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실패는 왜 성공의 어머니일까?

<오늘의 질문> 실패는 왜 성공의 어머니일까?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훌륭할까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람이 훌륭할까요. 크고 작은 실패와 실수를 겪으며 단단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실패에 대한 가치 정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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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매년 열린다는 '낙방파티(Rejection Party)'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학 입시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입시 실패로 좌절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는 의미의 파티인데요, '낙방' 혹은 '거절'이라는 부정적 단어와 '파티'가 결합된 조합이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해당 뉴스에 대해서 우리집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낙방파티를 경험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점이 무엇일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아이는 '용기'라고 답했습니다. 낙방파티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을 것이고 그 용기 덕분에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죠.

사실 제가 해당 뉴스를 보다가 단지 '흥미롭다', '신선하다'는 감정을 넘어 '철학적'이라고까지 느꼈던 이유는 아이가 말한 '용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 대학에 떨어지는 경험이 큰 실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죠. 중요한 것은 실패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실패를 딛고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도약을 할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실패가 주는 좌절감에 갇혀버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때 낙방파티를 통해 '괜찮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경험이다'라는 위로와 위안을 받고 나아가 '이제 나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와 같은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실패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절망으로 주저앉지 않고 아이의 말처럼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낙방파티' 보도 장면, CBS 뉴스 화면 캡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한 말이라고 알려진 이 문장을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그러니까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괜찮다고, 실패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다고, 누군가를 위로할 때 내뱉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말이었죠.

그러나 이 문장의 진정성은 매번 의심 받아왔습니다. '실패는 실패일  뿐'이라던가, '성공의 어머니는 성공'이라는 식으로 뒤틀리고 변형돼 사용되기도 했고요. 사실 우리 사회의 성공 지향적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너무 삐딱한 시선 아니냐'고 몰아세울 수만도 없습니다. 말로는 실패나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미덕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과정이야 어떠했든 결과만 좋다면 다 상관없는 '성과주의'가 팽배하니까요. 상황이 이러하니 세상 경험 좀 혹독하게 해본 사람들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밖에요.

그러나 적어도 아이들에게만큼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성공의 단초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실패를 훌륭한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죠.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오래 전 어떤 뉴스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 '큰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라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성공만 거듭하는 사람은 도취감과 환희로 눈이 가려질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는 능력도 잃게 되고 겸손의 자세보다 우월감에 빠지기도 쉽겠죠. 실패할 확률이 있는 일에는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을 지도 모르고요.

실패를 겪는다는 것은, 아니 정확히 말해 실패를 딛고 일어선다는 것은 실패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는 과정,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과정,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까지가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 어떤 학습이나 공부보다 유용하고 효과적입니다. 이와 같은 배움을 그것도 '직접 겪는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면 성공에 한 걸음 가까워지게 될 테고, 그러니 기꺼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아이가 절대로 실패하지 않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실패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인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철학자인 샤를 페팽은 그의 저서 <실패의 미덕>에서 "단 한번도 실패를 겪지 못한 삶이 진정한 실패"라고까지 말하는데요, 실패는 현실을 만나게 해주고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고 겸손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해법을 통해 성공을 위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그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녀 교육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유대인의 교육법에도 '실패에 관한 교훈'이 등장합니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의 실수와 실패의 경험을 '새로운 배움'과 '깨달음의 기회'로 여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마잘 톱!'이라고 말하며 박수를 쳐준다고 해요. 히브리어로 '마잘 톱(mazal tov)'은 우리말로 '축하한다'는 뜻인데요, 실패 혹은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웠으니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경험 만한 공부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힌 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학습이자 교육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저자 사무엘 베케트는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더 많이 도전하고, 또 다시 실패하고, 그걸 통해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기회가 아닐까요.

아이들과 실패에 대한 철학, 실패와 성공의 관계, 아이들이 생각하는 실패와 성공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바라며, 그래서 드리는 오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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