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과 연계 토론'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지금, '교과 연계 토론'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내세우는 '2022 개정 교육 과정'을 보면 학습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돼 있습니다. 지향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각 과목별 교수 학습법, 평가 방법에도 토론과 논서술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notherthinking
A : "비판과 창의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제 수업에서는 진도 나가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교양 과목 중에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글쓰기'라는 과목이 있던데, 비판과 창의는 거기서 배우고 제 수업에서는 그냥 진도 나가면 안 될까요?"
B : "교수님, 비판과 창의적 사고력은 범용적인 능력이 아니라 영역 특정적인 능력입니다. 과학에서 하는 비판과 창의가 문학에 전이되지 않습니다. 수학에서 하는 비판과 창의가 사회 과목에 전이되지 않습니다. 이두박근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대퇴부에 근육이 생기지 않습니다. 비판과 창의는 연습과 훈련과 반복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자 영역 특정적인 능력입니다.(후략)"

A와 B 두 교수의 대화는 <IB를 말한다(창비)>에 실린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론과 논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교육 과정과 연계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들을 설명하기 위한 일화인데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비판과 창의는 영역 특정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들은 '전 과목'에서 비판과 창의를 기르고자 한다. 그래서 '전 과목'에서 꺼내는 수업을 하고 '전 과목'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한다. 전 과목에서 그냥 객관식 시험을 보면서 별도로 '논술'이라는 시험을 보는 우리나라 시스템은, 저들이 보기에는 매우 이상한 시스템이다. (...) 한국의 논술은 과목이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은 시험이어서 교육 과정과 연계성이 낮다. 그만큼 공교육에서 대비해 주기 어렵고 사교육에 의존할 여지가 크다. 반면 IB는 과목별 평가로서 교육 과정과 연계성이 높고, 그만큼 사교육이 작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다.>

-<IB를 말한다(창비)> 5부 '쏟아진 질문들에 답하다' 중에서


교과 과정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토론

토론식 교육과 논서술형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IB 교육 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만, 필자는 토론과 논술 교육이 교육 과정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에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론 우리 공교육의 시스템은 여전히 객관식 평가와 시험 체계를 갖고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 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2 개정 교육 과정’ 내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요, 새로운 교육 과정의 추진 배경에 대해 ‘미래 변화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힘’을 길러,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즉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특히 ‘협력적 소통 역량’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개정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미래 사회 대응 능력 및 자기주도성 강화,

둘째, 개개인의 인격적 성장 지원과 공동체 의식의 강화,

셋째, 탐구 기반의 학습으로 전환입니다.

그리고 이 키워드들은 변화하는 미래에 맞춰 학습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토론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초등 과정부터 시작해 중, 고등으로 연계되는 비판적 질문, 토의와 토론, 협업, 서술∙논술 능력 등이 달라진 교육 과정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겁니다.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방향성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실제 교수법, 평가 방식의 변화도 예고되고 있어요.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NCIC)에 공개된 ‘2022 개정 교육 과정’의 교과별 상세 내용에는 각 과목별 내용 체계 및 교수∙학습법, 평가 방법이 세부적으로 제시돼 있는데요, 토론과 구술, 논∙서술 등이 핵심 키워드로 곳곳에 등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과정 주요 과목별로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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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

<교수 학습법>

  • ‘국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분석⋅평가⋅종합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신장하고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호 작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토의⋅토론 및 협동 수업을 활용할 수 있다.
  • 토의⋅토론 및 협동 수업을 활용할 때는 학습자가 개인별 언어 활동 외에도 토의⋅토론과 같은 협력적 활동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학습자 간의 적극적인 상호 작용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 토의⋅토론 및 협동 수업의 주제로는 안전⋅건강 교육, 인성 교육, 진로 교육, 민주시민 교육, 인권 교육, 다문화 교육, 통일 교육, 독도 교육, 경제⋅금융 교육, 환경⋅지속가능발전 교육 등의 범교과 학습 주제를 고려하여 ‘국어’와 타 과목 간의 주제 통합적인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 토의⋅토론 및 협동 수업 과정에서 개개인의 학습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학습자 간의 협의를 통해서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이러한 역할 수행 과정을 교사가 주의 깊게 관찰하고 피드백 함으로써 학습자 간의 협력적 수행을 독려한다.

<평가 방법>

  • 학습자가 ‘국어’의 학습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
  • ‘국어’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할 때는 선택형 지필평가의 한계를 보완하여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의견을 자신의 언어로 직접 표현하게 함으로써 ‘국어’의 성취 기준에서 요구하는 학습 내용에 대해 보다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 ‘국어’의 성취 기준을 분석하여 적합한 평가 요소를 도출하고, 이러한 평가 요소와 연계하여 서술형 평가에서는 중요한 지식이나 개념, 원리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여 서술하도록 하고, 논술형 평가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조직하여 작성하는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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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

<교수 학습법>

  • 쟁점이나 문제 상황, 가치 갈등 상황, 인권 침해 사례 등 다양한 상황이나 사례를 제시하고,학습자가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사례 및 체험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과 자료를 활용한다.
  • 협동 학습을 통해 민주시민의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성, 참여 의식,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함양한다.
  • 학습 내용에 따라 질문, 조사, 토의⋅토론, 논술, 관찰 및 면담, 현장 견학과 체험, 초청 강연, 실험, 역할 놀이와 시뮬레이션 게임, 모의 재판과 모의 국회, 사회 참여 활동, 사료 학습, 제작 학습, 체험 학습, 야외 답사 등의 다양한 학습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 학습자가 스스로 사회문제나 쟁점을 탐구하거나 가치를 분석하는 기회를 갖도록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시사 자료와 지역사회 자료를 활용한다.

<평가 방법>

  • 지필평가 외에 구술, 면접, 토론, 논술, 관찰, 활동 보고서, 포트폴리오 등을 통한 다양한 수행평가를 실시한다.
  • 발표, 토론, 역할 놀이, 시뮬레이션 등 개인 및 집단 활동에 대한 관찰이나 면접과 같은 평가방법을 활용하여 문제 및 갈등 해결 능력, 공감 능력, 친사회적 행동 실천 능력 등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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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교수 학습법>

  • 학습 내용, 학생의 발달 수준, 삶의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념 학습, 주제 학습, 탐구 학습, 토의⋅토론 학습, 논술 학습, 협동 학습, 역할놀이 학습, 프로젝트 학습, 봉사 학습, 사회정서 학습, 내러티브 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 모형 및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 역할 교환, 관점 채택 등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생들이 교수⋅학습 과정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실생활과 관련된 도덕 이야기, 문학 및 예술 작품, 영화, 교육연극, 도덕적 딜레마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도덕 문제를 탐색하고 도덕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개인 및 모둠 활동을 통해 도덕적 사고 능력 및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른다.

<평가 방법>

  • 선택형, 서술형, 논술형을 포함하는 지필평가프로젝트 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관찰 평가, 구술 평가 등 다양한 수행평가 방법을 활용하여 학생에게 일어난 변화와 성장을 평가한다.
  • 논술 평가를 통해 문제 상황을 도덕 문제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정당화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도덕적 사고 능력, 자신의 도덕적 주장을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덕적 글쓰기 능력 등을 평가한다.
  • 도덕적 딜레마와 윤리적 쟁점에 대한 토론과정의 관찰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주장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하고 상대방의 도덕적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소통할 수 있는 도덕적 의사소통 능력과 토론을 준비하는 자세, 상대방에 대한 존중, 토론 규칙 준수, 토론에 대한 반성 등의 도덕적 태도를 종합하여 평가한다.
  • 프로젝트 평가를 통해 도덕적 문제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한 동료들과의 협업 능력, 활동 결과에 대한 발표 능력 등을 교사 평가, 동료 평가, 자기 평가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이들 과목 외 나머지 과목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22 개정 교육'의 핵심 중 하나가 '자기 주도형'임을 감안하면 학습자의 적극적 참여로 진행되는 토론식 학습과 그에 따른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 연계 토론'의 시작점은 초등 교육 과정이라야 합니다. 초등 과정이 모든 교육의 출발점인 데다 토론력은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토론도 어려운데 교과 연계 토론이라니,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일단 아이의 교과서를 펼쳐보세요. 물리적 한계로 교실에서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눌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을 뿐, 교과서는 이미 아이들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 거리를 던지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 질문을 토대로 아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배우고 생각 꺼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암기하고 시험 보고 끝나면 잊어버리는 공부가 아닌, 꼭꼭 씹어 내 것으로 소화하고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는 공부, 그게 바로 토론으로 하는 학습의 절대적 힘입니다.


  • 커버 이미지_©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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