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매년 열린다는 '낙방파티(Rejection Party)'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학 입시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입시 실패로 좌절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는 의미의 파티인데요, '낙방' 혹은 '거절'이라는 부정적 단어와 '파티'가 결합된 조합이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해당 뉴스에 대해서 우리집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낙방파티를 경험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점이 무엇일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아이는 '용기'라고 답했습니다. 낙방파티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을 것이고 그 용기 덕분에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죠.

사실 제가 해당 뉴스를 보다가 단지 '흥미롭다', '신선하다'는 감정을 넘어 '철학적'이라고까지 느꼈던 이유는 아이가 말한 '용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 대학에 떨어지는 경험이 큰 실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죠. 중요한 것은 실패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실패를 딛고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도약을 할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실패가 주는 좌절감에 갇혀버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때 낙방파티를 통해 '괜찮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경험이다'라는 위로와 위안을 받고 나아가 '이제 나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와 같은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실패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절망으로 주저앉지 않고 아이의 말처럼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낙방파티' 보도 장면, CBS 뉴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