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은 수학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수능 시험에서 수학 만점을 받은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다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수학은 반드시 깊이 생각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공부입니다.
에피소드 1.
"당신이 이번 주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알게 됐다면 누구에게 알려주실 건가요?"
아침 등굣길 채널 고정하고 듣는 라디오에서 DJ가 물었습니다. 이어 시청자들의 문자 참여가 이어졌는데요, 이런 답변이 있었습니다."우리 가족들에게만 모두 알려줄 거예요. 각각 한 장씩 갖고 세금도 각각 내고 공평하게 나누는 거죠." 로또 당첨금에 붙는 세금이 40%라는 DJ의 부연 설명이 이어지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가 놀라더라고요.
"엄마, 로또 세금이 40%야?"
세금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과연 '로또 1등 번호를 공유하는 것이 어떤 이익이 있나'에 초점을 맞춰 흘러갔습니다.
아들 : "어차피 세금은 40%이고 한 명이 내든 가족들이 나눠서 내든 다 똑같은 거 아냐?"
나 : "그렇지. 100억이라고 가정하면 한 명이 40억을 내고 나누어 갖는 것과 5명이 20억 씩 받고 8억 씩 세금을 내는 건 똑같지. 근데 가족들에게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 게 무슨 이익이 있지? 내가 받아서 나누면 되지 않나?"
아들 : "그러니까. 당첨금이 달라지지는 않는 거 아냐?"
나 : "그치, 몇 명이 더 산다고 해서 당첨 액수가 크게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흠, 그럴 수는 있겠다. 나 말고 다른 당첨자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 편 당첨자 수를 늘리면 가져오는 당첨금이 많아지니까."
아들 : "아, 맞네! 다른 사람이랑 반반씩 나누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 2명이 더 사면 우리가 75%를 가지는 셈이니까 훨씬 이득이네. 아, 나는 아무한테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럼 말해줘야겠다!"
에피소드 2.
읽고 있던 책에 재밌는 문제 하나가 나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떤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죽을 때 아들 셋에게 말 17마리를 나누어 가지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큰 아들에게는 1/2을, 둘째 아들에게는 1/3을, 셋째 아들에게는 1/9을 가지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들이 모여 말을 나누어 가지려고 하는데 도저히 어떻게 나누어야 할 지 모르겠는 겁니다.>
책에는 지나가는 행인의 도움으로 아버지 유언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돼 있는데요, 이 내용을 읽다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낀 저는 그날 오후 학교에게 돌아오는 길에 책 속 내용을 가지고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알고 보니 이 문제는 아주 유명한 수학 리들(riddle)이더군요.)
나 : "엄마가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문제가 나왔어. 한 번 듣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잘 생각해봐."
아들 : "음 일단, 말이 18마리라고 생각해보면 되겠네. 그러면 첫째 아들은 9/18, 둘째 아들은 6/18, 셋째 아들은 2/18이 되는데?"
이쯤에서 답을 이야기해야겠네요. 이야기에는 지나가는 행인이 세 아들의 고민을 들은 후 자신의 말 1마리를 빌려주면서 "내 말까지 포함해서 계산해 보시오"라고 말하고, 아들들은 18마리를 1/2, 1/3, 1/9로 나눠 각각 9마리, 6마리, 2마리로 나눕니다. 그리고 남은 1마리는 다시 행인에게 돌려주죠.
문제만 듣고 아무 힌트도 없이 '18'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아들에게 슬그머니 문제 제기를 해봤습니다.
나 : "아니, 아버지가 말을 17마리만 줬는데 어떻게 18마리를 기준으로 할 수가 있어?"
아들 : "엄마, 생각해봐. 1/2과 1/3, 1/9을 다 나눌 수 있는 숫자가 되어야 하는데 17은 안 되잖아. 가장 가까운 숫자가 18이니까 그걸 기준으로 해야 나누어지는 거지. 아, 그런데 이상하다. 1/2과 1/3, 1/9을 다 더하면 17/18이 돼. 나누어 갖는 건 할 수 있는데 처음에 아버지가 말을 잘 못 한 거 같은데?"
나 : "아니야, 네 말이 맞아. 아버지는 애초에 딱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렇게 유언 한 거지. 책에서는 '허수' 그러니까 없는 숫자를 빌려오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정확하게 그 개념을 생각해낼 줄 몰랐어."
에피소드 3.
또 다른 책을 읽다가 수학적 사고와 관련된 문제를 마주치게 된 저는 역시 또 아들을 찾았습니다. 이런 문제의 대화 상대로는 훌륭하거든요. 김민형 교수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에 나오는 확률론에 관한 문제인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A와 B 두 사람이 각각 1만 원씩 돈을 걸고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A가 1점을 얻고 뒷면이 나오면 B가 1점을 얻는데, 먼저 7점을 얻는 사람이 판돈 2만 원을 전부 가지고 간다는 규칙입니다. 그런데 A가 5점을 얻고 B가 3점을 얻은 상태에서, 갑자기 경기가 어떤 이유로 중단이 됩니다. 게임이 다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이 판돈은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요?>
나 :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일까?"
아들 : "음, A가 이길 확률이 더 높은 상태니까 A가 5/8를 가져가고 B가 3/8 만큼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
나 :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겠네. 그런데 B가 '앞으로 4번 연속 뒷면이 나올 수도 있잖아'라고 주장한다면?"
아들 : "그렇게 따지면 A도 '앞으로 앞면이 두 번 더 나올 확률이 훨씬 높지!'라고 주장할 수 있지."
그러더니 아이는 잠깐 생각한 후 뭔가를 깨달은 듯했습니다.
아들 : "아, 확률을 따져보면 되겠네. 지금 스코어에서 경기가 계속된다고 생각하고 누가 이길 확률이 높은가 말이야."
나 : "오, 그렇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A도 B도 공평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려면 동전을 몇 번 더 던져야 될까?"
아들 : "음, 최소 두 번이고 최대는 다섯 번이지."
나 : "왜? 최소 두 번은 알겠어. 앞면이 연속 두 번이면 A가 이기니까, 그런데 다섯 번은 왜 그런 거지?"
아들 : "7점이 먼저 나오면 이긴다고 했잖아. A와 B가 7점 씩 얻는다고 생각하면 14점, 그러니까 14번 동전을 던지는 건데, 한 쪽이 먼저 나오면 게임이 끝나니까 아무리 경기가 늦게 끝난다 해도 13번만 하면 되잖아. 그러면 7대 6이 될 테니까. 그런데 지금이 5대 3이고, 이미 8번 동전 던지기를 한 거니까 5번만 더 하면 게임은 끝나는 거지."
나 : "오, 정확하다! 맞아. 그러면 앞으로 5번 했을 때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어떻게 나올지 모든 경우를 생각해보면 되는 거네."
그리고 아래, 책 속에 나오는 '앞으로 다섯 번 더 동전을 던졌을 때 B가 이기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그림을 보여주었죠.
그림을 보자마자 아이가 말합니다.
아들 : "그런데 동전이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1/2이니까 각 경우가 1/2을 다섯 번 곱하면 1/32이네? 그리고 총 6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6/32... B가 앞으로 이길 확률은 3/16이네. 아 알겠다! 그러면 A가 이길 확률은 13/16이니까 그걸로 돈을 나누면 되겠네."
먼저, 여러분은 앞선 저와 우리집 아이의 대화 에피소드에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세 개의 장면을 보여드렸지만, 사실 저희 집에서는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위의 두 번째, 세 번째 에피소드처럼 대놓고 수학과 관련된 문제적 상황을 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첫 번째 경우처럼 수학과 무관한 일로 시작해 수학이 '개입'될 때가 많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의도할 때도 있긴 합니다.
가령,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루마블' 보드 게임을 온 가족이 다 같이 하다가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서울'을 차지하게 될 확률이라던가, 이미 차지한 땅에 펜션이나 호텔, 빌딩을 지을 때 내는 비용과 기대 수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식으로 그것이 수학 혹은 수학적 사고라는 인식을 전혀 못하는 때도 있는가 하면, 앞선 로또 에피소드처럼 제가 일부러 아이의 사고를 자극하고자 수학적 문제를 집어넣을 때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수학적 대화'는 우리집에서 토론 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수를 세기 시작하는 네 살 무렵부터 저는 일상에 수를 들이되, 답을 알려주거나 답을 찾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습관적 대화를 '지향'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한번도 수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심지어 흔한 학습지 한 번을 안 했으며, 구구단 조차 외운 적이 없지만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고 무엇보다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없습니다. 때로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려도 '깊은 생각이 좀 필요한 문제' 정도로 받아들일 뿐 수학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나 흥미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죠.
그러한 실천이 가능했던 데는 몇몇 수학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얻은 지혜 덕분이었습니다. 수학 박사님인 K박사님은 자녀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항상 수 개념, 수학적 개념이 반영된 질문과 대화를 해왔다고 했습니다. 물론 매번 의도해서 라기 보다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거였죠. 이를테면 한강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오리배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식입니다.
"오리배가 다섯 척 있었는데, 방금 오리배 두 척이 떠났네. 아, 조금 전에 한 척이 돌아왔네?"
K박사님은 아이들에게 1, 2, 3부터 가르치고 1+1=2를 가르칠 게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 개념, 더하고 빼기 개념을 익히게 해주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가르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헤아리는 기회'를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부모가 "그래서 오리배 몇 척이 남았니?"라고 묻지 않아도 아이는 마음 속에 더하고 빼기 개념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기초를 다지고 수학적 사고 방식이 습관이 되게 하면, 그냥 수학이 삶의 일부로 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학 교육 전문가인 G선생님도 K박사님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녀들에게 수학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계산이 아닌 '생각'하는 수학을 하게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줄곧 그런 방식으로 수학을 대해온 G 선생님의 자녀들은 주변의 기대만큼 수학 성적이 엄청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적과 상관없이 수학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면서 '그런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 수학에 집중할 수 있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두 분을 만나면서 수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겠습니다만,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건 딱 두 가지였어요. 수학을 공부나 학습이 아닌 삶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 당장의 점수나 성적이 아닌 오랫동안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우리가 그토록 걱정하는 과목으로서의 수학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박사님을 보면서도 역시 제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졌는데요, 허준이 박사님은 초중등 시절엔 "이런저런 이유로 수학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면서도 10대 때부터 수학적 사고를 하는 데 익숙한 편이었고, 게임 퍼즐 같은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학창시절에 수포자였다"라고 표현한 언론의 표현에 반박하며 "고등학교 수학을 재미있어 했고 열심히 했고 충분히 잘했다"라고도 설명했죠.
물론 그렇다고 수학자를 키우기 위해 이러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키워도 당연히 모두가 허준이 박사님처럼 될 수도 없고요.
이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수학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빨리 풀어서 최단 시간에 많은 문제의 답을 맞추어야 하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질문,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탐구와 즐거움 등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자세가 길게 보면 수학 성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수학을 대하는 마음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포자'가 될 확률도 적고요.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딱히 제한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우리 일상에서도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구체적인 예시가 있습니다. 지난 5월 방송된 EBS 다큐 <1년의 기록, 기적을 부른 수학 교과서>에서는 그간의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수학 교육이 아닌, 조별 토론을 통해 생각하고 의논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한 새로운 수학 교육 방식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1년 간의 프로젝트 결과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긍정적 마음이 높아졌고 실제로 성적도 향상되는 결과가 나왔죠. 놀랍게도 스스로 '수포자였다'고 고백했던 친구가 수학 과목에서 100점을 받았고 과목 자체에 흥미가 생겼다고 인터뷰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해결해가며 수학을 '경험'한 덕분에 수학 자체에 대한 흥미와 집중력이 올라갔다고 말했는데요, 수학이 즐거워진 아이들이 이전보다 성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토론'이라는 방식이 핵심으로 제시되었는데요, 토론은 생각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입니다. 방송을 보면서 다시 상기한 사실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으로 공부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수학에도 절대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수시로 저와 토론하는 우리집 아이가 선행 교육 없이도 어렵지 않게 수학에 대한 개념 이해를 한다거나, 한번도 접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해가는 모습을 볼 때 느끼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단, 생각하는 힘을 수학 능력으로 연결 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틀릴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위의 방송에서도 '틀려도 괜찮은 시간'이라는 점이 아이들을 마음껏 생각하게 하고 발표하게 만들었습니다. 틀린 과정을 살피고 깨우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공부가 된 셈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틀릴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틀려도 괜찮다'는 전제가 깔릴 때 더 깊은 생각,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비로소 창조적 수학이라는 더 큰 그림도 그릴 수 있는데 말이죠.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김민형 교수님은 '틀리기 싫다는 마음'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수학적 실험을 할 때도 "틀리기 싫기 때문에 맞다고 생각하는 패턴을 넣는다"면서 "실험에서 틀리기 싫기 때문에 결론에서 틀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저는 어떤 지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았습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수학 문제 풀기는 싫어한다'고 했던 말이 그것인데요, 수학 문제는 아이에게 '답'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을 줄 확률이 높습니다. 세상 어떤 아이도 비 내리는 수학 문제집을 보면서 '틀려도 괜찮아'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수학 문제집의 문제를 푸는 방식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요?
수학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우리집 아이도 수학 문제집 풀기는 지루하게 여길 때가 많습니다. 알다시피 같은 단원에서는 늘 비슷 비슷 한 문제가 나오니까요. 또 우리집 아이 역시 수학 문제집에 (물론 자기 스스로 채점 하긴 합니다만) 동그라미는 크게 그리고 틀렸다는 표시는 세모로 합니다. 표시를 바꾼다고 틀린 게 틀린 게 아닌 게 되지 않는데도 비 내리는 게 싫은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수학적 활동이 아니라 해도 다양한 종류의 질문과 생각을 통해 충분히 수학에 영향을 끼치는 생각 근육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방법에 대한 팁을 드리자면, '수학 수수께기(riddle)'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미 수많은 수수께끼를 모아놓은 교재들도 출시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기본적으로 문제집 형태를 띠면 아이들은 '정답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서 제가 에피소드에서 제시했던 대로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는 대화의 방식으로 풀어가거나 아니면, 하나씩 만 재밌는 문제를 프린트 된 종이나 태블릿 화면 등으로 보여주고 '같이' 토론하고 풀어가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절대 아이에게 '풀어봐'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신기하고 재밌는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자'는 식이라야 하고, 아이가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이런저런 질문을 해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정답을 찾지 못해도 됩니다. 때로는 더 창의적이고 신박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어요.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됩니다. 저 또한 언젠가 아이가 제시한 문제를 두고 무려 일주일 동안 생각날 때마다 마주 앉아서 그림을 그려가며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우리집 아이는 수학 수수께끼를 정말로 재미 삼아 풀곤 하는데요, 그러다 가끔 정말 재밌는 문제나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저에게 같이 풀어보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답을 찾지 못해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또 우리가 어떤 오류를 범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도 되었습니다.
다양한 수학 수수께끼 문제들은 인터넷 포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구글에서 'math riddle'로 검색하면 꽤 많은 문제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해설까지 친절하게 달린 형태로요.
아래에 제시해드린 웹사이트에서도 무려 100개 가까운 재밌는 수수께끼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