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 '상대평가 vs 절대평가'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대학 입시 제도는 늘 비판도 논란도 많은데요, 교육 제도와 필수적으로 연관되는 평가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거, 진짜야? 정말로 너희 나라에서는 그래?"
몇 해 전, 독일인 친구가 BBC 기사 하나를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우리나라의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시험 당일은 온 나라가 '수능'에 맞춰 돌아간다는 점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예로 든 몇 가지 사항 중에서 친구가 특히 놀란 부분은 '수능일 당일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된다'는 것이었는데요, 질문을 하던 친구의 놀란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온 국민을 긴장하게 하는 수능일이 다가왔습니다. 주변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야 할 수험생이 몇몇 있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떠나 이맘때가 되면 우리나라 입시에 대해 늘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30년이 다 되어가긴 하나 필자 역시 수능을 치렀고, 4년 후면 대학에 진학해야 할 아이도 있고, 무엇보다 매년 대학 입시와의 전쟁을 치르는 수많은 수험생과 부모님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다 보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입시란 무엇인가', '대학 진학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가', '지금의 입시 방식은 괜찮은가', '더 나은 방법은 없는가' 등으로 시작된 질문은 우리 교육의 방향성은 옳은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등 보다 큰 어젠다로 넘어가곤 합니다.
입시 제도와 평가 방식의 관계?
특히 올해는 몇몇 기사들이 기제가 돼 평가 방식이 입시 제도와 우리 교육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교육적 성과와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는데요, 그 첫 이슈는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관한 보도였습니다. (자료_“대학 서열화 완화하려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국교위 정책연구)
기사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내년 상반기 확정할 예정인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발주한 '대학 서열화 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 내용에 관한 것으로,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우 강한 변별력을 갖는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이 대학 서열화를 촉진
✅ 수능을 변별력 낮은 절대평가 등급제로 바꾸고 대학들이 여러 전형 자료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제안
✅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사실상 수능을 대입 선발고사에서 ‘자격고사’로 바꾸자는 말과 같은 맥락
✅ 수능을 미국 SAT처럼 문제은행식으로 개편하고, 학생들이 여러 번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포함
국교위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향후 10년 간의 교육발전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안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실제 적용은 2032학년도부터 가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 자격고사화 하고 대학들에게 학생 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주는 안이 실행 가능성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대평가 방식과 그로 인한 아이들 줄 세우기가 지나친 입시 과열과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필자로서는 그 자체가 굉장히 실험적인 제안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대평가가 전적으로 나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관련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또 하나의 뉴스를 공유합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 전국 중학생 중 35.2%가 수학에서 최저 등급인 E등급(60점 미만)에 속해 ‘예비 수포자’로 나타났으며, 이 수치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는 것.
✅ 종로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도시에서는 수학 E등급 비율이 낮고,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높은 비율을 보이는데, 입시 전문가들은 상대평가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의 부재가 지역 간 학력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재개해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
✅ 현재 초·중학교에서는 지필고사를 보더라도 상대평가를 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역시 초등학교는 2013년 폐지, 중·고등학교는 2017년 전수평가에서 3% 표집평가로 축소됐다는 점.
결국 기사의 제목에서 지칭하는 '이것'은 '상대평가'인 셈인데요, 학생들이 상대평가를 통해 자신의 학력을 파악하는 것이 학습 성취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각각의 장단점은?
사실 상대평가의 장점이 그런 거죠. 말 그대로 학생들의 상대적 성취를 보여주는 지표를 통해 자신의 정확한 학습 상태와 현실을 직시할 수 있고, 경쟁을 통해 학습에 동기부여를 받거나 성취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또 필요한 경우 상대평가를 통해 우수 인재를 선발, 인재 양성의 기반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상대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는 지나친 경쟁을 초래할 수 있으며, 또 친구를 경쟁자로 인식해 서로 돕고 협력하는 학습 환경 조성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절대평가는 각자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협동적인 학습 환경 조성이 가능합니다. 아이가 다니는 독일학교 역시 절대평가 제도를 택하고 있는데요, 아이는 시험을 볼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특정 과목이 부족한 친구의 학습을 도와주는 등 다같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곤 합니다. 물론 절대평가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시험 난이도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뢰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자신의 정확한 학습 능력 파악이 어려울 수도 있겠죠. 또 같은 레벨의 평가를 받는 그룹 안에서도 점수 차가 존재한다면 굳이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테고요.
학생들은 평가 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러한 평가 제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 중학교 3학년 친구들과 '상대평가 vs 절대평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보았는데요, 친구들은 두 제도의 장단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경우에 따라' 혹은 '학습자의 성향에 따라' 상대평가가 좋을 수도 있고, 절대평가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들을 내놓았습니다.
즉, 자신들처럼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거나 대학 입시 등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해서라도 상대평가를 위한 학력 파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어요. 상대평가가 경쟁 등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에서는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하위권 그룹 등에게는 오히려 절대평가 방식이 학습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했습니다. 상대평가로 줄 세우기를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을 올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포기해버릴 수도 있지만, 절대평가는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해볼 의지를 다질 수 있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토론에 참여한 친구들 의견처럼 상대평가가 더 좋은가, 절대평가가 더 좋은가의 문제는 교육 환경, 교육 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입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소개된 대학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현재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 내용을 다시 상기하게 되는 부분이죠.
'상대평가 vs 절대평가',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차원이 아니라 각각의 장단점을 생각해보며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아이들과 토론 시 생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덧붙여 소개합니다.
Q.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장단점은 각각 무엇일까?
Q. 상대평가가 유리한 학생, 절대평가가 유리한 학생은 어떤 경우일까?
Q. 성적을 절대평가로 받을 때와 상대평가로 받을 때, 공부에 대한 동기나 노력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Q. '수포자'가 많이 생기는 것과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Q. 상대평가로 경쟁하는 것이 공부하는 데 더 자극이 될까, 아니면 스트레스를 높일까?
Q. 대학 입시에 절대평가가 적용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Q. 대도시와 지방, 학군지와 비학군지 등 지역별 학력 격차는 어떤 평가 방식에서 더 커질까?
Q. 시험 점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도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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