 또 놀던 방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몇 십 년이 지나 달라진 지금의 교육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부질 없는 일인가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방학인데 좀 놀아야지!'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래, 방학이라 시간 많으니까 공부 많이 해야지!'라고 할 수도 없고, '많이 놀고 공부도 많이 하라'는 영혼 없는 이상적인 말은 더더욱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비록 학원을 가야할지라도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 마음과 달리 부모님들은 방학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교육과 보육을 온전히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죠. 삼 세 세끼를 챙기는 지극히 기본적인 일은 그나마 낫습니다. '방학 기간이 마치 내 아이의 성적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거나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진다'는 식의 학원의 홍보 문구를 보면 돌덩이 하나가 가슴에 얹히는 것만 같죠. 아니, 이러한 사고가 사교육에서 만들어낸 방식일지 몰라도 이제는 실제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같은 생각을 합니다.

초등학생 1학년 아이를 둔 친구가 이번 여름 방학에 다니던 영어 학원을 잠시 쉬고 싶다고 했더니 주변 엄마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학원을 빼면 어떻게 해? 다른 아이들은 방학에 진도 엄청 뺄 텐데, 방학 끝나고 후회하지 말고 생각 잘 해."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당연히 불안감이 생겼겠지요. 소신대로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은 했다는데 여전히 걱정스럽다고 합니다. 주변 엄마들 말대로 지금 이 결정이 나중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초등학교 1학년 첫 여름방학이 '이렇게 중요한 시기'이니 앞으로 매년 매 여름과 겨울 방학은 '더 중요한 시기'가 되겠지요.

2019년 독일에서 아이가 참여했던 여름 방학 축구 캠프.

제가 몇 년 살았던 독일은 여름 방학이 무려 7주 이상입니다. 방학이 다가오면서 독일 부모님들도 똑같이 부담을 느낍니다. 그런데 고민의 결이 좀 달라요.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가, 무엇을 하고 놀 것인가, 어떤 체험을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독일 아이들에게 방학은 온전히 쉬면서 학교 다닐 때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게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일 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고, 도전해보고 싶었던 분야이기도 합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어떤 방학 캠프를 보낼까'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독일에도 방학 캠프가 종류별로 굉장히 많은데요, 학습을 위한 캠프가 아니라 체험과 놀이 위주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아침부터 시작해 늦은 오후까지 올 데이로 진행되는데 일주일 코스, 2주일 코스 등 기간도 다양합니다. 비용도 천차만별입니다. 시에서 비용을 거의 보조해 줘서 단돈 몇 유로만 내고 참가하는 캠프도 있고 일주일에 100유로 이상(아침, 점심 비용 포함)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했던 우리집 아이는 독일에서 4번의 여름을 보내는 동안 두 번의 여름 방학을 '축구 캠프'를 선택했는데,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종일 축구만 하면서 일주일을 보냈어요. 다양한 학교에 소속된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을 만나 일주일을 함께 보내다 보면 축구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새 친구를 사귀는 법,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법, 나날이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까지 그 일주일이 주는 배움은 부모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이번 여름 방학을 독일에서 보내는 동안 아이는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 중 한 친구는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캠프에 매일 참가하고 있더군요. 하루는 운동을 하고, 하루는 동물원에 가고, 하루는 호수 수영을 하러 가는 등 매일 다양한 방식의 체험과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교육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니 온전히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겁니다. 당장 저만 해도 다음 학기면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 친구가 방학 내내 '노는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진짜?"라는 솔직한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으니까요.

그래도 방학 계획을 세우면서 '공부가 우선' '학원 특강'이 우선이 되는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여전히 아이들에게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를 하더라도 자기 필요에 따라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래서 오늘의 질문은 '방학은 왜 필요할까?' 입니다. 아이가 방학 기간 동안 스스로 할 일, 해보고 싶은 일, 성취할 목표 등을 세워서 접근하고 실천할 수 있으려면 우선 '방학'이라는 기간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거든요.

다만 이 질문을 던지고 아이와 이야기할 때 부모님은 정답을 정해두고 하는 방식이라서는 안 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서로의 의견이 다른 지점이 있더라도 '최선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일 때 아이는 '스스로' 방학을 열심히 잘 보내게 될 겁니다. 학원 특강을 가더라도 마지 못해 가느냐,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가느냐는 천지 차이의 결과를 낸다는 것, 알고 계시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방학'의 한자어 뜻이 '배움을 놓는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놓는다' 보다는 '다른 배움'이 있는 기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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