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노인'(늙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오늘의 질문> '노인'(늙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해가 바뀌고 모두 공평하게 한 살을 또 추가했습니다. (올해 만 나이 적용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해가 바뀌면 또 한 살 늘었구나, 란 생각은 여전한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 젊은 세대와 중장년, 그리고 노년층이 느끼는 '나이 듦'에 대한 감정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려 법적 노인 기준 상향에 대한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등 '노인의 기준' 문제가 뜨거운 논쟁 거리입니다. 아이들은 '노인' 그리고 '늙음'에 대해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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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 프로그램인 '유퀴즈'에 배우 김혜자 님이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인생의 지혜와 깊이가 녹아 있었지만 가장 묵직하게 다가온 멘트는 '나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슬픔은 아니지만 뭔가 슬프다고, 어떤 때 새벽에 일찍 눈을 떠 뿌연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언젠가는 이런 거를 못 보고 떠나겠지'라는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덤덤하게 말하던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아직 그 나이대가 느낄 만한 '나이'에 대한 감정을 저 같은 40대는 짐작도 못하겠지만, '뭔가 슬프다'고 그저 추상적인 슬픔을 내뱉었을 때 저는 부모님을 떠올렸습니다. 언젠가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혹은 생신을 맞이할 때마다 '나이 먹는 게 지겹다'고 습관처럼 말씀하시는 엄마와 건강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내가 앞으로 살아야 얼마나 살겠느냐'는 말을 달고 살던 아빠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실은, 아직 젊은 저는 그 말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나이 듦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생각을 한 때문이기도 하고, '요즘 같은 장수 시대에 숫자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하며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나이 듦을 괜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저도 몇 년만 있으면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한 해 한 해 나이에 대한 감각이 달라집니다. 재밌는 건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란 겁니다. 아이가 자라고 조금씩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이 듦이 주는 다양한 장면의 변화를 생각하게 된 겁니다. 당장 몇 년만 있으면 아이는 대학에 진학할 테고, 함께 살든 살지 않게 되든 상관없이 아이는 온전한 자기 세상을 갖는 성인이 돼 부모로부터 완벽하게 독립적인 존재가 되겠죠. 그땐 모든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를 제 자신에게 쏟을 수 있게 되겠지만 그때 느끼게 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지금의 저는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부모님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확실한 점 하나는 지금보다 더 노쇠해질 것이란 사실이죠.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은 길을 가는 노인의 등만 봐도 왜 그렇게 쓸쓸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젊은 날 별 것 아닌 문제로도 부모님과 다투고 날을 세우기도 했던 철없던 지난 날들이 후회되기도 하고 모든 게 한없이 측은하게만 느껴집니다. 저 또한 부모님 나이가 되어보아야만 정확히 그때에 느끼는 '나이 듦'의 감정을 이해하게 될 테지만, 내 아이가 자라는 것만큼 부모님이 우리와 함께 할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앞에 이유 없이 슬픔이 터져 나오곤 합니다.

나이 앞에 종종 감성적이 되다 보니 아이하고도 나이 듦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가 많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저는 늙어가는 것에 대해 토로하고, 아이는 '엄마는 늙지 않았다'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지적하는 식입니다. 어느 날은 심지어 "요즘은 120살까지 사는 시대인데, 거기 비하면 엄마는 아직 반도 살지 않은 '애기' 수준"이라며 저를 나무라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당신들의 나이 듦을 한탄하실 때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거든요. 자식에게 부모의 늙어감은 아픈 부분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얼마 전에는 나이에 대한 감성적 대화를 벗어나 논리적인 토론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아침 등교길 라디오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 뉴스로 대화하다가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임 승차'로 화제가 옮겨갔지요. 아닌 게 아니라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배경에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주는 대중교통 무임 승차 혜택으로 인한 적자 상황이 깔려 있으니까요.

무임 승차 혜택을 유지할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에 대한 찬반을 넘어 사회적으로 법적 노인의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65세 기준은 40여 년 전에 세워진 것이고,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죠. 저는 아이의 생각이 궁금했어요. 평소 저에게 하던 언행으로 봐서는 65세를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뻔했지만 뉴스를 핑계 삼아 한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죠.

아이는 예상대로 65세는 노인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양쪽 할머니 할아버지 등을 사례로 들면서(70대와 80대인 네 분 모두 건강하십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다 같은 노인도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고요. 다만 65세 이상에게 주던 지하철 무임 승차 혜택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어요. 갑자기 혜택을 없애면 반발이 심하고 혼란이 올 것이라는 이유와 함께 그 나이 즈음이면 대체로 은퇴한 이후인데 교통비 부담 없이 어디든 갈 수 있어야 우울증도 없을 것이란 현실적 얘기도 하더군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에게 '노인의 기준'이라는 어휘를 들이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늙음'과 '젊음'으로 바꾸어 질문하면 빠르게 이해할 거예요. 물리적인 나이는 어리지만 젊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70세 이상의 어른들 중에도 '너무 젊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학년이 올라가는 정도,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노인'의 기준에 대해 '늙음'과 '젊음'의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할지 정말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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