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정으로 독일에 머물고 있는 요즘,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유럽의 폭염'을 온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독일은 물론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심지어 '눈의 나라'로 폭염이란 단어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위스 마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 더위가 아니라 더위에 따른 산불과 열사병 등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말 그대로 '살인적인' 기후입니다.

관련해 국제 기구들은 연일 경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페테리 타랄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폭염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인 경향은 기후 완화 노력에 대한 우리의 성공과 무관하게 적어도 2060년대까지는 지속될 것이다.(...)미래에는 이런 종류의 폭염이 보통이 될 것이고 우리는 훨씬 더 강한 극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이 더 아찔하게 들리는 까닭은 실제로 우리는 폭염 기온이 갈수록 갱신 되고 있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경험 하나를 들어볼까요. 독일에 살던 지난 2018년 여름, 그때도 '폭염'이 유럽 일대를 뒤덮었습니다. 여름 최고 기온이 기껏해야 23~24도로 선선한 날씨를 자랑하던 독일은 기온이 35도에 육박했습니다. 관련 뉴스가 매일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민들이 시원한 맥주를 찾으면서 재활용되는 맥주병이 모자라 맥주 생산 업체에서 "맥주병을 반납해 달라"며 호소하기까지 했고, 가전 제품 매장마다 선풍기가 품절 사태를 빚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한 대 없이 사는 집이 보편적이었던 독일이었으니 놀랄만한 뉴스 거리가 분명했죠. 2017년 독일 베를린으로 이사를 오면서 '혹시나' 하고 작은 선풍기 두 대를 챙겨왔던 우리집은 그나마 그해 여름을 나기에 형편이 좋은 쪽에 속했습니다. 당시 취재 차 백화점 가전 제품 매장들을 돌았던 저는 매니저들로부터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거나 '전국적으로 품절 사태로 (선풍기 구하려면) 운에 기대어 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오늘 아침 독일 뉴스 일기 예보를 보니 오늘은 무려 제가 있는 베를린 기온이 39도까지 오른다고 합니다. 몇 년 사이 최고 기온은 4도 가량 높아진 것입니다.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겠지요. 매년 '사상 최고'라고 하는데 돌아보면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상황이 거듭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