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오늘의 질문>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세기의 논쟁>이라 불리는 난제 중의 난제지만 '달걀'은 아이들과 가장 친숙한 식재료이자 밥상머리 대화의 주제로 올리기 좋은 재료이기도 합니다. 연령 불문,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동원하고 과학적 지식으로 확장도 가능한 질문을 식탁 위에 올려보시면 어떨까요.

anotherthinking

'한 줄 토론'에서는 주로 (이를테면) '밥상머리 '등에서 가볍게 다뤄볼 만한 짧은 토론 주제를 제공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의 질문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맞습니다. '세기의 난제'라 불리고 과학자들조차도 각자의 철벽 같은 논리를 들이대며 팽팽하게 찬반 대립 중인 질문이 바로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입니다. 이 질문을 '한 줄 토론'으로 제시하다니! 하지만 그럴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그 맨 처음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따지고 들 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비유를 들이댈 만큼 정말 답을 알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언뜻 생각해 보더라도 닭은 이전에 달걀이었고 그 달걀은 닭이 낳았고 다시 그 닭은 달걀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 끊임없이 순환의 고리를 따라가 봐도 헷갈리기만 합니다. 동그란 원을 그려 놓고 그 첫 지점을 어디로 정하든 돌고 돌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뿐이니까요. 그래서 더 재밌기도 하죠.

닭과 달걀의 순서를 밝히려는 약간은 무모한 주제를 던지는 첫 번째 이유는 짧은 토론을 하기에 최적의 상황 즉 '밥상머리'에서 꺼내기 아주 적절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엄마표 토론>에 난색을 표하는 많은 엄마들이 '엄마표 토론을 할 수 없는 이유'로 가장 흔하게 내미는 이유가 바로 시간적 제약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몇 번은 아이랑 같이 밥은 먹지 않나요. 그 시간마저 너무 고단해서 입 꾹 다물고 오로지 밥 먹는 데만 집중한다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지만, 밥상머리에서 무슨 대화라도 오간다면, 어떤 대화라도 해보려고 노력한다면 이때가 바로 '한 줄 토론'을 하기에 딱 좋습니다.

달걀은 밥상에 가장 많이 자주 오르는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식사 준비를 하던 중 달걀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다가 "아 그런데 말이야, 닭이 먼저였을까, 아니면 달걀이 먼저였을까? 궁금하지 않니?" 하고 '엄마도 궁금하다는 듯' 툭 던져볼 수도 있고, 식탁 위에 올라온 달걀 말이나 달걀찜 등을 먹다가 "음, 갑자기 궁금하네? 닭이 먼저였을까, 닭이 먼저였을까? 넌 어떤 것 같아?" 라고 질문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밥 먹는 상황 자체와 연관된 내용이니, 관련도 없는 이야기를 난데없이 꺼내서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죠.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달걀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달걀은 밥상에 가장 많이, 자주 오르는 식재료입니다.

두 번째, 아이의 호기심을 건드리기에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엄마 질문을 듣고 나면 아이는 아마 닭이나 달걀 둘 중의 하나를 쉽게 답할 겁니다. 그때 엄마는 다시 생각 근육을 자극해야죠. '닭'이라고 답한 아이에게는 "그런데 그 닭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가 자란 건데?"라고 물음표를 던지고, '달걀'이라고 답한 아이에게는 "그 달걀은 누가 낳았을까?"라고 자극을 주는 겁니다. 이때부터 아이의 머릿속은 끊임없는 물음표와 생각들이 번져 나가기 시작할 거예요. 왜냐, 신기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닭과 달걀이 원을 그리면서 빙빙 도는 것만 같은데 분명 '시작'이 있긴 있었을 테니까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 난제 앞에서 아이가 생각하기를 귀찮아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진짜 뭘까? 닭인가? 달걀인가?' 하고 호기심을 품어보는 그 자체 만으로도 이미 미세한 생각 근육을 키운 셈입니다.

세 번째, 아이 연령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한 주제입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동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얼마든지 창의적인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문제기도 하고, 과학적 사고가 가능하다면 근거를 찾아가며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닭과 달걀의 순서'를 따지는 이 문제는 앞서 말한 대로 지극히 과학적인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생명의 근원을 따지는 생명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기도 하고, 한 편으론 우주의 기원 즉 원자니 양성자니 전자니 하는 등의 물리학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유아기 어린이들과 이 질문을 논할 때는 달걀->병아리->닭->(다시)달걀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에 대해서만 깨닫고 이야기할 수 있어도 성공적입니다. 이후 아이는 사람은 물론, 다른 생명체를 생각할 때도 같은 이치를 떠올리며 생명이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탐구심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로 대화할 수 있는 아이라면 토론은 더 즐겁죠. 학계에도 '닭'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고 '달걀'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대략적으로 그 근거를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달걀이 먼저다> :

인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닭은 태초부터 있던 동물은 아닙니다. 어느 시점에서 다른 동물이 변이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닭이라는 종이 생겨났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최초에 '닭'이 있었던 게 아니라 어떤 '알(달걀)'로부터 태어나 자라 닭이 되었고 그 닭이 다시 달걀을 낳으면서'닭'이라는 생명체가 지구상에 자리를 잡았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달걀'이 먼저인 것이죠. (DNA의 복제, 조합 등을 근거로 들며 이 복제의 과정을 거치며 닭의 특징을 가진 염기서열이 만들어졌으며 이 염기서열을 가진 달걀에서 태어난 병아리가 닭이 된 것이라는 물리학적 설명으로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닭이 먼저다> :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껍데기로 돼 있는데, 달걀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OV-17 단백질은 오직 닭의 난소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증거로 내밉니다. 이 단백질이 없으면 달걀 껍데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닭이 먼저라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닭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달걀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죠.

자, 이렇게 설명한다고 해도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달걀'이 먼저라는 주장의 근거를 보면 닭의 DNA를 가진 '어떤 알'을 시작으로 보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알은 닭이 낳지 않았으므로 달걀이 아니라는 반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꼭 닭이 낳아야 달걀인 것이냐는 반론도 할 수 있죠. '어떤 알'에서 닭이 나왔다면 그것이 '달걀'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집 아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봤더니 잠깐 고민하더니 '달걀'이라고 답했습니다. 역시 제가 물었죠. "그 달걀은 닭이 낳은 거 아니야?"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구가 생겨났을 때 처음부터 닭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 사람도 처음부터 사람이었던 게 아니잖아. 닭이 된 알도 다른 동물의 알에서 진화한 것일 수도 있어. 그게 공룡 알이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알에서 태어난 왕도 있잖아. 알이 생명의 시작이라는 거지."

마지막 문장에서는 의아했지만 그건 아이의 상상력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만일 공룡에서 나온 알이 닭이 됐다면 그걸 공룡 알일까, 달걀일까?"라고 다시 물으니 아이가 말합니다. 공룡 알이기도 하고 달걀이기도 하다고. 그 말이 또 맞기도 해서 더는 반박을 못했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지만 질문들, 그리고 가능성을 남긴 채 우리의 짧은 토론은 끝이 났지요.

달걀 반찬 하나로, 식재료 하나로 이토록 풍성한 대화 혹은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니 흥미롭지 않나요. 오늘 당장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 꺼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질문> :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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