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질투는 나쁜 감정일까?

<오늘의 질문> 질투는 나쁜 감정일까?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감정을 살피고 발견하고 말을 건네야 할 순간은 수시로 찾아옵니다. 감정에 대한 질문과 대화는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엄마와 아이의 정서적 관계 측면에서도 강력한 효과가 있습니다. '질투'라는 감정을 두고 우리집 아이와 나눈 10분 컷 짧은 토론을 공개합니다.

anotherthinking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를 보다 보면 자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아예 감정 자체를 꺼내지 못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그 감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식을 모르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 여지 없이 오은영 박사님의 '감정 표현' 코칭이 등장합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 많고 복잡다단해서 때론 어른들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 감정에서 느껴야 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감정이란 것도 학습이 필요하고 많은 경험치가 필요한데 아이들은 이제 배워가는 단계니까요. 물론 이 배움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서점에 가보면 '감정 수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책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보편적인 감정 수업 이론서에서 부터 어른, 아이, 부모, 직장인 등으로 세분화해서 설명하는 감정 수업 책들까지... 한 개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감정 뿐만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위치에 따라 또 책임져야 할 '감정'이 있으니 평생에 걸쳐 한들 이 수업이 끝날까 싶기도 합니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하지만 학문적으로 봤을 때 기본 감정은 꽤 단순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은 방대한 실험 연구를 통해 사람의 감정은 기쁨, 두려움, 분노, 슬픔, 놀람, 혐오 등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보편적 감정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심리학에서 인간의 기본 감정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것들입니다. (**가르치는 분들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합니다. 제가 '감정코칭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강의를 해주신 교수님은 인간의 기본 감정을 7가지로 규정하고 '행복, 슬픔, 흥미, 분노, 두려움, 혐오, 경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 감정일 뿐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 감정 하나하나마다 그 스펙트럼은 넓고, 또 사람마다 각자 정의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고, 때와 장소 시간에 따라 또 다르고, 변화해가는 양상도 달라지니까요.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주장한 보편적 감정 6가지는 기쁨, 두려움, 분노, 슬픔, 놀람, 혐오 등입니다.

감정에 대한 이론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을 터이니 각설하고, 오늘은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서 나눌 수 있는 대화, 질문, 그리고 짧은 토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이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들여다보고 적절한 표현법을 배우는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감정을 잘 살피는 것이 곧 육아의 핵심입니다. 긍정의 감정이든 부정의 감정이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면서 혹시 감정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아이가 스스로 감정 표현과 조절을 배우고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아이가 어렸을 때는 위에서 거론한 기본적 감정을 살피는 것에 대해 집중했던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은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같은 감정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의 폭이 어른처럼 복잡하지는 않죠. 기쁨은 좋고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이고, 슬픔은 부정적이고 마음이 아픈 것이며, 분노는 짜증이 나고 속상한 것, 정도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다 보니 이제는 좀 더 세밀한 감정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일 때처럼 "지금 감정이 어때?" "왜 그렇게 느꼈어?" 하는 식으로 마음을 열게 할 수는 없죠. 연령에 맞게 적절한 대화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참고로 어릴 때에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감정이 복잡한 양상을 띠는 시기로 갈수록 아이 감정을 더 들여다 보고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상황이 필요합니다. 물어보는 대로 혹은 물어보지 않아도 말해주는 어린 아이일 때와 달리 아무리 물어도 잘 대답 안 해주는 나이라면 더더욱 효과적인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죠.

감정 코칭에서는 아이가 감정적인 순간일 때가 '좋은 기회'라고 말합니다. 감정이 보일 때, '그 순간'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특히 그것이 강한 감정일수록 '감정 코칭'을 하기 좋다고 말하죠.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만 되어도 '그 순간' 바로 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 저는 나름의 전략을 짜고 좋은 타이밍을 노립니다.

아이들은 자기 감정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적절한 표현을 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 타이밍 중 하나였는데요, 어제 오후 아이와 시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의 감정에서 '질투심'을 읽었습니다. 시험 볼 때마다 모든 과목에서 가장 좋은 레벨의 점수를 받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이야기를 할 때 아이의 감정 변화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겁니다. 자신을 그 친구와 비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감정에 대해 대화해보고 싶었던 저는 고민 끝에 '토론'을 핑계로 질문을 해보기로 했죠.

그리고 바로 오늘 아침 학교 가는 차 안에서 '솔직한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나 : "내가 말야, 요즘 질투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 주로, 다른 사람의 책은 나오자마자 너무 잘 되는데 열심히 쓴 내 책은 왜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하는 데서 시작해. 물론 너무 훌륭한 책도 많지만, 또 막상 보면 어떤 책은 내가 보기에 그냥 그런 것도 있고, 때로는 저자의 이름값 때문에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거든. 그럴 땐 약간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실망스럽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게 되기도 하고 좀 복잡하더라고. 그러면서 '아 이렇게 남을 질투하는 내가 너무 별로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너는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쁜 감정일까?"
아이 : "(잠시 고민하더니) 음, 나는 약간의 질투는 괜찮다고 생각해. 질투하는 감정이 오히려 자신을 잘 되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동기 부여(motivation)를 해줄 수 있으니까. 그런 건 좋은 질투지."
나 : "음, '약간의' 라는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지. 원래 감정이라는 게 통제가 안되기도 하잖아. 네가 말하는 '약간'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거야?"
아이 :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게 된다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을 그 사람과 비교하면서 우울해지거나 좌절감이 드는 데까지 가지 않아야 하는 거지. 그 사람이 잘하니까 나도 잘하자, 뭐 그런 상태를 말해."

이제 모른 척 하고, 아이의 감정을 묻습니다.

나 : "그렇구나. 너는 어떨 때 질투하는 감정을 느껴?"
아이 : "나는... 시험 결과 받을 때. 다른 친구들이 성적을 잘 받으면 질투가 나기도 해."
나 : "그럴 때 너의 질투는 아까 말한 그 '약간'의 질투인 거야?"
아이 : "응 맞아, 그 친구를 보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나 : "오, 그러면 너는 한번도 그 사람이 싫어지거나 미워지는 질투를 느껴본 적 없어?"
아이 : "응, 나는 그런 적 없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 사람을 미워한다고 해서 나한테 좋을 게 없잖아?"
나 : "그렇구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질투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도 나를 더 좋게 발전시키는 쪽으로 쓸 수 있다면 진짜 좋은 질투네. 원래 질투는 감정 구분할 때 부정적인 감정에 속해 있거든.(**실제로 질투(시기심)는 기본 감정 구분에서 '분노'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너와 이야기하다 보니까 질투도 꼭 나쁜 감정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 엄마가 아침에 또 너한테 배웠네? 엄마도 질투를 느끼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 그런데 말야,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감정이라고 해서 다 좋지 만은 않을 수도 있고 나쁜 감정이 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네?"
아이 : "음, 그럴 것 같아. 근데 감정을 느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그건 좀 어렵다."

상담인 듯, 대화인 듯 '질투라는 감정'에 대한 10분 컷 짧은 토론을 통해 아이는 어제 자신이 느꼈을 질투라는 감정을 돌아보고 자기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발견하고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얻는 유대감과 깊은 이해, 아이의 성장은 엄마표 토론만이 갖는 강력한 장점입니다. 

엄마표 토론의 강점은 이런 데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아이를 관찰하고 감정을 발견해주고 그것에 대해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둘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생기고 아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죠. 엄마가 나서서 감정을 지적하고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보고 직접 해결하게 만드니 내면이 한층 성숙해지는 결과도 얻게 되고요.

아이의 어떤 '감정'을 발견했다면 질문해 보세요. 저처럼 질투도 좋고 기쁨, 슬픔도 좋고 아니면 눈물이나 화 같은 감정의 표현에 대해서도 좋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묻는 것은 기본, 감정 자체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뜻밖에 아이의 놀라운 답변을 듣게 될 지도 모릅니다.

<감정 자체에 대한 질문 예시>

Q. 기쁜 것과 행복한 것은 같은 걸까?

Q. 우리가 느끼는 좋은 감정(나쁜 감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Q. 나쁜 감정을 좋게 바꿀 수도 있을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 눈물은 슬픈 걸까, 아니면 다른 감정도 있을까?

Q. 너무 기쁠 때도 눈물이 나는데, 기쁠 때 흘리는 눈물과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어떻게 다를까?

Q. 무섭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피하면 될까?

Q. '화가 난다'고 표현하는데 '화'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어떻게 생겼을까?

Q. 내 감정을 정확히 모를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대화에 참여하세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이달의 무료 콘텐츠를 모두 읽으셨네요.

유료 구독하시면 갯수 제한 없이 마음껏 읽으실 수 있어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