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득의 3요소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중 가장 힘이 센 요소는 무엇일까
토론은 상대를 설득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 설득에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있어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그것인데요, 각각 어떤 방식이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얼마 전 중학생 친구들과 '구급차 유료화 찬반 토론'을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응급이 아닌데도 구급차를 부르는 등 남발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구급차 유료화 찬성'을 주장하는 A의 의견에 반박하며 '유료화 반대' 입장에 선 B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구급차 유료화 찬반'에 대해서는 조만간 <토론 실전>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제가 길을 걸어가다가 세게 넘어진 적이 있어요. 진짜 팔이 부러졌다고 느꼈을 정도로 통증이 너무 심해 눈물이 펑펑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 했는데도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어요. 고통이 너무 심한데 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 괜찮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때 저는 당연히 팔이 부러졌다고 생각했고, 만일 바로 택시를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구급차를 불렀을 거예요. A님이 주장하는 것처럼 구급차를 유료화 하면 환자가 위급한 상태인지 아닌지가 돈을 내는 판단 근거가 될 텐데, 환자 입장에서는 그걸 어떻게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처럼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막상 병원에 갔더니 아무렇지 않다고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그럼 구급차 비용을 내야 하는 건가요?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또 진짜 너무 통증이 심했더라도 진단 결과가 별 것 아니라고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을 텐데, 매번 환자가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 '내가 진짜 응급 상황이 맞는가?'를 고민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B의 발언에 크게 공감했어요. 각각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번갈아가며 토론하는 상황에서도 B의 경험은 여러 번 근거의 자료로 회자됐을 정도로 '유료화 반대'의 강력한 근거로 등장했죠. 우리의 토론은 심판의 판정이 필요한 경쟁 토론이 아니었기에 '아주 훌륭한 설득의 예'로 칭찬하고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넘어갔지만, 만일 같은 논제로 진행된 토론 대회였다고 가정하면 그날의 우승자는 고민할 것도 없이 B였습니다.

토론은 설득의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설득에는 여러 방식이 있어요.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식,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 그리고 한 가지 더 '발언자에 대한 신뢰성'을 통해 설득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 방식에 대해서는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인 <수사학>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인데요, 이 세 요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설득의 기본 원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로고스(Logos)_논리와 이성
로고스는 논리적인 근거와 이성적인 논증을 통해 청중을 설득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사실, 통계, 논리적 추론과 같은 객관적 증거들이 설득의 근거로 등장하는데요, 청중들이 발언자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느끼고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 파토스(Pathos)_감정과 공감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감성에 호소해 설득하는 방식입니다. 이야기, 비유, 강렬한 이미지 같은 것들이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청중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특정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합니다. 발언자와 청중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청중이 주장에 더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에토스(Ethos)_신뢰와 윤리
에토스는 발언자에 대한 신뢰성과 권위, 윤리성 등을 높여 설득하는 요소입니다. 발언자가 전문적이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며 인품과 인성이 훌륭하고 도덕적 성실성을 갖추었다는 등의 인상을 주어서 그의 말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방법입니다. 즉 발언자 자체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키고 신뢰도를 높여 주장에 더욱 설득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친구 관계에서는 무조건 솔직해야 한다'는 논제로 토론을 한다고 가정하고 찬성 입장에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적 설득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 요소 중 가장 '강력한 설득 요소'는 무엇일까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이 세 가지 요소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 보다 효과적인 설득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즉, 설득하고자 하는 상황, 청중의 특성 등에 따라 요소들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가령, 위에서 학생 B가 '구급차 유료화 반대'를 주장하며 제시하는 근거를 보면 파토스와 에토스적 방식을 조합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B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제시함으로써 청중들이 '누구에게나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겠구나' 하는 감정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냈고, 또한 '유료화 반대'에 대한 본인 주장이 얼마나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며 '신뢰감'을 더하는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토론을 할 때 '이것이 로고스', '이것이 파토스' 하는 식으로 구분 짓거나 개념을 염두에 두면서 진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논리적 설득, 감정적 설득, 그리고 발언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게 토론에서 중요한 설득 방식이라는 점을 기억하며 실전에서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 커버 이미지_©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 고대 그리스의 토론 광장을 이미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