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어떻게 공감 능력과 협업 능력을 키울까?

"많은 사람들이 AI가 블루칼라 직업을 가장 먼저 위협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 다음 화이트칼라 고급 인력 순서로요. 창의적인 직업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이 한 말입니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더 강력해질수록 인간이 느끼는 일자리 위협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기존 일자리 3억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 IMF도 "전세계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AI가 인간지능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고학력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인데요, AI가 더 발전하면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화이트칼라의 대표적인 분야인 교육, 정보, 금융,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AI가 사람의 지능 역할을 하는 만큼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대표적 인기 직종이자 엘리트 직업인 의사, 변호사 등도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꼽히고 있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IT 기업에 해고 바람이 불고 있고, 반대로 젊은 층 사이에서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Z세대는 어떻게 공구 벨트 세대가 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미국 Z세대들이 용접이나 배관공 등 기술직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물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와도 그 졸업장이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지만, AI의 등장도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AI가 화이트칼라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적을 것으로 기대되는 블루칼라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겁니다.

AI가 대체 못하는 공감 능력, 협업 능력 키워야

물론 과도한 걱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은 분명 한계가 있을 테고, 화이트칼라는 대체되기 쉽고 블루칼라는 비교적 어렵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 또한 완전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대처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직종을 더 많이 대체할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AI가 일정 부분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게 될 것이란 사실 만큼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공부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는 데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상황 인지가 자리하고 있죠.

AI에게 대체되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AI는 절대로 갖지 못할 능력을 키우는 방식의 공부를 하면 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하는 구분도, 어떤 직종이 더 많이 대체되느냐 하는 통계도 무의미하겠죠.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자 AI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 본연의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 중에서 오늘은 공감 능력과 협업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 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미래형 인재의 능력에도 포용성과 협업 능력이 포함돼 있는데요. '남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주는 성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포용성'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공감 능력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공감고 협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AI 시대에 특히 공감 능력과 협업 능력이 강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공감 능력은,

• 인간 중심적인 상호 작용 :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 중 하나는 인간 간의 깊은 감정적 연결과 이해입니다. 대표적으로 의료, 교육, 고객 서비스 등 많은 분야에서 공감 능력은 타인의 감정과 필요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필수적 능력입니다.
• 창의적 문제 해결 : 공감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관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AI는 정보와 학습을 바탕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을 수는 있어도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고 경험함으로써 창출해내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겁니다.

협업 능력이 중요한 이유와 배경으로는,

• 복잡한 작업 환경 : 현대의 작업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혼자 일하고 결과물을 내는 상황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때 효과적인 협업 능력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 다양성과 포용성: 글로벌화 된 세계에서 팀원들은 종종 다양한 문화적, 지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업 능력은 이러한 다양성을 장점으로 활용하고, 모든 팀원이 기여할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합니다.
•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및 협업: AI 기술의 발전은 인간과 인간의 협업 뿐만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새로운 환경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협업 능력은 인간과 AI 간의 보다 효과적 상호작용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AI와의 협업에서는 AI의 결정이나 판단에 대한 인간의 감독과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협업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필자는 늘 토론 교육의 중요한 효과로 공감과 협업 능력 향상에 대해 강조해왔는데요. 구체적으로 토론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두 능력을 향상시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토론은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울까요?

1.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해 : 토론은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이해하고 그 배경에 깔린 상대의 인식이나 가치관 등을 파악하게 되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감 능력이 자연스레 발달할 수 있습니다.
2. 적극적인 경청 :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입니다.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이해하는 경청을 통해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공감 능력을 강화시킵니다.
3. 상대의 반응 관찰 : 토론 과정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특정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4. 역할극을 통한 역지사지 : 토론에서는 나의 개인적 의견 및 생각과 전혀 다른 반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찬반 토론 등의 역할극 상황을 통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토론은 어떻게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1. 팀 구성 및 역할 분담 : 토론 활동은 종종 팀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이때 팀원들은 각자의 강점과 역할을 이해하고 분담함으로써 협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각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체 팀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하게 됩니다.
2. 공동의 목표 설정 : 팀 활동 기반의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팀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실행 방안 등을 수립하면서 팀원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3. 의사 소통 기술 향상 : 토론 활동은 효과적 의사 소통 기술이 기본이자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의사소통 기술은 협업을 위한 기초 능력이 되지요. 토론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며, 같은 팀원 혹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4. 갈등 해결 능력 향상 :  토론을 하다 보면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때 토론자들은 갈등을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이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5. 더 나은 결론의 도출 : 토론은 서로의 다른 의견으로 다투는 시간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토론 중 제시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협력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이는 협업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사실 공감 능력과 협업 능력은 AI시대의 대두 이전에도 늘 중요하게 생각되던 인간적 스킬이었습니다. 주요 글로벌 기업 및 필수 산업군에서 생각하는 '인재'의 조건에도 늘 빠지지 않던 항목이었고요.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이와 같은 인간적인 능력과 스킬을 향상시키기 위한 미래형 학습 방식으로 하루 빨리 전환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_밥그릇 도둑 AI?...'화이트칼라' 노린다

#참고자료_“AI시대, 블루칼라가 대세”…배관공·용접공 등 미국 Z세대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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