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역사 관련한 논제로 토론 수업을 몇 차례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좋아하는지 공통적으로 물었습니다. 답변은 대체로 비슷했는데요, "역사 자체는 싫지 않은데 과목은 싫다" 였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암기해야 해서 재미 없다는 것이었죠. 답변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역사를 이야기 책을 통해 재밌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접했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로서의 역사와 과목으로서의 역사가 완전히 분리돼 있었죠.
돌아보니 제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역사는 그저 암기 과목이었고,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는, 그다지 어려운 과목은 아니었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갈수록 떨어뜨리는 방식이었죠. 물론 그때 배운 지식이 어떻게든 남아 있겠으나 기억나는 것이라곤 칠판 가득 선생님이 써주신 '요약, 정리'를 노트에 옮겨 적고 시험 때마다 밑줄 그어가며 공부했던 장면들이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어른이 된 후 역사에 대한 흥미가 깊어졌는데요, 다시 책과 다양한 형태의 강의 등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역사는 그저 사실이나 지식이 아닌, 무수히 많은 생각과 철학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궁금한 내용은 스스로 찾아보게 되는 자발적 공부로 이어지게 됐고요. 그럴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접하고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요. 어른들이 선생님들이 왜 역사가 중요한지,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설파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됐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