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기술의 발전은 '환경 빌런'일까, 구세주일까? (+지구의 날)

<오늘의 질문> 기술의 발전은 '환경 빌런'일까, 구세주일까? (+지구의 날)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올해 주제는 '지구 대 플라스틱'이지만, 기술 발전과 환경 문제의 연관성을 생각해보는 질문을 제시합니다. 수많은 기술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우리가 기술의 양면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anotherthinking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1970년 민간에서 시작된 '세계 지구의 날'은 올해로 54번째를 맞았습니다. 올해 주제는 '지구 대 플라스틱'인데요, 주제에 걸맞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관련 퍼포먼스와 이벤트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구의 날 밤 8시부터 시행되는 '10분 간 소등하기' 같은 전 국민이 동참하는 행사며 산업계 전반에서 지구의 날을 기념한 각종 이벤트와 캠페인도 활발하게 이뤄졌고요. 매일매일이 '지구의 날' 같다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질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렇다면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란 짐작에, 단 하루라도 고민하고 실천하고 다짐하는 시간이 주어졌음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술은 어떻게 지구를 위험에 빠뜨렸을까?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이지만 필자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른 바,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구할 수도 있는 '기술의 양면성'에 관한 것이죠.

대표적으로 기술과 지구 위기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운명의 날 시계'가 있습니다.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제작된 것인데요, 지구 최후의 날을 자정으로 가정하고 그때까지 얼마 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추측합니다. 초기에는 자정까지 7분 남은 것으로 상정됐지만 계속해서 시곗바늘은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죠. 심지어 지난 1월 23일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AS)는 운명의 날 시계가 자정까지 단 90초밖에 남지 않았다고 충격적인 발표했습니다.

운명의 날 시계가 거의 자정에 가까워진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불거진 핵전쟁 가능성,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 증가에 따른 기후 위기와 그로 인한 역대급 폭염, 유전 공학 기술의 고도화와 생성형 AI 기술의 발달로 인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쉬워졌다는 점 등이 꼽힙니다.

직접적으로 기술로 인한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사실 인간이 초래한 지구의 위기 그 중심에는 기술의 발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볼까요.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개발, 도로 위에 넘치는 자동차, 우리에게 일상의 편리함을 선사해준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기술 발전의 산물이고 끊임없이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죠.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를 만들어낸 모든 것들은 기술과 연관이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술이 어떻게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었는지 살펴볼까요.

  • 산업 발전이 불러온 오염 : 화학 공장, 발전소 등 산업 시설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물질과 중금속, 유기 화학 등 수질 오염 물질 등이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 이는 대기 질의 저하, 산성비 문제, 물의 생태계 파괴 등을 일으킵니다.
  • 자원 고갈 : 기술 발전과 산업화로 인한 자원의 과도한 사용은 자원 고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원 고갈은 물론 채굴 지역의 환경 파괴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 각종 전자 폐기물 : 전자 제품의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소비, 또는 전자 제품의 교체로 인한 소비 증가 등으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은 처리도 어렵고 환경에 유해한 화학 물질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 플라스틱 오염 : 합성 플라스틱의 대량 생산과 소비는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생태계 및 동식물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미세 플라스틱의 형태로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 에너지 소비의 증가 : 기술 발전은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특히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 생산은 온실 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기후 변화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여기까지가 기존 산업과 기술 발전으로 인한 환경 문제라면, 지금은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가세했습니다. AI 기술과 기후 위기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AI는 수많은 반도체 서버에 의존하는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센터 내 서버는 가동 시 엄청난 열을 발생시켜 열을 낮추기 위한 냉각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깨끗한 담수만을 써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작동시키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안타깝게도 정확한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챗GPT의 경우, 질문과 답을 25~50개 정도 주고 받는 데 물 500ml가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 GPT3를 훈련하는 데에는 70만 리터의 물을 쓴 것으로 집계된다는 결과도 있는데, 이는 BMW 자동차 370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과 같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빅테크 기업들이 내부 기밀 노출 우려와 지역 여론 등을 의식해 물 소비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AI가 이상기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AI 기술에는 엄청난 양의 전기도 투입됩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GPT3가 학습하는 데에는 미국 120가구의 1년 전기 사용량이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미국 자동차 110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규모라고 해요. (참고 자료_챗GPT와 대화 한 번 나누는 데 냉각수 500ml 소요... 진짜 '기후 빌런' AI산업)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지구를 구하는 것도 기술?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발전을 '환경 빌런'으로만 볼 수 없는 까닭은 환경 문제,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해낼 방법 역시 기술이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인간의 노력 만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과학 기술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염 제거 기술,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에너지, 지속 가능한 농업 방법,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개발 등은 지구의 자원을 보존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지구 공학과 같은 새로운 접근법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 공학(Geoengineering)이란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과학적 기술들을 말합니다. 어나더씽킹랩에서 다룬 적 있는 '구름에 소금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기술' 등이 대표적인 지구 공학 사례라 할 수 있죠.

지구 공학을 통한 기후 위기 조작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태양 복사 관리 : 이 방법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일부를 반사시켜 기후를 조절하려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에 미세한 반사성 입자를 분사하여 태양 빛을 우주로 반사시키거나, 구름의 반사력을 높이는 기술이 이에 속합니다. 이 방법은 지구 온도 상승을 빠르게 억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후 시스템에 예측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근본적인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2. 이산화탄소 제거 : 이 방법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거나 지구의 자연 흡수 능력을 증가시키려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바이오차 생산, 대규모 식림 활동, 토양 관리 기법, 직접 공기 포집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탄소 순환을 통해 기후 변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 하지만, 대규모로 적용할 때 필요한 비용과 기술적 도전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됩니다.

사실 지구 공학은 이제 연구 단계인 것도 있지만, 잠재적 효과와 위험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수많은 논쟁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기후 위기에 개입해 조절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윤리적 문제부터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과 부작용이 따를 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이 지구 공학이 처한 현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꾸준히 연구될 분야인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 공학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개발로부터 멀어지기 어렵습니다. 그 속도와 진화 정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면 가속화됐지 결코 후퇴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과제는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겁니다.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지속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 새로운 기술이 사용되기 전에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철저히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규제하는 일, 기술 개발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책임 있는 사용을 장려하는 일, 사람들이 기술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인식을 높이는 것 등이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은 아닐까요?

<오늘의 질문> 기술의 발전은 '환경 빌런'일까, 구세주일까?  

커버 이미지_©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 기술의 양면성을 이미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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