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말(言)이 가진 힘은 어느 정도일까?

<오늘의 질문> 말(言)이 가진 힘은 어느 정도일까?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의 무게감, 책임감을 먼저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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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이자 음유시인인 이적 님이 몇 달 전 펴낸 책 <이적의 단어들>은 프롤로그를 대신한 짧은 '전주'로 시작합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란 말 대신 '전주'와 '후주'라는 이름을 붙인 것만으로도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무엇보다 전주의 내용부터 아주 강렬했습니다.

전주의 소재는 다름 아닌 '말'.

마음의 풍경.

때때로 살풍경.

한 페이지의 중간에, 페이지의 대부분을 여백으로 남긴 채 새겨진 이 짧고도 간결한 두 줄은 얼마나 강인한 힘이 있던지. 페이지에서 눈을 떼고 허공을 응시한 채 한참을 생각에 잠겼더랬죠.

그리고 최근 교실에서,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하면서 다시 위 문장을 상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표현 '때때로 살풍경'이 무겁게 떠올랐습니다.

살풍경(殺風景). '풍경'이라는 단어 앞에 '죽일 살'자가 붙은 이 표현은 스산하고 매몰차고 살기를 띤 광경을 일컫습니다. 말은 마음의 풍경이지만 때때로 '살풍경'이라니 너무도 뼈 아프고 적확한 표현 아닌가요.


온라인 커뮤니티가 출처라며 돌아다니고 있는 <진상부모 단골 멘트>를 혹시 보셨나요?

문장 자체로만 보면 나쁜 단어나 표현이 들어간 게 하나도 없지만, 결국 선생님들에게는 아프게 꽂히고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드는 표현들이라면 그 자체로 '칼'이 될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언어는, 말은 단순한 의사 표현 수단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또 죽이기도 할 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영국의 정치인인 펄 스트라찬 허드(Pearl Strachan Hurd)는 심지어 "말은 원자 폭탄보다 강하니 조심히 다루라"고까지 했죠.

말이 가진 힘을 객관적으로 '실험'한 내용도 있습니다.

오래 전, 한 방송사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방영했던 말의 힘에 관한 다큐멘터리 속 '밥풀 실험'은 아주 유명한데요. 두 개의 비이커에 일정량의 밥을 넣고 한 쪽에는 '고맙습니다'라고 써붙이고, 다른 한쪽에는 '짜증나'라고 써붙인 후, 매일 해당 방송사의 아나운서들이 '고맙습니다' 비이커에는 긍정적인 말들을, '짜증나' 비이커에는 부정적인 말들을 들려주었다고 해요. 한 달 후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비이커의 밥풀에는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누룩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짜증나' 비이커의 밥풀은 까맣게 썩어 있었죠.

찾아보자면 비슷한 실험 결과들은 정말 많습니다. 키우는 식물과 동물에게 따뜻하고 긍정적인 말을 들려주는 경우와 반대의 경우, 어떤 차이가 생기는가에 대해서도 익히 들은 바가 많습니다.

단순히 밥풀과 식물에 미치는 힘도 이럴진대, 그 말이 사람을 향한다면 훨씬 더 강한 무게감을 갖게 되겠죠.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가 매일 일상 속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수많은 육아서와 자녀 교육서들이 '부모의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루고 있고, 심지어 부모의 언어가 달라지면 아이를 바꾸는 기적을 일으킨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부모의 말'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가치관 형성, 유대감과 애착, 사회적 소통 기술과 교육적 효과로도 고스란히 나타나죠. 비교와 비판, 비난 같은 부정적 언어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격려와 지지, 존중의 긍정적 언어 속에 자란 아이가 어떻게 다른지는 굳이 긴 시간을 두고 실험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최근 학교를 중심으로 한 가슴 아픈 문제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갈등과 사건들이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예쁜 말, 고운 말, 바른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넘어 말의 역할은 무엇인지, 말이 얼마나 힘이 센지, 따라서 우리가 뱉는 말 한마디에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말이 그 자체로 우리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이 되어야지, 살기를 띤 '살풍경'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 깨닫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이 공통된 마음이겠지만,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의 무게감, 책임감을 먼저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물론, 대화 이전에 부모님들부터 '나의 언어'는 어떠한가 먼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겠죠? 부모의 언어는 그대로 아이들의 언어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미지_픽사베이

끝으로, 오늘의 질문을 남기기에 앞서, 말의 중요성 혹은 무게감에 대해 언급했던 지혜로운 이들의 명언을 공유합니다. 비록 짧은 문장들이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말은 영혼의 거울이며, 사람은 말하는 그대로 된다." - 푸블릴리우스 시루스(고대 로마의 작가이자 시인)

(Speech is the mirror of the soul; as a man speaks, so is he.)

"말하기 전에 세 개의 문을 통과하도록 하라. 사실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가?"-시인 루미

(Before you speak, let your words pass through three gates: Is it true? Is it necessary? Is it kind?)

"목소리가 아닌 말의 가치를 높여라. 꽃을 자라게 하는 것은 비이지 천둥이 아니다"-시인 루미

(Raise your words, not your voice. It is rain that grows flowers, not thunder.)

"부드러운 말 한마디, 친절한 표정, 선한 미소는 기적을 일으키고 기적을 이룰 수 있다." - 윌리엄 해즐릿(영국 작가)

(A gentle word, a kind look, a good-natured smile can work wonders and accomplish miracles.)

"우리는 아직 뱉지 않은 말의 주인이지만, 내뱉은 말의 노예다." - 윈스턴 처칠

(We are masters of the unsaid words, but slaves of those we let slip out.)

"친절한 말은 짧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 메아리는 정말 끝이 없다." - 마더 테레사

(Kind words can be short and easy to speak, but their echoes are truly endless.)

오늘의 질문 : 말(언어)이 가진 힘은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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