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선행 학습을 많이 합니다. 특히 수학만큼은 선행 학습이 필수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한 학기 혹은 1년 정도는 앞서 공부하는 것 같고, 심한 경우 초등학생 때 이미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에 비하면 독일에서의 수학 진도는 '복장 터지는' 수준입니다. 우리집 아이의 경우, 1학년 때 내내 수만 세더니 2학년이 되어도 수를 세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7살 때 이미 구구단을 외우는데 독일에서는 '구구단이 뭐예요?' 수준입니다. 대신 개념과 원리를 깨우치는 데만 주력합니다. 그런데 너무 신기한 게 그렇게 굼뜬 달팽이처럼 하는데도 어느 날 보면 실력이 향상돼 있는 겁니다.
독일에서 수학을 배우는 방식은 철저히 '생각'과 '원리'에 기반합니다. 독일에서 수학 잘하기로 인정받던 아이가 한국에 돌아오면 '생각해서 풀 줄 아는데 한국식 수학에 약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물음표가 가득했습니다. '한국식 수학'이 대체 뭐지?
우리 가족보다 몇 달 먼저 귀국해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인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로 편입한 그 집 아이는 독일에서도 수학 성적이 뛰어났고 한국에 돌아올 것을 대비한 선행 학습도 어느 정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 한국 수학 학원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더니 강사가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훈련은 돼 있는데 한국 방식이 아니라고, 10문제를 7분 안에 풀어야 하는데 그 속도가 안 나온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