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으로 하는 가정 교육?!
어떤 아이를 보면 "어머니(아버지)가 누구시니?"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자랐나' 싶은 경우에도 그렇고 정확히 그 반대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최근, 다시 가정 교육의 중요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부모 간, 교사와 학생 간 비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사회의 큰 이슈로 대두 되면서 최근 가정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든 사건과 상황이 다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인성 교육이나 기본 교육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해야 할 교육을 학교와 유치원 교사들에게 떠넘기면서 막상 훈육이 이뤄지면 자신이 무시 당한다고 생각해 감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 등이 교육계에서 분석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거론되는 것이 '부모 교육의 필요성'입니다.
'심리학 용어 사전'에서 말하는 '부모 교육'은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변화를 위한 모든 종류의 교육적 기술이나 작용을 의미합니다. 그 효과적 측면에 대해서는 아동은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효과가 있으며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고 돼 있습니다. 교육계에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부모 교육이 필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처럼 부모 교육의 결과가 가정 안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바깥으로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교육학의 한 파트인 '부모 교육' 이론으로 들어가면 부모가 된다는 의미부터 다양한 부모 유형에 대한 고찰,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부모의 역할론, 부모-자녀 관계 형성과 양육 태도 등 굉장히 넓고 체계적인 분야에 대해 이론과 실제를 다루는 것으로 돼 있는데요, 요즘 다시 필요성이 거론되는 '부모 교육'은 어찌 보면 '제대로 된 가정 교육을 위한 부모 교육'으로서의 의미가 강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머니가 누구시니?"
주변에 보면 정말로 "어머니(아버지)가 누구시니?" 묻고 싶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예의 바른 태도부터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서 대처하는 자세, 생활 습관, 행동거지와 말투에 이르기까지 '어느 집 아이인지 정말 잘 키웠네' 싶은, 한 마디로 '인성'이 훌륭한 아이들이 있죠.
물론 정확히 그 반대의 경우에도 똑같은 질문이 스멀스멀 솟아납니다. 비난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안타까움입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원석이라서 어떤 환경에서 누구를 보고 배우고 습득하며 자랐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부모의 학력이나 경제력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많은 사례가 대변해주듯 고학력 고스펙 고소득의 부모들이 모두 인격이나 인품까지 '높은' 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죠.)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우리가 '가정 교육이 어쩌고'라는 말을 내뱉지 않을 뿐(왜 그런지 모르지만 '가정 교육' 운운하면 옛날 사람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탓도 있겠고요) 누군가를 보면 긍정적인 의미로든 부정적인 의미로든 자연스레 자란 환경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지요. 이때 "선생님이 누구시니?"라며 유치원이나 학교를 떠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와 소양 등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전적으로 가정과 부모로부터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치원과 학교가 학습적 배움 그 이상의 전인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정에서 해야 할 기본 교육까지 떠넘기는 것은 해서도 안 되고 해줄 수도 없습니다.
최초의 학교는 가정, 최초의 선생님은 부모님
그렇습니다. 자녀 교육의 가장 기본은 가정이고 부모입니다. 명실상부한 인재 교육의 산실, 자녀 교육의 성공적 모델로 손꼽히는 유대인의 교육법을 보면 가정에 엄청나게 큰 역할과 의미를 부여합니다. 탈무드에서 가정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교육을 행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이자 학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이 태어나 최초로 가는 학교는 가정이며, 역시 생애 최초의 선생님이 곧 부모님이라는 겁니다.
그 방식은 이미 많은 부모님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질문과 토론을 기본으로 한 '하브루타'입니다. 유대인들이 성경을 공부하는 방식이었던 하브루타는 교육 전반으로 확대돼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질문과 토론이 핵심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즉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가정이라는 학교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삶의 태도와 지혜를 배우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터득하며 생각하는 훈련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 등 기관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가정 교육의 연장선에서 더 깊이 있고 확장된 교육을 받게 되는 거죠. 물론 학교 교육이 시작된다고 해서 가정에서의 '교육'이 역할을 다 끝냈다며 부모님들이 자녀 교육을 전적으로 학교에만 의지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학교와 가정이 연계돼 아이 교육을 위한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거죠.
질문과 토론은 사실 결국 '대화'라는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다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말이 오가는 행위가 아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묻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더 지혜롭고 현명한 결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죠. 이 과정 안에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많은 인생의 지침이 들어 있습니다. 열려있는 자세, 존중하는 마음, 잘 들어주는 배려,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다양성에 대한 인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도, 갈등을 조정하는 방식까지 부모와 자녀 간에 이뤄지는 질문과 토론의 상황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훌륭한 '가정 교육'이 됩니다.
토론이 좋은 가정 교육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다양한 이슈가 토론의 논제로 등장하면서 아이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올바른 시각을 형성하고 자기 나름의 신념과 가치도 확립하게 됩니다. 사실 태도적 측면의 교육보다 더 어려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인데요, 기본적으로 바른 품성과 좋은 인성은 부모가 본보기를 보이는 것만으로, 아이가 자연스레 부모를 따라하는 것만으로 길러질 수 있지만 가치관이니 신념, 시각의 문제는 좀 다른 얘기인 거죠. 이 부분은 반드시 '좋은 질문'과 토론(대화)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의 교육에서도 성경을 기반으로 한 질문이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우는 바탕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 가정의 '교육'은 어떠한가요?
내 아이를 위해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가정 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부모이자 어른인 우리들의 자세를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가정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지, 보호자로서만이 아닌 양육자로서 가르쳐야 할 기본 교육에 충실하고 있는지, 학교에 부모의 역할까지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