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왜 안될까?

<오늘의 질문>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왜 안될까?

대부분의 아이들이 먹이를 주어 비둘기 떼를 불러 모으는 상황을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오래 전 법률 개정을 하는 등 집비둘기 관리 대책을 내놓은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들도 먹기 주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시행 중입니다.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 무엇이 문제일까요? 꼭 금지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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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 다큐멘터리에서 카나리아 제도를 소개해주고 있기에 흥미롭게 보고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카나리아 제도 여행을 할 당시 방문해보지 못했던 지역이라 더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도마뱀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가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동남아 국가를 방문했을 때 호텔 곳곳에서 도마뱀을 발견했던 적은 있었지만 코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다가서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죠.

촬영 중이던 제작진 눈에도 이상했던 모양인지 가이드에게 "도마뱀이 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겁니까?"하고 묻습니다. 가이드 대답은 이랬습니다. 관광객들이 와서 먹이를 주니까 그렇다고,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해도 먹이를 준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먹이 사슬에 문제가 생기고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어서 그러면 안 된다는 당부도 덧붙입니다. 그 장면을 보며 '이제는 도마뱀한테까지 먹이를 주는구나' 생각하다가 당연한 수순으로 비둘기를 떠올렸습니다.

얼마 전 동네 우체국 앞에 새로 붙은 공지를 본 기억도 났습니다. "제발 비둘기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라고 써 붙인 것을 보고 '여기도 비둘기 떼가 모여들어 골치가 좀 아픈가 보다'하고 넘어갔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문장 하나가 추가돼 있는 걸 봤습니다. "비둘기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자생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다짜고짜 먹이 주지 말라는 한 문장이 신경질적으로 읽혔던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부연 설명이 붙어 '친절해진' 안내문을 보다가 '누군가 지적이라도 했던 것일까' 싶어 살짝 웃음이 났지요.

돌아와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묻습니다.

"그런데 진짜 많이 주지 않고 딱 하나만 주는 것도 안 돼?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비둘기는 어떡해?"

제가 겪은 상황 하나, 그에 대한 아이의 질문 하나가 많은 이야기의 시작이 됐습니다. 저 역시 다큐멘터리 속 가이드가 말했던 것처럼 막연히 '먹이 주기'가 '먹이 사슬의 붕괴, 생태계 파괴'를 야기 시킨다는 정도로 문제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 질문을 받고 찾아보니 훨씬 디테일 한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야생이 아닌 집비둘기는 2009년 이미 우리나라에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됐으며 대상은 "일부 지역에 서식 밀도가 너무 높아 분변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 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라는 것.

-이후 비둘기에게 먹기 주는 행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려는 지자체들의 시도가 있기도 했으나 환경 및 동물 보호 단체 등의 반대로 아직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다는 것.

-하지만 법령에 따라 만일 주민들의 피해 수준이 심각하다면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고 생명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포획할 수 있다는 것.

-집비둘기는 번식력이 강하고 성장 속도가 빨라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이유가 바로 인간이 제공하는 풍부한 먹이 때문이라는 것. 한번에 많은 양의 먹이를 먹어 치우고 나머지 시간을 번식에 할애하기 때문.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홍콩 등 다른 나라들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관리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  

사실 저는 일명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를 무서워 합니다. 오래 전 한강 공원에서 누군가 뿌려준 먹이 때문에 갑자기 비둘기 떼가 저에게 달려든 경험을 한 후로 공포감을 갖게 됐죠. 갑자기 많은 비둘기 떼에 둘러싸인 자체가 공포였지만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실제로 뚱뚱해진 닭둘기가 공격성이 강하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비둘기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집비둘기 관리가 시급하다는 사회적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으론 비둘기들도 어느 정도 억울하긴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화의 상징이니 어쩌고 할 땐 언제고, 결국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인간인데 결국 또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유해동물로 지정하고 먹이 주기를 금하고 포획하는 등의 강력 조치를 내놓고 있으니까요. 거슬리니까 무조건 없애고 보자는 식의 '어른들의 태도'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생태계 구축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과 비둘기 모두를 위한 길일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 아이의 질문처럼 이제 먹이를 스스로 구할 능력을 잃어버린 비둘기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은 대체로 비둘기를 좋아하죠. 비둘기 자체를 특별히 좋아하기 보다 먹이를 주었을 때 비둘기 떼가 몰려오는 그 장면을 보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무턱대고 먹이를 뿌려 준다거나 반대로 먹이를 주는 행위는 절대 안된다며 강하게 저지하는 태도로 아이를 실망 시키기 보다는 이에 대해 아이에게 질문하고 아이의 생각도 들어보고, 그에 대해 각자 의견도 나누어 보고, 또 비둘기와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비둘기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아마 대부분 아이들이 흥미로워 하면서 눈을 반짝반짝 할 겁니다. 현실적인 시각을 가진 어른들과 달리 나름의 비둘기 옹호론을 펼칠지도 몰라요. 그런 생각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질문을 다시 봐주세요. '안된다'는 단정이 아니라 '왜 안될까?'입니다. 어른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묻고 들어주세요. 물론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어째서 비둘기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인지, 건강한 생태계란 어떠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 내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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