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노동 현장'을 경험할 기회, 독일학교의 인턴십 제도 '프락티쿰'

제대로 '노동 현장'을 경험할 기회, 독일학교의 인턴십 제도 '프락티쿰'

독일 교육에는 있고 한국 교육에는 없는 것, 그 중 하나가 바로 직업 실습, 즉 '인턴십'입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제공하는 진로 탐색의 기회인 인턴십은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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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의 9학년 아들이 양식장에서 인턴십을 하며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독일 밖 나라에서 '독일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의 아들은 동물에 매우 관심이 많아 인턴십 회사로 양식장을 택했다는데, 수질 검사 하는 방법을 배우고 병든 물고기를 골라내는 일을 하는 등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배우며 보람찬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친구는 학교 밖 직업 현장 경험을 통해 자기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며 성장할 아들 생각에 더 없이 기쁜 마음을 드러냈어요.

올해 10학년인 또 다른 친구의 아이도 지난 1월 2주 간의 인턴십을 마쳤습니다. 우리집 아이의 학교 선배이기도 한 친구의 아이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서 '인턴십 수락' 연락을 받지 못해 학교가 주선한 회사에서 인턴십을 마쳤는데요, 결과적으로 알찬 경험을 했다며 만족했다고 해요. '뭐 얼마나 제대로 된 일을 배우겠어?'라고 생각했던 친구 역시 아들의 인턴십 기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냥 의무감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과정은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무엇보다 아이가 인턴십을 위해 자신의 희망 진로에 관련한 회사 리스트를 정리하고, 회사마다 일일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낸 그 자체로 인생에 큰 경험이 된 건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독일에서 학교를 다녔더라면 대부분의 기업이 '인턴십'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만큼 지금처럼 인턴 자리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겠지만, '고등학생 인턴'에 대해 생소하기만 한 한국 소재 기업들에 직접 문을 두드려본 것 자체가 힘들긴 했어도 귀한 경험이 됐을 거란 짐작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중고등학교 때 '학생 인턴십'이 의무?

독일학교에서는 9학년 또는 10학년 때 일정 기간 동안 인턴십 '프락티쿰'을 필수로 해야 합니다. 일종의 진로 탐색으로,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학교 대신 직업 현장으로 나가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통해 진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독일어로 '프락티쿰(Praktikum)'은 인턴십을 뜻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듯 취업을 앞둔 준비생이 직업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해보는 인턴십도 '프락티쿰'이고,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정해진 교육 과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직업 현장 실습 역시 '프락티쿰'이라고 부릅니다. 즉 프락티쿰이 청소년 인턴십만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며, 일반 인턴십과 구분하기 위해 'Schülerbetriebspraktikum, 학생 인턴십'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학생 인턴십은 일반 인턴십과 달리 '고용' 개념이 아닌 철저히 '교육' 및 '수업' 목적을 띤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인턴십 기간 동안 담임 교사가 현장을 방문해 학생과 회사 관리자를 면담하는 절차를 갖는 것도 '수업이자 교육'이기 때문이죠. 인턴십이 끝난 후 학생이 보고서를 작성해 학교에 제출하고, 경우에 따라 성적이 매겨지기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학생 인턴십은 보통 9~10학년 때 진행됩니다. 독일 각 주의 교육 정책에 따라 9학년 혹은 10학년 때 하거나, 또는 9학년과 10학년 때 모두 인턴십을 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기간 또한 2주가 보편적이지만 경우에 따라 4주까지 하는 곳도 있고요. 학교 유형과 상관없이 인턴십은 필수지만, 인문계인 '김나지움(Gymnasium)'인지, 실업계 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나 '하웁프트슐레(Hauptschule)'인지에 따라 인턴십을 거치는 학년과 기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업계 학교인 경우에는 재학 중 '프락티쿰'만이 아니라 졸업 후 '아우스빌둥'이라는, 보다 체계적인 산학협동 직업 교육을 받게 되지만,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김나지움 학생들에게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인턴십이 실질적으로 유일한 '직업 교육이자 수업' 기회입니다.)

학교 유형에 상관없이 인턴십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의 조건은 동일합니다. 먼저 하루 8시간 풀 타임으로, 일주일에 40시간을 근무해야 하며 그 어떤 급여도 받을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18세 미만의 학생은 인턴으로서 보수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인턴십에 참여하는 학생이 15세 미만이라면 독일 청소년 노동 보호법에 따라 하루 최대 7시간, 주당 35시간까지 근무가 허용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은 그냥 앉아만 있다가 오는 '무늬만' 인턴이 아니라 진짜 근로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생 인턴십의 목적이 직업 세계에 대한 실질적 경험이자 노동 현장 경험을 통한 '학습적 효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직업이나 분야가 근로자에게 어떠한 신체적, 정신적, 성격적인 부분을 요구하는지를 직접 경험을 통해 확인하고, 그걸 통해 자신이 과연 그 분야에 적합한 사람인지 '자기 평가'를 통해 진로 선택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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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소중함, 노동의 참된 의미 깨닫는 소중한 기회

직업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실질적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좋은 과정이지만, 앞서 친구의 아이가 그러했듯이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와 관련된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기 있는 회사는 일찌감치 마감이 되기도 하고, 또 이런저런 이유로 희망하는 곳에서 인턴십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어디서든' 반드시 해당 기간 동안 실습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턴십 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에는 보통 학교가 나서서 '매칭'을 해주는데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희망 진로와 무관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겁니다.

본인의 진로와 무관한 직종이라고 해서 인턴십 기간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직접 근로 경험이 아니고서는 노동 현장의 소중함, 일의 소중함을 깨닫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독일학교 학부모들을 보면 자녀들의 인턴십 후 해당 진로가 잘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일 자체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 노동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는 점에서 인턴십이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들도 많거든요.

필자 또한 처음 독일학교의 인턴십 제도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진로 탐색의 기회도 기회지만 직업 현장을 제대로 실전처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더없이 좋은 교육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한 번의 경험으로 진로 선택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기란 쉽지 않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현장에서 직접 깨달은 일의 소중함 노동의 참된 가치는 두고두고 오랫동안 삶에 영향을 끼칠 테니 말입니다.

우리와는 사회적 분위기도, 교육 시스템도 다르니 무턱대고 부러워할 일은 아니겠지만, 여러분은 '학생 인턴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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