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선의의 경쟁이란 무엇일까?

<오늘의 질문> 선의의 경쟁이란 무엇일까?

스포츠인들의 아름다운 경쟁, 아시안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스포츠만이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너무나 많은 경쟁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독이 아니라 득이 되는 경쟁, 상처가 아닌 성장이 되는 좋은 경쟁이란 어떤 것일까요.

anotherthinking

어쩌다 보니 지난 8월부터 시작해 9월 초까지, 우리 집 아이는 많은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두 번의 코딩 대회(그 중 하나는 아직 진행 중이고요)와 챗GPT를 활용한 영어 스피치 대회, 그리고 합기도 무술 대회까지, 여태껏 이런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몰아치는 일정을 소화했지요.

중학교 1학년이 되도록 '대회'라는 공식 타이틀이 달린 경쟁에 참여해 본 경험은 작년에 친구와 함께 팀을 이루어 출전했던 '게임 개발 대회'가 전부였을 정도로 아이는 대회 경험이 없습니다. (아, 학교에서 선택권 없이 전 학년이 참가해야 하는 '매스 캥거루 수학 경시대회'는 제외하고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 1학기까지 독일에서 보내는 동안에는 환경 자체가 대회라는 것과 거리가 멀었고(독일에서 그 나이의 아이들은 무조건 '잘 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한국 학교에 다니지 않다 보니 주변에서 대회 관련해서 들리는 경험담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됐을 겁니다. 물론 그랬다 하더라도 제 소신에 따라 대회 참가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을 거라고 장담하지만요.


우리나라에는 초등생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대회가 정말 많다는 것을 최근 1~2년 사이에 느끼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참여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는데, 아이 성향에 따라서는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꽤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구나,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솔직히 예전의 저는 안 그래도 경쟁 사회에 살며 이런 저런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대회 참여라는 또 하나의 '자발적' 경쟁을 경험하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라서 아이에게 굳이 어떤 결과나 성과를 내기 위한 대회 참여를 권하지도 그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도 않는 편이긴 합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그런데도 왜 아이가 지난 한 달 여 동안 그렇게 많은 대회를 참여하게 됐는지 말할 차례네요.

아이에게는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절친이 있는데요, 그 친구가 크고 작은 대회에 자주 참여하는 편입니다. 친구가 다니고 있는 학교 자체가 다양한 교내 대회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고, 친구의 부모님도 대회가 주는 긍정적 경험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데다 친구 역시 대회를 준비하고 성과를 내는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여 간 친구는 다양한 대회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좋은 결과를 거두며 수상하는 기쁨을 얻었는데요, 그때마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 우리 집 아이는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었습니다.  

언젠가 "J는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아이의 표현에서 어떤 '경쟁의 마음'을 읽은 저는 그 후 아이와 인터뷰를 하면서 솔직한 마음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아이는 저에게 "나도 대회에 나가보고 싶어."라며 본인이 해 볼 만한 대회를 찾아 달라는 부탁까지 하더라고요. 대회 같은 것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고, 불필요한 경쟁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그럴 시간에 좋아하는 일 하고 즐겁게 자기 개발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왔던 저는 당시 아이의 말을 듣고 놀라는 한편 반성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나의 가치관이 그렇다 하더라도 성취욕이 있는 아이의 성향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너무 나의 생각을 고집하느라 기회조차 주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이었죠.

그런 배경을 깔고, 아이는 앞서 말한 각종 대회에 참여를 하게 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건의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었는데요, 어쩌다 보니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대회가 몰려 있어 정신 없는 기간을 보내긴 했습니다.

중등부 참가자가 적어 비교적 수월했던 합기도 대회를 제외하고 아이는 모두 수상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대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결과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해왔고, 일부 대회는 아이가 참여하기에 무리인 것도 있어서 '공부하는 셈'으로 해보자고 동의한 후 시작했지만, 솔직히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자극이 됐던 바로 그 친구와 함께 참가하는 대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친구만 수상을 하고 아이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가 더 크게 실망하거나 상처 받는 건 아닐까, 혹은 대회라는 특성 상 친구에게 심한 경쟁심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해서, 같은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할 당시 저는 아이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친구만 상을 받고 너는 탈락하게 되더라도 진심으로 네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Image by Stable Diffusion

결과적으로 친구만 상을 받는, 걱정했던 상황이 발생했지만 아이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엄마, 나는 내가 쓴 스피치 원고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내가 잘 했다고 생각해. 내년에 다시 도전할까?"라며 대견한 모습까지 보여주었죠. 사실 아이가 대회 준비를 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그 자체로 좋은 성장의 기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들뜬 마음으로 즐겁게 그러나 더 나은 원고를 쓰고 스피치를 잘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분명 스트레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스트레스와 부담을 이겨내는 것까지 포함해 이전의 자신보다 한 단계 나아가는 훌륭한 성취를 얻은 것이죠.

그래도 혹여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내가 있을까 싶어 대회 결과가 나온 이후 터 놓고 대화할 기회를 가졌어요.

"친구한테 진심으로 축하해준 건 진짜 그런 거지? 혹시 질투나 실망, 뭐 그런 감정도 있었어?"
"음, 질투는 아니지만 솔직히 실망한 건 있지. 나는 내 원고나 발표에 대해서 만족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괜찮아. 아주 재밌는 경험이었어. 그리고 J가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건 사실이잖아. 그것도 괜찮아. 나도 J보다 잘하는 게 있으니까. 우리는 그런 점이 좋은 것 같아. 서로 서로 잘하는 걸 보면서 더 잘하고 싶어지거든."

아이는 오래 전부터 그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물을 때마다 '우리는 선의의 경쟁 관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표현에 대해선 저도 또 친구의 부모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처음 만났을 때는 좋아하는 분야가 달랐던 아이들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받으면서 친구의 관심사까지 흡수하는 관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끼고 살았던 우리 집 아이의 영향으로 친구는 독서광이 되었고, 어릴 때부터 코딩을 잘했던 친구 영향으로 우리집 아이는 코딩에 푹 빠지게 됐거든요. 공부부터 취미, 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인 두 아이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선의의 경쟁자가 되며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으니 이렇게 바람직한 경쟁 관계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거북이가 경주에서 이긴 건 자신과의 경쟁에 집중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나더씽킹랩 via midjourney

그러나 사실, 제가 이번 대회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습니다. '선의의 경쟁'이란 반드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상대로 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나아지는 오늘의 나, 이번 대회를 경험하기 전보다 조금 더 발전한 '나'를 통해 깨닫는 기쁨과 보람이 진정한 승리라는 사실 말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어쩌면 거북이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거북이를 의식하면서 속도를 조절한 토끼와 달리, 토끼가 빠르건 말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엄마는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엄마도 그랬지만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일부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너에게 굳이 경험 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네가 대회 같은 데 나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좀 놀랐는데, 지나고 보니까 너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우리 아들이 많이 이전보다 더 성장한 것 같아서 엄마는 네가 상을 받은 것보다 훨씬 더 기뻐."

주변에 보면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경쟁을 느끼는 관계가 돼 고민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무언가에 뛰어난 친한 친구를 보며 혹 아이가 좌절하거나 스스로 열등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럴 땐 아이가 친구와의 비교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장점이 있고, 잘하는 것도 다르니까요. 물론 부모님들 또한 비교는 금물, 우리 아이가 어제보다 오늘 얼마나 더 자랐는지, 1년 전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아이에게 중심을 두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고요.

때마침,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죠. 선수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그간 자기 자신과의 경쟁,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갈고 닦은 것을 펼치는 스포츠 경기야 말로 '아름다운 경쟁'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결과에 승복하며, 상대에게 예의를 다하는 이른바 '스포츠맨십' 역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선의의 경쟁'의 대표적 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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