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학생 친구들과 '구급차 유료화 찬반 토론'을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응급이 아닌데도 구급차를 부르는 등 남발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구급차 유료화 찬성'을 주장하는 A의 의견에 반박하며 '유료화 반대' 입장에 선 B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구급차 유료화 찬반'에 대해서는 조만간 <토론 실전>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제가 길을 걸어가다가 세게 넘어진 적이 있어요. 진짜 팔이 부러졌다고 느꼈을 정도로 통증이 너무 심해 눈물이 펑펑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 했는데도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어요. 고통이 너무 심한데 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 괜찮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때 저는 당연히 팔이 부러졌다고 생각했고, 만일 바로 택시를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구급차를 불렀을 거예요. A님이 주장하는 것처럼 구급차를 유료화 하면 환자가 위급한 상태인지 아닌지가 돈을 내는 판단 근거가 될 텐데, 환자 입장에서는 그걸 어떻게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처럼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막상 병원에 갔더니 아무렇지 않다고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그럼 구급차 비용을 내야 하는 건가요?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또 진짜 너무 통증이 심했더라도 진단 결과가 별 것 아니라고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을 텐데, 매번 환자가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 '내가 진짜 응급 상황이 맞는가?'를 고민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B의 발언에 크게 공감했어요. 각각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번갈아가며 토론하는 상황에서도 B의 경험은 여러 번 근거의 자료로 회자됐을 정도로 '유료화 반대'의 강력한 근거로 등장했죠. 우리의 토론은 심판의 판정이 필요한 경쟁 토론이 아니었기에 '아주 훌륭한 설득의 예'로 칭찬하고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넘어갔지만, 만일 같은 논제로 진행된 토론 대회였다고 가정하면 그날의 우승자는 고민할 것도 없이 B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