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시험은 왜 필요할까?

<오늘의 질문> 시험은 왜 필요할까?

6월 말 7월 초는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까지는 '공식적' 시험은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평생의 기간동안 마주해야 할 '시험'은 너무나 많습니다. 의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치르는 시험이 아닌, 스스로 발전하는 방향을 위한 시험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anotherthinking

대한민국은 현재 '시험' 중입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기말고사가 이제 막 끝난 학교도 있고 아직 '진행형'인 학교들도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흥미와 관심,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험'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압박과 긴장감은 모두에게 똑같습니다.

아무리 부담스럽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학생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필요성과 정당성을 깨닫고 시작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겁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외부의 압력이 아닌 내부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만 지속 가능하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


지난 4월 말 5월 초 중간고사를 끝낸 중학교 2학년 친구들에게 '공식적인' 첫 시험을 본 후기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단원 평가 등의 형태로 시험을 본 경험은 있지만, 중학교 1학년 자율 학년을 마칠 때까지 본격 시험을 치른 적은 없다 보니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중학교 2학년 첫 중간고사에 대한 걱정과 긴장감이 더 큰 것 같더라고요.

'시험이란 이런 것'을 겪고 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눈물을 흘렸다는 친구도 있었고, 학교의 시험 난이도에 문제 제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대답은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상황을 쿨하게 인정하는 한 친구의 태도였는데요, 그 학생의 경우 "기말고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으니 지금부터 천천히 잘 준비하려고 한다"는 아주 바람직한 다짐까지 하더라고요. 이번 기말고사가 끝난 뒤 다시 후기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마지막의 대답을 했던 친구는 결과에 상관없이 또 다시 '미래 지향적'인 소감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당시 각자 치른 중간고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래서 시험은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라는 논제로 수업과 별개의 짧은 번외 토론을 했었습니다. 앞으로 인생을 사는 동안 지속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될 아이들에게 한 번쯤 스스로 '시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의미를 정립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시험은 필요없다',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고 백 번 천 번 생각할 수 있지만, 대놓고 '시험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토론 논제로 마주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그 '차이'를 노린 질문이었습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예상했던 대로, 우리가 아는 정답에 가깝게 아이들은 모두 '시험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들을 펼쳐 놓았습니다. 자신의 학습 수준과 지식 등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겪을 시험에 대비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하다 등 스스로도 시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렇다면 초등학생들도 시험을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어떤 친구(위에서 기말고사를 위해 천천히 오래 준비하겠다고 했던 바로 그 학생입니다)는 "저는 초등학생 때 시험을 보지 않았지만, 미리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답까지 하더군요. 성적이 반영되지 않은 초등학교 시절에 오히려 시험이라는 형태에 노출되고 적응됐더라면 중학생이 된 후에 도움 되었을 것 같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요.

물론 그날의 질문에 답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100% 진짜 속내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대답은 대답이고 '그래도 시험은 너무 싫고 없어졌으면 좋겠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험을 극도로 싫어하고 시험 때마다 엄청난 긴장과 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 해도 시험이 가진 순기능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역으로 '시험이란 게 아예 없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아이들이 당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천국일 것 같지만 막상 생각하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게 되거든요.) 배운 것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 그리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라도 시험은 반드시 필요하죠.

물론 누군가는 시험을 통해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 좌절을 딛고 일어설 때 더 큰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오히려 줄곧 성취만 경험하는 것보다 한번의 실패를 발판 삼아 일어날 때 더 큰 성장을 하기도 하는 법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경험한 일인데요, 당시 비평준화 지역에 살았던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원하는 학교에 입학 원서를 쓰고 고등학교 입시를 치렀습니다. 대학 입학과 똑같은 시스템이라 만일 원서를 넣은 학교의 입학 점수 커트라인을 넘어서지 못하면 후기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시험에는 합격해서 희망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요, 중학교 3학년 졸업식 날 담임 선생님이 저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잘하는 친구들만 모여 있으니 성적이 잘 안 나올 수도 있을 거야. 반에서 중간만 해도 잘하는 거니까, 너무 스스로 괴로워하지 말고." 당시에는 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입학 후 1학년 첫 중간고사를 치른 후 바로 이해했습니다. 당시 우리 반 52명 중에서 24등이라는, 인생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숫자 앞에서 망연자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할 정도입니다.

다행인 것은 그때의 충격을 좌절이나 실패로 끝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시험을 통해 나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객관화 해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부지런히 세우게 하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돼주었죠. 짧은 텀으로 다시 치른 기말고사에서도 이렇다 할 등수 향상을 이뤄내지 못했지만 여름 방학을 '기회'로 삼기로 한 저는 사설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부족한 공부를 했고 결국 2학기 첫 중간고사에서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때 노력으로 일대의 '전환'을 이뤄낸 경험은 삶을 대하는 중요한 기본 원칙이 되었습니다. 한번의 시험이, 그때의 실패가 만들어낸 성적 그 이상의 성장인 거죠.

(물론, 아이들이 둘러싸인 심각한 경쟁 체제,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인 시험의 부정적인 면을 걱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을 성적 순으로 줄 세우기 위한 수단이 되고, 그래서 상대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가르치고, 친구 사이마저 '경쟁자'로 만들어버리는 시험은 성장과 발전은커녕 결과적으로 제 살과 영혼을 깎아 먹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험에 대한 '관점'은 대체로 부모님들의 역할이 중요하죠.)

이미지_픽사베이

시험 기간을 핑계로, 아이들과 시험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우리가 시험을 대하는 자세는 어때야 하고, 그 결과로부터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성적이 좋으면 좋은대로, 좋지 못하면 좋지 못한대로 아이를 격려하는 기회이자 또 아이 스스로 공부, 시험 준비 등에 대한 동기 부여를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겁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타인과의 등수 비교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목표를 둘 수 있도록 대화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입니다. 옆집 아이, 친한 친구와 비교하지 말고, 다음에는 이번에 받은 자신의 점수와 결과를 넘어서는 등 스스로 더 발전하는 것을 목표를 세운다면, 그야말로 '시험'이 갖는 바람직한 존재의 의미이자 동시에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아이의 마음을 보호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얼마 전 6학년 2학기 성적표(독일학교는 가을 학기제로 상반기가 2학기 과정입니다)를 받아온 우리집 아이는 성적표를 보며 스스로 '자기 평가'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기준은 오직 지난 날의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6학년 1학기 성적과 비교해 과목별로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5학년 때와 비교해 어떤 발전을 이뤄냈는지 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적표를 보면서 아이와 저는 그런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여름 방학 후 8월 말부터 시작하는 7학년에서는 부족한 과목을 어떻게 보완할 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공부 욕심이 없지 않은 아이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 생각의 중심이 늘 자신을 향해 있습니다. 토론이 일상화 된 관계인 아이와 제가 평소에 꾸준히 공부나 시험, 기타 다른 자기 계발의 방향과 의미 등에 대해 꾸준히 대화하고 그 고민을 나누어온 결과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질문이, 대화가, 토론이 아이의 가치관을 만들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게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시기에 가장 중요한 학습적인 부분에서 스스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죠?

시험 기간, 이 좋은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질문하고 대화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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