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의 한 장면으로도 엄마표 토론은 가능하다

<뽀로로>의 한 장면으로도 엄마표 토론은 가능하다

독서토론은 가장 쉽고 흔하게 접근 가능한 토론 방법입니다. 그러나 토론 경험이 부족한 엄마들에게는 독서토론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죠. 틀을 벗어나면 아이와 함께 보는 만화의 한 장면으로도 충분히 토론 활동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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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토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보편적이고 쉽게 떠올리는 답은 바로 독서 토론입니다.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에 관한 부모들의 최대의 목표 중 하나인 ‘독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독서 토론은 가장 환영 받는 방법입니다.

독서 토론의 장점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독서 활동을 통한 지식과 지혜의 축적, 상상력의 확장 등은 물론이고 풍부한 어휘력과 표현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요즘 엄마들 사이 최대의 화두인 ‘문해력’을 기르는 데도 독서 만한 것이 없지요. 여기에 독서를 기반으로 한 토론 활동까지 더해지니 사고력 키우기는 날개를 다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책을 정독하는 좋은 습관도 들일 수 있고 특정 장르로 편향된 독서를 보다 다양한 범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그러다 보면 책을 더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

문제는 독서 토론은 경험이 부족한 엄마들 입장에서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단 책을 읽어야 한다는 자체로 부담입니다. 책 읽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독서가 익숙한 경우라 해도 마음이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독서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토론을 위한 소재는 넘쳐 납니다. 이 문제는 토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반드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논쟁적인 주제라야 한다든가, 문제 의식이 명확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케 하는 심도 깊은 주제를 다뤄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면 한 마디 말, 하나의 질문 만으로도 토론은 충분히 가능해 집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엄마표 토론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법한 주제를 다루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기도 하고요.

대화할 마음 자세가 돼 있다면, 질문을 던질 준비가 돼 있다면, 아이의 생각과 의견이 궁금하다는 물음표가 떠올랐다면 그 매개가 무엇이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련해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겠습니다.

함께 영화를 본 후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던 날이었습니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었습니다. 정체가 들통나 평범한 일상이 불가능해진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본격 사건이 시작됩니다. 비교적 순조롭게 해결될 수도 있었던 상황은 ‘피터 파커’가 ‘어떤 이유에 의한 판단’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방해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그로 인해 차원을 넘나드는 수많은 숙적들의 공격에 처하는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건이 복잡하게 꼬이고 그러면서 위기 상황이 발생해야만 비로소 맨 시리즈 다운 스토리라인이라 할 수 있겠으나, ‘영화적 상황’을 무시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나는 결국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낸 ‘피터 파커’의 ‘어떤 이유에 의한 판단’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푹 빠져 재밌게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이런 감정은 오로지 어른만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영화가 끝나고 아이에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다소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묻기도 하며 영화를 매개로 한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아이는 “엄마 생각도 맞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영화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같이 보고 “어땠어?” -> “재밌었어!”의 단답형 대화로 끝나지 않고 각자의 구체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했습니다.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의 한 장면.

만화의 한 장면을 보면서

아주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토론의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번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뽀로로’의 한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쯤 장식하고 있는 ‘뽀로로’가 너무 반가워서 채널을 멈추고 잠깐 시청을 하게 됐는데, 마침 발명가 에디가 인공 태양을 발명해 자기 집 앞의 눈을 다 녹이고 선 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이 부러웠던 다른 친구들이 에디를 찾아와 ‘우리 집 앞 눈도 좀 녹여 달라’며 서로 부탁을 하는 모습을 보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아,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아이와 나의 주고받기 식 토론 대화가 시작됐지요.

나 : “아니, 겨울에는 눈이 있어야지! 저렇게 계절을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되는 거야.”
아이 : “그렇긴 하지. 그런데 인공 태양이 진짜 생긴다면 좋은 점도 있어. 눈이 많이 쌓이거나 하면 피해가 생길 텐데 그걸 줄여줄 수 있잖아.”
나 : “물론 사람들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 모든 과학의 발전이 결국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그게 다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아? 특히 지구 입장에서는 너무 빠르게 발전하는 게 못 마땅하지 않을까? 그런 농담도 있다고 하잖아. 지구가 이렇게 말한대. “아, 공룡이 살았던 시대가 더 좋았어!”라고 말야.”
아이 : “과학의 발전이 신기하고 대단하긴 하지만 사실 나도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건 좀 반대야. 그런데 나중에 인공 태양을 만드는 게 진짜 가능할까?”
나 : “글쎄, 어렵지 않을까? 태양열 온도가 얼마나 높은데!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이와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가 결국 ‘에디는 대단해’ ‘뽀로로 정말 재밌어’ ‘상상력 좋다’ 식으로 마무리되었지요. 작정하고 하는 수업이 아니었으므로 서로 흥미로운 수준에서 대화가 마무리되었지만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아이 연령이 어리다면 같은 장면을 두고 대화 내용은 달라졌을 겁니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만화 속 장면을 두고 아이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해볼 수도 있고, 인공 태양이라는 발명품의 또 다른 쓰임새를 이야기하며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발견해볼 수도 있고, ‘태양이 두 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와 같은 질문으로 생각의 깊이를 확장해볼 수도 있고, 나아가 엄마와 아이 입장에서 각각 인공 태양과 같은 다른 놀라운 발명품 아이디어를 나눠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토론의 소재는 널려 있습니다. 다만 그 순간을 포착하는 엄마의 촉은 수고를 감당해서라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무엇이 됐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에게 질문하고 생각하기를 기다려주고 의견에 귀 기울이며 아이가 즐거운 일상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라면 짧은 이야기 책이나 평소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또는 TV 프로그램, 다양한 영상 콘텐츠, 그리고 아이와 관련된 일상 속 수많은 에피소드가 모두 토론 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만 돼도 토론의 상황은 더 풍성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텍스트 및 영상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범위가 한층 넓어질 뿐만 아니라 토론 형식을 빌어 의견 교류가 필요한 상황이 훨씬 더 많아집니다.

엄마들의 주요 관심사인 공부 문제부터 가족, 친구, 선생님 등이 기본이 되는 사회적 관계, 아이의 인품이나 인격 형성과 연관되는 문제, 그리고 가까운 미래 혹은 먼 장래에 관한 계획에 이르기까지 양방향으로 소통해야 할 일들이 차고 넘칩니다.

특히 이 때를 기점으로 점점 자기 의견이 강해지기 때문에 토론을 통한 합리적 대화와 설득을 거치며 문제를 해결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데요, 이러한 경험은 모든 일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 형성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몸이 자라는 만큼 성숙한 내면까지 갖춘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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