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수포자'라는 표현 어떻게 생각해?

<오늘의 질문> '수포자'라는 표현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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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수많은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부모님들의 관심사는 단연 '어떻게 공부했을까?'일 겁니다.

수상 이후 직접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는 한국 언론에서 자신을 '수포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딱 잘라 "적절하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분의 멘트 중 몇 가지를 한 번 살펴볼까요.

-10대 때부터 수학적 사고를 하는 데 익숙한 편이었다.

-(고교 수학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어했고, 열심히 했고, 충분히 잘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 시절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붙였지만 게임 퍼즐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종류의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단어, 이를 테면 '수학적 사고', '재미', '게임 퍼즐', '논리적 사고력' 등에 눈길이 간 것과 동시에 "학창 시절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허준이 교수를 '학창 시절 수포자였다'고 소개한 배경이 바로 '과목으로서의 수학'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눈앞의 점수를 내야 하는 목적 때문에 재미보다는 결과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공부가 되다 보니, 수학을 좋아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성적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가 평가의 잣대가 되는 것입니다.

언론의 속성 상 '필즈상 수상'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이룬 그분의 스토리가 '학창 시절부터 줄곧 수학 과목 최상위에 전국 대회, 나아가 세계 대회를 휩쓸었다'가 아닌 '수학 성적과는 거리가 먼 수포자였다'는 게 훨씬 더 드라마틱한 요소라서 선택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언론의 선정성이라는 뿌리 깊은 문제는 차치하고,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수포자'의 기준을 무조건 '과목 성적'으로만 본다는 것입니다. 10대 때 그토록 즐겁게 수학을 했는데 성적 좀 안 나왔다고 '수포자' 라니요.

두 번째는 '수포자' 즉 '수학 포기자'라는 단어 자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비단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줄곧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심지어 선생님들도 '수포자'라는 표현을 마치 보편적 단어인 것처럼 발언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어째서 '포기'라는 말을 쉽게 갖다 붙이는 것일까, 못 마땅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외려 아이들이 그런 말이라도 할라치면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야"라는 아재개그 식으로라도 바로 잡아줘야 하는 게 어른들 몫 아닌가요.

수(학)포(기)자, 과(학)포(기)자, 영(어)포(기)자, 국(어)포(기)자, 물(리)포(기)자... 나아가 공(부)포(기)자, 학(업)포(기)자 라는 말까지 생겨나는 '절대적 공부 중심, 성적 중심' 세상이 안타까우면서도 우리 모두가 '포기'라는 말을 너무 일상화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의 마음이 듭니다.

우리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자녀에게 질문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아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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