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역사는 왜 배워야 할까?

<오늘의 질문> 역사는 왜 배워야 할까?

삼일절을 앞두고 역사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흘러간 역사는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그리고 미래의 우리를 위한 '교훈'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니까요.

anotherthinking

제 104주년 삼일절을 앞두고 거리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며 아이에게 삼일절이 어떤 날인지 물었습니다. 1919년, 일제 식민지, 독립 선언, 만세 운동과 같은 단어가 등장하며 설명이 이어집니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독일학교에 다니며 한국 역사를 교과로 배우지 않는 아이에게 우리 역사 교육을 좀 더 했어야 하는데, 라는 반성 모드가 추가됐습니다. 지금의 한국사 지식은 그러니까 유치원 시절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책으로 읽은 내용으로 버티는 수준이니, '삼일절이 뭔데?'라고 되묻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사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어른보다 훨씬 많이 아는 아이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 역사를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데에 서로 동의한 후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그거야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가 내놓은 답은 '어디서 배웠나' 싶을 정도로 선명합니다. 스스로 고민과 생각을 통해 얻은 결론인지 아니면 많은 학자,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터득하게 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역사를 중요하게 배우는 시기에 있는 아이가 '그 이유'를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이와 같은 나이었을 때 학교에서 '역사'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던 저는 어쩌다 드물게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인지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공부를 위한 공부, 시험을 위한 암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의미 부여를 하지 못한 채 오랜 세월 역사를 '과목'으로 접해온 것이죠. 어른이 되고 더 이상 과목으로서 역사를 배우지 않게 된 후 비로소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그때 기계적 배움이 아닌 의미를 깨닫고 배웠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삼일절을 앞두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백범김구기념관 앞 거리. 사진 크레딧_어나더씽킹랩

스페인 태생의 미국 철학자인 조지 산타야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과거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반복되는 실수를 피할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산타야나의 말처럼 역사를 배우지 않고 그래서 과거를 기억할 수 없다면 같은 상황, 실수, 잘못, 나아가 불행을 반복하게 되겠죠. (국가의 역사, 세계의 역사를 넘어 한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러니까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아이의 대답은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본질을 꿰뚫는 답이었던 건데, 한 편으로는 너무 스테레오 타입처럼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밖에 다른 이유는 없느냐고 재차 물었을 때 대답이 궁색해진 아이가 반문하더라고요.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자, 드디어 제가 '썰'을 풀 시간이 왔네요.

"엄마도 기본적으로는 네 의견에 완전 동의해. 그런데 그것 말고도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어. 우선 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역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각자 다른 존재지만 서로 다 연결되어 있잖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너무 멀고 본 적도 없지만 그분이 안 계셨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겠지. 역사적 사건으로 봐도 마찬가지일 거야. 생각해봐. 삼일 만세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나라 독립의 기초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일본의 식민 지배 기간이 더 길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현재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을까? 전체의 역사를 하나의 선이라고 생각해봐. 우리가 머무는 시간은 그 선 위의 아주 작고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지 않겠어? 그 긴 선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라는 사람도, 내가 사는 세상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겠지.
또 다른 이유는 역사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가치관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배우게 되는 것 같아. 최근에 안중근 의사에 대한 책을 읽고,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영화를 보면서 다시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많은 분들의 희생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거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역사 속 인물들만이 아니라 이름도 없고 어쩌면 아무도 기억 못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나도 한 인간으로서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돼. 생각해 봐. 지금 우리도 어떻게 보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살아가고 있는 거잖아."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아이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엄마, 내가 말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게 그런 걸 다 포함하는 거였어!"

잘 듣고 동감해주는 게 고마워서 인정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영화 '동주'의 포스터

여러분은 '역사는 왜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하실 건가요.

답이야 어찌 되었든, 삼일절을 기회 삼아 아이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역사의 진정한 의미'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늘 마음에 담아두고 살 수는 없지만 이런 날 만이라도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많은 이들을 기억해보는 것 또한 훌륭한 가치관 교육이 될 겁니다.

<삼일절은 일제 강점기였던 1919년 3월 1일, 일본 식민 지배에 대해 항거해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독립선언일로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입니다.

1910년 8월 29일, 일본 제국에 의해 대한 제국이 강제로 합병당하고 국권이 상실된 후 민중은 일제의 만행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독립에 대한 열망을 늘 가슴에 품고 살다가, 1919년 1월 21일 고종 황제의 사망을 기점으로 그 열망이 폭발하게 되지요. 고종 황제가 일본에 의해 독살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반일 분위기가 거세진 것입니다.

1919년 3월 1일, 손병희 등 민족 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 낭독으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은 이후 5월까지 이어지며 대규모 전국 만세 운동으로 확산되었고, 민주공화국 체제의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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