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안 행사가 있어서 두어 달 만에 조카를 만났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유치원생 티를 못 벗는 것 같더니 한 학기가 끝나가는 즈음이 되니 제법 초등학생 티가 나더라고요.

궁금한 마음에 조카에게 질문 세례를 쏟았습니다. 선생님은 어떤지, 급식은 맛있는지, 숙제는 많은지 같은 학교 생활에 관한 질문도 질문이지만, 주로 친구들 이야기가 많이 궁금하더라고요. 같은 반 아이들은 몇 명인지, 그 중에 친한 친구들은 누군지, 친구랑 뭐하고 노는지, 그 친구 어떤 점이 좋은지 등등. 아무래도 1학년 1학기의 목표는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이고 그중 태반은 친구 관계니까요. 더구나 유치원 졸업 후 새로 이사를 간 동네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터라 아는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잘 적응 중인지 걱정되는 것도 있었고요.

어디 1학년만 그렇겠어요. 어린이집부터 시작해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내내 부모님들은 아이의 '친구 관계'에 늘 관심도 많고 걱정도 많죠. 저 또한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러나 '친구들과 무조건 잘 지내야 한다'는 식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집 아이는 어릴 때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어서 친구들에게 자기 주장을 잘 못 하는 아이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속상한 일들이 생겼습니다. 심지어 여섯 살 때 다니던 유치원에 늘 힘으로 아이의 장난감을 뺏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도 자기 할 말을 잘 못하고 늘 당하기만 했어요.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하고,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아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꼭 그 친구 때문은 아니었지만 결국 유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아이에게 더 정확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법에 대해 가르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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