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2028 입시제도'에 대처하는 법? "미래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

변화된 '2028 입시제도'에 대처하는 법? "미래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

'2028 입시제도개편시안'이 발표된 후 한 달 가까이 되어 갑니다. 발표 직후부터 걱정과 우려, 기대가 뒤섞인 다양한 의견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결국 변화의 방향성 그리고 본질에 대한 고민이 논의의 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anotherthinking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해야 변하는 것에 대응할 수 있다."

얼마 전 tvN '유퀴즈'에 나온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서이자 K팝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 기업인으로서의 철학에 대해 밝히며 한 말입니다.

뼈저리게 맞는 말이죠. 중심을 잃고 그저 변화하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내가 가려고 했던 방향이 어딘지, 목적이 어딘지조차 잊어버리고 헤매게 될 테니까요. '본질'이란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중심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버티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겁니다.


경제지 기자 시절 취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개념 중 하나가 '펀더멘털(fundermental)'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물론이고, 기업 및 산업 취재를 할 때도 늘 '펀더멘털'의 중요성에 대해 듣고는 했습니다. 알다시피 펀더멘털의 개념은 근본, 핵심, 기본 등을 뜻하는데요, 경제용어로는 고용, 생산, 물가 같은 기본적인  거시 경제 지표를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 등을 분석할 때 해당 기업의 내재적 가치, 즉 기초 체력을 표현할 때 가장 흔히 쓰는 말이고요.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는 이야기,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요즘 제가 많은 이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강하게 되새기게 되는 것이 바로 '기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수많은 요소는 넘쳐나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는 본질, 즉 기본에 충실하며 튼튼하게 바로 세울 때 어떤 바람이 불어 닥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니까요.

2028 대학입시제도개편시안, 교육부 발표 자료 캡처.

수능 개편, 내신 개편, 논서술평 평가 확대가 핵심

지난 10월 10일 '2028 대학입시제도개편시안'이 발표된 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발표가 된 직후에는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여기저기서 다양한 목소리가 실린 보도와 분석, 평가가 이어져 정신을 쏙 빼놓더니 이제는 슬슬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개편시안'인 만큼 11월 대국민공청회를 거쳐 연말 즈음 확정될 예정인 '최종 개편안'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여전히 관심사이긴 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내용에 대해 알고 계실 것으로 짐작되지만 간단히 입시제도개편시안의 핵심만 다시 짚어보자면,

  1. 수능 시험 개편 : 17개 선택 과목 중 두 과목을 선택하게 돼 있던 기존의 탐구 영역을 사회와 과학으로 단순화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동일하게 응시.  
  2. 내신 개편 : 기존 9등급제를 폐지하고 5등급제로 개편. 2025년 시작되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고1때만 상대 평가를 하고, 고2~3학년 때 절대평가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고1부터 고3까지 동일한 평가체제를 시행하기로 변경. 단, 모든 과목에 절대평가를 함께 시행해 상대평가(등급)와 절대평가(A~E)를 함께 기재하기로.
  3. 논,서술형 평가 확대 : 5지선다형 객관식 암기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는 논,서술형 평가 강화.

각 변화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많은 입시전문가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논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 하고요. 대입개편시안이 발표된 후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학부모님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해서 그 이후로 많은 부모님들에게 변화된 대입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경청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반응은 극명하게 두 부류로 갈렸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입시 설명회에 쫓아다니며(더 정확히 말하면 학원에서 마련한 입시 설명회에 '초대'받아 다니며) 불안감과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일부는 '걱정은 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어차피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입시가 변하든 변하지 않든 상관없다'는 식의 쿨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반응 차이를 보면서 '대입제도개편'의 수혜자는 또 다시 사교육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원에서 마련한 '설명회' 자리가 재수를 고려한 현재 중3, 바뀌는 입시 제도의 첫 당사자인 중2,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등으로 나뉘어 진행될 정도로 사교육 현장에서는 발 빠르고 디테일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입시 설명회를 가면 갈수록 걱정만 늘어서 이제 가지 않는다"거나 "입시 설명회 갔다가 학원 추가 수강을 신청하고 왔다"고 말한 일부 학부모의 발언처럼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물론, 입시 제도의 개편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늘 불안과 혼란을 초래해왔습니다. 모든 학창시절이 대입을 향해 달리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아주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크게 체감 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솔직히 이번 개편안은, 더 어렵고 복잡해지는 것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그 폭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입시전문가들조차 대입 전략은 부모님들의 몫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상황에서 대입 개편이 부모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러나 혼란이 두렵다고 교육 제도가 늘 그 방식에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되는 건 분명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생성형 AI가 인간이 하던 많은 창의의 영역까지 침범한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방식의 주입식 교육을 고수한다는 건 퇴행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세부적인 사항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는가에 관한 논의는 별개로 하고, 일단 이번 대입개편시안의 방향성이 '미래'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는 방향 설정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개편시안 자료를 들여다 보면 '미래 사회 인재', '미래 사회의 통합적, 융합적 인재', '미래 사회에 대비',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실 수업 혁신', '미래 사회 역량' 과 같이 '미래'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합니다. 이제 더이상은 우리 교육이 과거 방식을 답습하거나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 의식이 작동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흐름은 비단 2028 입시제도개편시안에서 처음 드러난 건 아닙니다. 지난 2022년 12월 발표된 '2022 교육 과정 개정안'을 보더라도 우리 교육이 미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자기 주도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며, 단순 암기 위주가 아닌 탐구와 개념 기반의 깊이 있는 학습, 학생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수업과 평가로 개선' 하는 등을 내세운 교육 과정 개정안은 2025년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도 맞물리며 비판적 질문 및 사고력, 토의 및 토론 수업, 협업 등의 학습 역량이 강조되었죠.  

올해 학부모님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저는 늘 '2022 교육 과정 개정'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진행될 교육의 변화 흐름을 말씀드려왔는데요, 다시 말해 세부적 지침과 실행 방안이 주는 혼란과는 별도로 시대의 변화, 세상의 변화가 요구하는 교육 개혁은 서서히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기본'을 튼튼하게 세우면 불안할 이유가 없다

다시 맨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교육에 있어서도 펀더멘털, 즉 '기본'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일입니다. 앞서 한 학부모님이 했다는 발언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입시가 변하든 변하지 않든 상관 없다"는 말은 이미 기본기가 잘 갖춰진 학생은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여기서 다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그렇다면 교육에 있어 지금 시대의 기본기는 무엇인가'여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똑같이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내고 줄 세우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 각자의 역량과 잠재력을 키우는 방식이라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자기 삶에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관점의 사고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이 충족되는 교육이 이뤄질 때 앞으로 있을 그 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번 '2028 입시제도개편시안'과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본이자 본질로 '독서와 끊임없는 대화, 토론 등을 통한 사고력의 함양'이라고 말합니다. 안 그래도 이번 개편안에 '논서술형 평가의 확대'로 인해 끊임없이 사교육 현장의 부채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늘 강조하는 것처럼 사고력은 결코 사교육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기계적으로 문장을 잘 쓰는 것, 구조화 시키는 것, 표현력을 늘리는 방법 등은 학원에서 배울 수도 있겠죠. 그러나 논서술을 통해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반듯하게 예쁘게 잘 만들어낸 글'이 아니라 아이가 담고 있는 생각과 자신만의 창의적 시각, 어떤 사안을 바라보고 평가할 줄 아는 능력 등을 다각도로 살피기 위함입니다. 이런 능력은 사교육으로는 길러지기 어렵습니다. 매일 습관적으로 따져보고 질문을 던져보고 각자의 다른 생각을 펼쳐서 이야기해보는 일상 속 환경이 뒷받침되었을 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견고한 사고력으로 이어지죠.

논서술은 '글로 쓰는 토론'이고, 이 능력은 결국 사고력에서 나옵니다. 자기만의 생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글쓰기는 AI가 인간보다 더 잘합니다. 즉, 논서술 학원에 의지해 글 쓰는 기술을 터득하게 하지 말고, 부모님이 먼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배경'이 되어야 합니다.  매일 5분이라도, 10분이라도, 오늘 읽은 짧은 뉴스를 화두로 삼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토론의 장은 마련될 수 있습니다. 본격 시작된 미래 지향형 교육 혁신에 부모님의 작은 노력이 더 큰 빛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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