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학교는 왜 가야 할까?

<오늘의 질문> 학교는 왜 가야 할까?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했거나 앞두고 있습니다. 1학기 지나면 2학기, 1학년 지나면 2학년, 습관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닌 자기주도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의 질문을 통해 아이가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anotherthinking
"아들, 요새 유치원 다니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 즐겁게 유치원에 다니면 좋겠어."

아침 출근 시간대에 방송되는 모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습니다. 청취자들이 직접 참여해 퀴즈 대결을 하는 코너에 출연한 한 남성 청취자는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DJ의 요청에 위와 같은 멘트를 남겼습니다. '유치원'에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문장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헛'하는 반응이 튀어 나왔습니다. 어쩐지 그 조합이 어색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DJ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질문합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무슨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남성 청취자가 대답하기를,  

"지금 일곱 살인데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치원에서 공부할 게 많아서 좀 힘든가 봐요."

유치원에서 7세 반이 되면 그 전까지와는 달라지는 게 보편적이긴 합니다. 유치원마다 정도는 달라도 '학교 갈 준비'에 맞춰 학습도 많아지고 태도나 습관 교육도 이뤄집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미리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선행 학습'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입학과 함께 갑자기 달라지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유치원 교육에서 학교 교육으로 무리 없이 옮겨가기 위한 정도의 학습과 태도 교육 등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유치원 교육을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그 얘기를 듣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청취자의 아이가 어느 날 "그런데 학교를 왜 꼭 가야 해?"라고 물으면 부모는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어린이집-유치원-학교로 이어지는 이 코스를 우리는 당연히 여기고 받아들입니다.

우리집 아이가 어릴 때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친구 동생들 중에 기관에 가는 아이가 있고 안 가는 아이도 있었는데 그 차이를 궁금해 했어요. 누구는 왜 유치원에 다니고 누구는 다니지 않는 것인지 물어봤었죠. 그때 정확히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대략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데 부모님이 모두 회사에 가야 하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으니 어린이집에 간다, 부모님이 집에 있어도 어린이집에 친구도 많고 더 재밌으니까 가는 경우도 있다' 정도의 현실적인 답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인 말이 있는데, 제가 아직도 아이의 그 질문 상황을 기억하는 이유가 바로 그 다음 답변 때문입니다.

"엄마는 어릴 때 유치원에 안 다녔어. 한 세 군데 쯤 며칠 씩 다녀보긴 했는데 재미도 없었고 가기가 싫었어. 할머니한테 안 간다고 떼를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그 후로 엄마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집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랬지. 할머니가 한글이랑 숫자를 가르쳐줬던 기억이 나."

개인적 경험으로는 '유치원은 꼭 가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커왔는데, 저 역시도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코스를 당연하게 여기 고 있다는 자각을 그때 하게 됐지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치원을 왜 가야 해?' 라거나 '학교를 왜 꼭 가야 해?'라는 질문 자체를 품지 않고 삽니다. 의무 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아직 의무 교육 지정이 되지 않은 유치원도 우리는 '꼭' 가야 하는 기관으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반드시 학교에 갈 필요는 없다'거나 제도권 교육을 반대하는 일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홈스쿨링을 시키기도 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아이들 교육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니 혹여 아이가 '학교를 왜 가야 하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당혹감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어쩌면 그 자체로 '반항의 징표'처럼 느껴져 가슴이 철렁 할 수도 있겠고요. 그럴 때 대부분 부모님의 반응은 아이의 생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서둘러 수습하거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식으로 아예 차단해버리는 방식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학교의 필요성은 '학교' 그 자체가 아닌 '교육'과 '배움'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위에서 얘기한 스트레스 받는 유치원 아이의 사례를 들은 후 스스로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학교는 왜 가야 할까?"  

그 질문에 꼬리를 이어 오래 전 읽었던 <수상한 학교>(존 테일러 개토 지음)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뉴욕에서 30년간 공립학교 교사를 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끊임없이 학교 시스템과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 획일화 된 교육 방식을 비판해온 저자가 쓴 그 책은 '우리에게 정말 학교가 필요할까'라고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책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도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신화가 등장하고 두려움마저 엄습할 정도로 학교라는 시스템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돼 있어 읽는 내내 중간 중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정말 큰 깨달음을 얻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틀림 없습니다.

“학교 교육(schooling)과 교육(education)을 따로따로 나누어 놓고 보면 유용한 차이점이 보인다. 학교 교육은 습관과 태도 훈련의 문제이며, 외부에서 안으로 일어난다. 교육은 먼저 자아숙달, 그 뒤 자아확장으로 이어지는 문제이며, 인간의 정신이 이룰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탐구와 이해의 영역으로 나아갈 때 자아초월로까지 확장된다.”

-<수상한 학교> 제 3장 '참교육은 자신과 가족으로부터' 중

바로 학교와 교육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즉 책 속에 나오는 표현처럼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말이 교육 받지 못했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학교는 하드웨어입니다. 교육은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이고요. 모두가 다 같이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다 같은 소프트웨어 습득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죠. 반대로 그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학교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쩌면 개개인에게 더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진짜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학교 밖에 존재할 수도 있고요.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학교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학교에 왜 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하고 싶습니다. 학교가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라는 말,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말, 성숙한 인격체를 기르는 곳이라는 말도 틀린 건 아닌데 그건 '학교'가 아니라 '교육'에서 찾아지는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학교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는 학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교육'과 '배움' 그리고 '경험'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이제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학교(교육)는 학교에도 있고 학교 밖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교육'이지 '학교'가 아니고,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 역시 바로 이 '교육'에서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주, 그리고 이번 주 대부분의 학교들이 개학을 하고 2학기 과정을 시작합니다. 습관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한 번 쯤은 학교가 왜 필요한지,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에게 묻고 대화하는 것도 학교 생활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학교에 가는 이유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것들(학습이든 관계든 인격 성숙이든)로부터 자신을 채워나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때문에 스스로 주도하지 않으면 결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가 깨달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유치원에 가는 아이,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도 수준을 낮추되 똑같이 적용해볼 수 있는 질문과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가야 하니까, 남들이 다 하는 일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라 그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는 25일, 오는 목요일에 개학인데요, 그 날 아침 학교에 가는 차 안에서 먼저 질문을 던져 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어떤 답을 할지, 어떤 대화가 오갈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의 질문> : 학교는 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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