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식량과 환경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세계식량의 날)
10월 16일은 '세계식량의 날'입니다. 식량 위기 문제에 대해 우리는 당장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 지표를 보면 앞으로 마주할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이날을 기회로 아이와 의미 있는 대화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바로 오늘, 10월 16일은 '세계식량의 날'입니다. 1946년 최초의 UN 상설전문기구로 등장한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는 1979년부터 매년 10월 16일을 '세계식량의 날'로 정했는데요,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정된 국제 기념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하며 삽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식량 지원 기구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무려 8억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점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2025년 쯤에는 전 세계 인구의 무려 30%가량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식량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전쟁, 경제난, 도시화 등으로 다양합니다. 세계 최대의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곡물값 상승, 세계 곡물 위기 등이 '전쟁'의 예라면, 경제적 어려움은 식량 확보를 어렵게 하는 보다 직접적 이유가 되죠. 농경지가 도시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식량을 재배할 땅이 점점 줄어드는 것 역시 곡물 등 생산량을 줄어들게 하는 이유이고요.
그러나 최근 식량 위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환경 이슈'입니다.
환경 문제로 인한 식량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기후 위기입니다. 식량 생산량은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가뭄, 장마, 태풍, 폭염, 산불 같은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한 해 농사를 아예 망치는 경우도 있죠. 날씨와 기후는 물론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환경 문제로 인해 갈수록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구 기온 상승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주요 농산물 생산량 감소는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어쩌면 단순 감소 정도가 아니라 일부 농산물 같은 경우에는 재배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할 테고요. 실제로 재배한계선이 상승하고 있는 사과는 지금 같은 온난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반도에서 더이상 재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의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식자재가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는 현실인 거죠.
환경 문제로 인한 식량 위기 두 번째는 '음식 쓰레기'입니다. 사실 음식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소비할 수 있는 식량과 먹거리 수를 감소 시키는 원인으로만 문제되는 게 아닙니다. 버려진 음식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죠. 실제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음식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음식물 쓰레기가 어느 정도가 배출되기에 그런 걸까요.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약 40억 톤 가량의 식량 중 1/3 가량이 음식물 쓰레기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버려지는 음식물이 없이 온전하게 소비된다면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세계 인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단계는 식량 생산 단계, 유통 단계, 소비 단계 등으로 다양합니다. 나라마다 약간 차이는 있는데요, 선진국에서는 주로 소비 단계에서 많은 음식 폐기물이 발생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보관 시설 등의 부족으로 인해 유통 및 보관 단계에서 많이 버려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선진국형입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4천 톤으로, 국민 1인 당 일 년 간 배출하는 음식 쓰레기 양으로 계산해보면 약 110kg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는 단계는 유통 및 조리 과정에서 57%, 먹고 남긴 음식물이 30%, 보관 중 폐기하는 식재료가 9%, 먹지 않은 음식물이 4% 정도라고 합니다. 버려지는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이 음식물을 처리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 연간 8000억 원 이상이라고 하니,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환경 문제에 대해 거론할 때마다 예로 등장하는 '음식물 남기지 않기'가 지닌 가치는 단순히 바람직한 행동 그 이상, 지구를 구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하는 위대한 행동의 시작인 셈입니다.
'세계식량의 날'을 기회 삼아, 아이와 함께 세계 식량 문제 나아가 식량과 환경이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 밥상 머리 토론 주제로 활용 : "오늘이 세계식량의 날이래"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겁니다. 현재 세계 식량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특히 환경적 측면에서 식량 위기와 환경 문제는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등 '음식물'들을 앞에 두고 하는 대화가 더 효과적이겠죠? 덤으로, 음식물 남기지 않기로 아이와 부모님이 약속하고 실천한다면 금상첨화!
- 주 1회 '채식' 데이 제안 : 실제로 식량과 환경 문제를 함께 거론할 때마다 자주 제안되는 내용인데요,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육류 대신 채식 식사를 하기로 약속하는 겁니다. 물론 '음식 남기지 않기'는 기본이고요. 채소 잘 안 먹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로컬 푸드에 대해 알아보기 : 독일에 살 때,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주일간 '그린 위크' 퍼포먼스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 간 환경 관련 이슈를 학교에서 체험하면서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이벤트였는데요, 그때 학교에서 제시한 주제 중 하나가 '로컬 푸드 데이' 였습니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로컬 푸드로만 스낵 박스를 채워오라'는 게 미션이었죠. 로컬 푸드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밖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수입해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식재료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운송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가능한 로컬 푸드를 이용한다면 그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 글로벌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의 식재료 생산 환경이 다른 만큼, 우리나라 안에서만 생산되는 식재료를 고집할 수 없는 문제도 크니까요. 다만, 아이와 함께 로컬 푸드 소비가 환경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실질적으로' 공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되지 않을까요.
- '푸드 뱅크'에 대해 알아보고 '식품 기부 의무화' 토론하기 : '푸드 뱅크'는 기업 및 개인으로부터 식품 및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물적 나눔 제도입니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됐고 유럽은 푸드 뱅크 활동이 굉장히 활발합니다. 우리나라도 푸드 뱅크 조직이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만큼 활성화한 단계는 아니고요.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시에서는 유통기한 임박한 식품 기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부터 대형 슈퍼마켓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기부해야 한다"는 게 법안 내용인데요, 이렇게 되면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던 '땡처리'는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푸드뱅크는 물론 브뤼셀 시민들은 시 당국의 발표를 환영하는 반면, 소매업계에서는 판매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유통 기한 임박 식품 의무 기부는 프랑스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라고 하네요. 푸드 뱅크에 대해 알아보고, 브뤼셀 시와 프랑스의 유통 기한 임박한 식품 기부 의무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오늘의 질문> 식량과 환경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