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생각해보는 길고양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동물을 주제로 한 대화는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열기 딱 좋습니다. 게다가 때마침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뇨. 이런 날이 있는 줄도 몰랐던 많은 어린이 그리고 어른들이 함께 즐거운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난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습니다.
날짜를 챙기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날 아침 뉴스 검색을 위해 초록색 포털 사이트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세계 고양이의 날'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 위에 '눌러 보세요'라고 써 있어서 하란 대로 했더니 세상 귀여운 온갖 고양이들이 터치할 때마다 등장해서 미소가 절로 나오더군요.
현재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키우게 된다면 고양이도 괜찮겠다, 고 종종 남편과 이야기하고 있는 터라 그런지 '세계 고양이의 날'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마침, 그날은 아이와 토론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해서 본격 토론 전 '생각 나누기' 워밍업 자료로 제시하는 뉴스 토픽으로 고양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했고요. 이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를 보게 되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행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그날 토론 수업 주제는 '가상 현실 속 범죄'(*조만간 '토론 실전' 콘텐츠로 올라갈 예정입니다)에 관한 다소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토론 수업 시작과 함께 '오늘이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는 정보와 함께 이미 제가 반한 움직이는 고양이 일러스트들을 보여주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라고요.
'세계 고양이의 날'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복지운동단체 중 하나인 국제동물복지기금(IFAW·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이 고양이 인식 개선 및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고양이를 위해 지난 2002년 제정한 날이라고 해요. 2020년부터는 고양이의 건강 및 복지 개선을 목적으로 1958년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단체 (ICC·International Cat Care)가 관련 프로그램을 주관하며 기념일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8월 8일이 되면 전 세계 많은 고양이 집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고양이의 날'을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축하만이 아니라 유기묘 입양을 촉구하는 행동 및 관련 업계의 특가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리고요.
반려묘를 기르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 나라 역시 이 날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겠죠. 네이버 포털의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를 대표로 다음과 카카오 등에서도 '세계 고양이의 날'을 기념하는 여러 이벤트를 기획했고요, '고양이 집사'들이 모이는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이름을 붙인 '고양이 자랑 대회'가 열리는 등 반려묘를 기르는 많은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날이었습니다. 반려 동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발 빠른 '기획전'과 할인 행사 등도 풍성하게 열렸고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반려견은 2010년 약 461만 마리에서 2022년 544만 마리로 10여 년 사이 18% 증가한 반면, 같은 10년 동안 반려묘는 약 63만 마리에서 254만 마리로 늘어나는 등 무려 30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참고자료_반려묘 ‘집사’가 늘어나는 이유)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고양이의 날'이 하나가 아니란 점인데요, 각 나라마다 각자의 '고양이의 날'이 있더라고요. 대표적으로 러시아는 3월 1일, 일본은 2월 22일, 이탈리아는 2월 17일, 미국은 10월 29일(공인된 날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음) 등이며, 심지어 검은 고양이를 위한 날도 있다고 하는데요, 오랫동안 불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푸대접을 받아온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가장 큰 고양이 복지 자선단체인 캣프 (Cats Protection)은 매년 10월 27일을 '세계 검은 고양이의 날'로 제정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이미 '고양이의 날'이 있는데요, 고양이 작가로 유명한 고경원 작가가 '고양이 목숨이 9개'라는 속설에서 착안해 2009년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제안했다고 하네요.
길고양이와 캣맘을 둘러싼 지속된 갈등
고양이를 기르는 반려묘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고, 또 저처럼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지만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도 많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란은 몇 년째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인데요, '캣맘'이란 주인이 없거나 유기된 길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남녀를 통칭한 명칭입니다. 그런데 지역을 막론, 이들 캣맘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캣맘이 먹이를 챙기고 돌봐주면서 길고양이 개체 수가 번식하고, 더 많은 길고양이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 감정 혹은 실질적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부딪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상황은 점점 악화되면서 단순히 캣맘이 설치한 먹이통을 치우거나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을 넘어 캣맘에 대한 혐오도 생겨났습니다. 이는 실제 폭행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난 3월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같은 아파트 주민인 시각장애인을 폭행한 60대가 실형을 선고받는 일까지 있었을 정도입니다.
길고양이와 캣맘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자 정부가 나섰는데요, 지난 6월 정부는 캣맘이 돌보는 길고양이 수를 파악하고 지자체에 배포할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는 '길고양이 복지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여기에는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 학계 등 전문가가 참여해 길고양이 이슈를 살피고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의견을 마련하는 기구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길고양이 개체 수 번식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길고양이가 집단 서식하는 곳에 집중적 중성화를 시행하는 사업을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참고 자료_정부, 캣맘이 돌보는 길고양이 수 파악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사회적 갈등 줄인다)
길고양이와 공존, 어떻게 해야 할까?
2년 전 쯤,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두고 찬반 양론이 일었던 시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길고양이 먹이 주기'에 대한 토론을 이미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어떤 상황이 됐든 간에 동물 편을 들기 때문에 그때도 아이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짐작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찬반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은 너무나 훌륭하지만, 단순한 시비나 혐오가 아닌 정말로 누군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입장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니까요. 당시 아이들은 길고양이 먹이 주기가 도대체 왜 문제인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다가 개체 수의 증가와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 등에 대해 알게 된 후 제법 균형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그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아이들과 다시 한번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요, 그 사이 생각이 많이 자라고 더 성숙해진 덕분인지 무턱대고 길고양이 편을 드는 주장을 내세우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이미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사는 데 익숙해진 고양이들에 대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포획과 중성화를 통해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주민들과 협의를 거친 후 급식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등 보다 건강한 '공존' 아이디어를 개진했습니다.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는 이유를 막론하고 대단히 잘못된 일입니다. 반대로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고요. 모든 일에는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란 게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한 쪽이 옳기만 한 일은 없죠. 아직 '동물' 편에 마음이 많이 기울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지만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인간과 길고양이가 건강하게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질문> 길고양이와 인간의 건강한 공존,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