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일상화를 위한 '1'일 '1'엄마표토론, 함께 하실 분들 모여볼까요! (feat.독일학교의 수학 아드벤트 캘린더)
겨울방학을 맞아 어나더씽킹랩에서 '토론의 일상화'를 목표로 '1일 1엄마표토론'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을 배가시키는 '아드벤트 캘린더'처럼 하루에 질문 하나씩 꺼내어 즐거운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아요. 자세한 사항은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최근 학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레테'에 관한 것입니다.
매년 11월부터 많은 사교육 기관에서는 줄여서 '레테'라 불리는 레벨테스트를 시행합니다. '레테'의 목적은 학원 입장에서 보자면, 긴긴 겨울 방학 동안 시작될 '겨울방학 특강' 수강생들을 모집하고 반을 나누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학부모들에게는 단순히 '반 배치'를 위한 과정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내 아이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말하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어떤 수준인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 크죠. 안 그래도 새 학년을 앞두고 기대보다는 걱정과 염려가 많을 이 시즌에 많은 학부모들이 '레테'를 보고 그 결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레테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마음가짐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처음엔 그저 '객관적으로' 내 아이의 학습 수준이 궁금해서 '레테'를 보게 한 부모님들조차 막상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혹은 그 결과를 두고 이어진 학원과의 상담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경우, 처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머리로는 '이건 학원의 공포 마케팅이야' 하면서도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고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만 같은 두려움에 갈등하는 분들을 여럿 봤습니다.
오늘 '레테' 이야기를 본격 하려는 건 아니고요, 공부란 모름지기 아이가 호기심과 관심을 느끼거나 자발적으로 어떤 목표 의식을 갖게 돼 스스로 할 때 진정한 성과가 있다고 믿는 저는 오늘도 즐거운 방식의 공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독일에서 지금 이 시즌은 어느 때보다 행복한 때입니다.
연중 최대의 이벤트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인데요, 12월을 앞둔 11월 말부터 나라 전체가 들뜬 분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교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참여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열리죠. 특별히 이 날을 위해 준비되는 콘서트라기보다는 일 년 간 음악 시간, 방과 후 수업 등에서 활동한 것들을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과 나누고 즐기는 자리입니다. 아, 1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3주 간의 '크리스마스 방학'도 아이들이 12월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중에 하나죠.
개인적으로 12월에 기다리는 일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Mathe im Advent(마테 임 아드벤트)'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대중화되기 시작한 '아드벤트 캘린더'의 '수학'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 '독일교육 랩'에서 다루었던 <크리스마스x수학의 콜라보! 수학 아드벤트 캘린더를 소개합니다!>를 보시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해당 날짜에 숨겨진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드벤트 캘린더'와 비슷한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일종의 대회입니다. 역시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하나의 수학 문제가 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제시되는데, 해당 날짜 안에 문제를 풀어 정답을 입력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른 날짜의 문제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고요, 문제 풀이를 위한 솔루션은 다음 날 아침에 공개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말이 '대회'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경시대회처럼 경쟁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문제 자체 만으로도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수학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죠. 당연히 빨리 정확히 정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해결 과정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며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요.
지난해 처음으로 '마테 임 아드벤트'에 참여했던 우리집 아이는 올해도 매일 1일 1문제를 풀면서 도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매 학년 별이 아닌 '4~6학년', '7~9학년'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만큼 7학년인 아이에게는 생각을 꽤 오래 해야 하는 문제들도 제시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행인 것은 그 시간을 제법 즐기고 있다는 겁니다. 매일 어떤 문제가 나올지 기대하고 심지어 그림을 그리거나 입체를 만들기까지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죠. 정말 흥미로운 문제가 나오면 아이가 와서 설명해주기도 하고, 어떤 문제는 저와 공유해서 함께 대화하며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선물 받은 날>
12월 1일 아침, 엘프 파티마가 시크릿 산타 사무소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섭니다.
"좋은 아침, 사미아! 12월이잖아요! 드디어 대림절이 시작됐어요, 제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거 아시죠?"
사미아가 책상에서 고개를 들어 파티마의 손에 들려 있는 커다란 대림절 달력을 보았습니다.
"대림절 달력을 가져왔어요? 멋지네요! 어디 보자!"
파티마는 사미아가 달력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바로 알아챕니다.
"사실 저를 위해 가져온 거예요. 하지만 어떤 날은 당신도 열어봐도 돼요."라고 말합니다.
파티마는 잠시 생각한 후 미소를 지으며,
"어떤 문을 열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쉽게 선택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 첫 번째 제안입니다: 당일, 전날, 다음날의 세 가지 일일 숫자의 합이 6으로 나뉘는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예시: 12월 7일에는 합이 6 + 7 + 8 = 21이므로 문을 열 수 없습니다.
- 두 번째 제안: 2일 전과 2일 후의 일일 숫자 5개의 합을 10으로 나눌 수 있는 날에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예시: 합계가 21 + 22 + 23 + 24 + 25 = 115이므로 12월 23일에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11월의 날짜도 첫 번째 문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사미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각했어요.
"휴... 12월 1일에는 두 가지 제안이 모두 통하지 않네요. 30 + 1 + 2 = 33은 6으로 나눌 수 없고, 29 + 30 + 1 + 2 + 3 = 65는 10으로 나눌 수 없죠."
사미아는 생각에 잠깁니다. 어떤 제안으로 더 많은 문을 열 수 있을까요?
a) 첫 번째 제안으로 두 번째 제안보다 더 많은 문을 열 수 있습니다.
b) 첫 번째 제안보다 두 번째 제안으로 더 많은 문을 열 수 있습니다.
c) 상관없습니다. 사미아는 두 제안 모두 같은 수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d) 사미아는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제안으로는 어떤 문도 열 수 없으므로 세 번째 제안을 요청해야 합니다.
독일학교의 '수학 아드벤트 캘린더' 방식을 빌려, 어나더씽킹랩에서도 '엄마표 토론 뉴 이어 캘린더'를 해보려고 합니다. 비교적 부모님과 함께 보낼 시간적 여유가 많은 방학은 '엄마표 토론'으로 토론 습관 만들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만, 많은 분들이 마음은 있어도 현실적으로 실행하기를 여전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해서, 겨울방학 앞두고 레벨테스트에, 학원 특강에 심적 물리적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을 많은 부모님들에게 본격 겨울방학 기간인 2024년 1월 한 달 간 '1일 1엄마표 토론'을 위한 다양한 주제들을 매일 하나씩 공유해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때론 가볍고 때론 유쾌하고 때론 더없이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다양한 질문과 논제로 구성하려고 하고요, 일상 속 상황에 대한 대화 주제부터 상상력이 동원된 질문들, 그리고 흥미로운 뉴스를 바탕으로 한 토론 논제와 질문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주로 어떤 질문들로 구성될지, 최근 제가 아이와 나눈 대화 주제 몇 가지를 제시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Q) '좋은 게 있다가 없는 것'과 '처음부터 없는 것' 어떤 게 더 좋을까?
(영화 '첫눈에 사랑에 빠질 확률'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질문으로, 주인공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찰스디킨스의 책을 펼쳐보던 중 발견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영화 스토리와 꽤 상관이 많긴 합니다만, 우리가 일상에서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죠. 저 역시 아이와 이 질문을 두고 즐겁게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T형 의사와 F형 의사 중 누가 더 의사라는 직업에 적합할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지인의 소식을 전하던 중,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말하는 의사와 감정이입을 하며 희망을 주는 의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아이와 저의 생각은 극단적으로 갈렸는데요, 그 대화 또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이해하고 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죠.)
토론은 일상이 될 때 강력한 힘이 된다고, 제가 수 백 번도 더 강조하는 말인데요.
그 '일상화'의 시작을 열어보고 싶은 분들, 함께 하기를 기다릴게요. 딱 한 달, 제대로 하고 나면 토론이 '가랑비에 옷 젓듯' 스미게 될 겁니다.
- 커버 이미지_©어나더씽킹랩 via Dall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