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모든 인간은 평등할까? (feat.세계인권선언일)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 오랫동안 듣고 살아온 이 명제는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을 살면서 점점 신뢰하지 않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평등의 가치와 기본 원칙을 가르쳐야 하는 게 어른의 몫입니다.
지난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일(World Human Rights Day)'이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일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선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올해는 세계인권선언이 선언된 지 7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권'은 민족, 국가, 인종, 성별, 종교, 사회적 출신 또는 지위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인 권리를 말하는데요, 즉 세계인권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 역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라고 '선언'하고 있죠. 그리고 이와 같은 선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의 헌법과 기본권에도 반영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헌법에 따라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아서는 안 되고, 모두 똑같이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 존재'인 것이죠.
그러나, 모든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문제는 세계인권선언은 선언일 뿐, 헌법은 헌법일 뿐 사회 곳곳에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하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문장은 이상적 명제일 뿐 현실적으로도 '그렇다'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본격적으로 이 논제를 두고 대화해본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여러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며 간접적으로 의견을 들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명제는 완전한 '거짓'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간혹 그 중에는 불평등의 근거들을 차근차근 늘어놓으며 반박하는 이도 있었고,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로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말을 듣고 그 가치를 믿었지만 어른이 된 후 완전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고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놀라운 건 중학생 친구들과 이 논제로 토론을 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모든 인간은 '전혀 평등하지 않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으며, 심지어 일명 '금수저 흙수저론'을 예로 들어가며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라고 하는 사회 생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상황은 셀 수 없이 많고, 그 기준 또한 다양한 답변들이 제시됐어요. 성적, 외모 등 중학생 입장에서 충분히 나올 만한 답변은 물론이고 '경제력'이 차별 포인트라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다양한 사교육을 받고 못 받고의 차이, 충분한 문화적 경험 유무의 차이, 하다못해 용돈 규모의 차이 등이 청소년 시절부터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근거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평등하다'고 가르쳐야 하는 이유?
아이들이 앞다투어 들이미는 '불평등하다 느끼는 상황' 앞에서 반박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너희들이 비록 그렇게 느끼지만 그래도 인간은 모두 똑같이 평등해"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해봤자 설득될 리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이들 의견에 동조하며 "그래, 맞아. 사실 세상은 엄청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은 그냥 지극히 이상적인 생각에 불과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기본 원칙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 인간에 대한 존중, 공정성 같은 기본적 윤리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내면 가치 성장은 물론 도덕성, 나아가 사회적 발달에도 절대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실은 불평등이 차고 넘치더라도, 혹 어른이 된 후 '평등하다고 믿었던 신념'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차별 없이 평등해야'만' 한다'고 믿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평등하지 않은' 건 현실의 문제이고, '평등한' 것은 지켜야 할 기본 가치이자 원칙이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변의 모든 '불평등'의 상황들을 모른 척하며 '아니야, 그래도 우리 모두는 무조건 평등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아이들에게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평등에 대해 생각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도록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다만 그 상황을 직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원인과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좀 더 성숙한 사회가 되는 데 우리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줄 필요는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일'을 되돌아보며, 현재 우리가 겪고 느끼는 평등과 불평등에 대해, 그리고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는 선언에 대해,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만 하는 까닭에 대해,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점들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관련해서 몇 가지 정보와 질문을 아래 덧붙입니다.
Q.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Q. 네가 '평등하지 않다'고 느끼는 상황들은 어떤 거야?
Q. 다음 그림 중 어떤 상황이 '평등'할까?
(**왼쪽 상황은 모두가 똑같이 하나씩 나누어 갖는 '평등', 오른쪽 상황은 각자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해서 나누어 갖는 '공평'의 상황으로, 교과서에서도 제시돼 있습니다!)
Q. 평등의 두 가지 개념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에 대해 알아볼까?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을 비교해보고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Q. '실질적 평등' 개념이 등장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19 시절,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 vs '사회적 약자 등 특정 계층만 지원'을 놓고 여론이 갈린 적이 있었죠. 같은 문제를 두고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개념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상황에 대해 대화해봐도 좋겠습니다.)
Q.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