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글쓰기가 어렵다면, 프렙(PREP)을 기억하세요!
토론 학습은 글쓰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을 잘 한다고 자연스레 글쓰기를 잘 하게 되는 건 아니죠. 토론을 통해 말하기와 글쓰기까지 잡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을 소개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토론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바로 '글쓰기'입니다. 토론 교육을 주로 사교육에서 담당하는 우리나라는 '독서, 토론, 논술'이 마치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데요, 토론의 재료로서의 '책' 이야기는 여기서는 차치하고(기존에 여러 번 독서 토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으니까요), 오늘은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구조화' 연습 먼저, 구체적 기술은 나중에
토론 활동과 연계된 쓰기는 결국 '글로 쓰는 토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말로 하는 토론을 짜임새 있게 잘 전개하는 친구들은 글로 정리할 때에도 글이 탄탄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주장하는 내용과 이유, 근거 등을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데 한 눈에 들어오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읽히지 않는 글이 있다면 대개 '글의 구조'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 토론을 할 때는 구조를 생각하며 하지 않아도 핵심적 주장과 내용이 잘 파악될 때가 많지만, 글은 좀 다릅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시간 배치가 뒤죽박죽인 상황을 접하거나, 등장인물이 두서 없이 떠오르는 대로 늘어놓는 말을 그대로 읽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천천히 읽고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 정리되긴 하지만, 내 생각과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토론 글을 읽을 때 따로 '정리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이미 설득은 실패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말로 하는 토론을 할 때부터 '구조화' 연습을 하는 건 중요합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적용해볼 수 있는 가장 쉬운 글쓰기는 '직접 토론하듯이 말을 하면서 써보는 것'인데요, 그러려면 말할 때부터 구조와 순서를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쓰기까지 연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토론 입문자에게 효과적인 구조화 방법으로 꼽히는 'PREP'기법을 익숙해지게 만든 후, 쓰기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말하기는 문제없는데 쓰기가 전혀 되지 않는다 하는 경우에도 'PREP'에 따라 토론을 글로 정리해보는 훈련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저와 토론 수업을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수업에서 진행한 토론을 글로 정리하는 과제를 제시할 때 이 방식을 추천해주고 있는데요, 쓰기 자체를 어려워했던 친구들도 오랜 기간 연습한 덕분에 어떤 논제를 접하든 글을 구조화하고 주장과 근거를 이어나가는 데 막힘이 없습니다. 전체 틀만 잘 갖춘다면 보다 효과적 주장을 위한 세부적 기술은 추후에 얼마든지 향상 시킬 수 있고요.
PREP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PREP 기법'은 토론이나 발표에서 주장을 효과적을 전달하기 위해 구조화된 방법으로 'Point-Reason-Example-Point'의 약자입니다. 이 기법은 단지 토론 학습을 위한 건 아니고요, 조직이나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 등 설득을 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두루 쓰이는 방식입니다.
- Point(주장) : 토론이나 발표를 시작할 때 "~해야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주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내가 주장하는 전체 내용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강력하게 기억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따라서,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을 쓰는 게 중요하고,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합니다. "~인 것 같습니다"처럼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목소리 톤이나 속도, 강조 등의 효과를 두어 듣는 사람의 주의를 끄는 것도 효과적인데요, 글쓰기에서는 목소리 톤 조절 등의 효과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짧고 간결한 문장, 정확하고 적절한 어휘 사용에 신경 씁니다. 또한 도입부인 만큼 단락 자체가 늘어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Reason(이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 단계는 자신의 주장이 왜 타당한지를 설명해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다"에서 ' ~ '에 해당하는 근거들을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제시되는 근거는 당연히 위에서 자신이 한 주장과 직접적 관련이 있어야 하며, 신뢰할 수 없는 정보나 막연한 자신의 추측 등을 나열하면 안 됩니다. 여러가지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첫째, 둘째, 셋째'와 같이 순서를 정리해주면 더 효과적입니다. 쓰기에서는 이처럼 넘버링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쉽게 쓰는 방법입니다. 읽는 입장에서도 핵심 문장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내용 파악에 효과적이고요.
- Example (예시): 주장과 이유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예시와 사례를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듣는 이들이 나의 주장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만일 '이유' 단계에서 청중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해도 예시 단계를 통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예시이나 사례를 제시해 설명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 이야기 형식 등 청중의 관심을 끌 만한 효과적인 방식을 통해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일반화할 수 있는 직간접 경험이나, 통계 및 설문 자료, 기사 내용이나 책의 인용, 신뢰성 있고 구체적인 연구 결과 등을 활용해 예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 Point (주장 재확인, 결론): 마지막 단계로 보다 정확히 말하면 'point again'입니다. 처음 'Point' 단계에서 제시한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마무리하는 단계로, 듣는 이들에게 나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고 강력하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특히 이 단계에서도 마지막 문장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그 한 문장으로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해야 한다고(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따라서 ~해야(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때로는 " ~ 해야 하지(하지 말아야) 않겠습니까?"처럼 질문 형태로 바꾸어 강조하는 표현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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