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나의 영역이 아니야"라는 엄마들에게

"토론은 나의 영역이 아니야"라는 엄마들에게

anotherthinking

토론도 결국은 대화다

많은 부모가 엄마표 교육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정확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까’, ‘정확히 알려줄 수 없으니까’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엄마를 너무 편하게 생각해 제대로 된 학습이 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합니다. 결국 사교육을 시키는 쪽을 택합니다.

토론은 굉장히 전문가의 영역인 것처럼 보입니다. 토론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경험이 없는 엄마들 세대에서는 일단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토론은 결국 대화입니다. 토론을 정의할 때 등장하는 여러 개념들, 즉 논리니 비판이니 근거니 반론이니 하는 단어들이 걱정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 토론은 주제와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대화일 뿐입니다.

아이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감정을 살피고 소감을 나눠 본 경험이 있다거나 일상에서 질문하고 답하며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토론을 위한 기초 체력은 돼 있는 셈입니다. 나아가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와 생각을 나누고 자극이 되는 대화가 즐겁다 하는 분이라면 충분한 자격이 됩니다.

토론이 전문가의 영역인 순간도 있습니다. 고차원적인 주제와 철학적 사고, 수많은 배경지식이 등장하는 논쟁과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의 문제가 되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까지는 토론의 힘을 키우는 것은 대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학원에서 토론용 주제를 받아 한두 시간 토론 학습을 하고 돌아온 아이와 어릴 때부터 엄마가 끊임없이 생각을 자극해 주고 질문하고 대화하며 생각 근육을 만들어준 아이는 기본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토론은 정답이 있는 공부가 아닙니다.

질문할 준비가 돼 있다면 토론할 준비가 돼 있는 것! 

대화할 준비, 질문할 준비만 돼 있다면 OK

저는 아이와 본격적인 토론 수업을 시작할 때 토론이 주는 압박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토론에 익숙한 세대가 아닙니다. 사교육 기관에서 취득한 논술 토론 지도사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그 자격증이 토론의 A to Z를 알려주진 않았습니다. 별 고민 없이 ‘해보자’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해오던 대화의 힘이 근거였습니다. 때때로 아이와의 수업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고, 대화는 주제를 벗어나 여기저기로 튈 것이며, 어려운 어휘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로 인해 진행이 무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어렵고 힘들 줄 알면서 각오하고 시작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토론을 학습으로 접근하는 마음이 아니라 꾸준한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자랄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믿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토론을 하는 동안 어른이 시선으로는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혜안을 내놓거나 창의적인 의견으로 저를 놀라게 할 때도 많았습니다. 주제와 무관하게 이어지는 4차원적인 생각과 아이다운 지극히 순수한 이야기가 펼쳐질 때도 잦았습니다. 맥락을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빠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 새로운 질문이 들어있기도 했고, 한바탕 마음껏 웃을 수도 있었습니다.

토론을 시작할 때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자신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어떤 주제가 됐든 저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었고 어떤 의견과 생각이든 받아주고 질문할 준비 또한 돼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생각을 바탕으로 내놓은 자신의 의견과 언어들이 어떤 형태일지, 그 과정이 지속되면서 얼마나 성숙하고 단단해질지, 그 기대만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입니다.

  • 저자의 책 <생각이 자라는 아이>(시대인 발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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