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어떤 어른을 닮고 싶어? (역할 모델 이야기)

<오늘의 질문> 어떤 어른을 닮고 싶어? (역할 모델 이야기)

아이를 잘 키우는 것과 '좋은 동네'의 상관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말하는 '동네'는 학군지 개념이 아닙니다. 주변에 얼마나 좋은 어른, 즉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른들이 있느냐의 여부죠. 아이 성장에, 장래 결정에 성인 역할 모델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데이터 결과를 새기며 '역할 모델'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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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내면이 자라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내 아이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10살 때 시작한 인터뷰는 몇 개월을 간격을 두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2020년 6월, 두 번째 공식 인터뷰의 주제는 '관계'였습니다. 당시 아이의 학교 생활을 관찰하던 중 친구 관계에 변화가 생겼음을 감지하고 특별히 '관계'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었죠. 그때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의 관계,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었는데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Q. 네가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의 관계는 어떤 거 같아?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거 같아. 내가 학교 간 후에 같이 도서관에도 가고 그러잖아. 농담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고 친구 같아. 그런 거 볼 때 좋아. 엄마 아빠가 친구처럼 지내는 거 보면 나도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그래.
Q. 나중에 네가 어른 된 후 부모가 되면, 엄마 아빠는 참고할 만해?
응. 아빠는 운동을 가르치고 엄마는 수학이랑 국어도 가르쳐주고. 엄마 아빠는 나한테 친구처럼 하니까 참 좋아. 같이 대화하는 것도 참 좋아. 저녁 먹을 때 하는 대화도 좋고 잠자기 전에 하는 대화도 너무 좋아. 아주 작은 걸로 시작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는 식으로 하는 거 있잖아. 어제도 엄마랑 자기 전에 줌 미팅으로 시작해서 프랑스 파리, 똥 냄새, 향수의 발명까지 이야기했잖아! 엄마는 설명을 재밌게 잘해.

지난해에 '너의 성장'이란 주제로 했던 인터뷰에서도 아이가 말하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Q. 아빠와 엄마는 너의 성장 과정에 어떤 자극을 준다고 생각해? 아니면 네가 성장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
아빠 엄마는 내가 자라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지. 무엇보다 항상 내 옆에서 있어주는 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보통의 부모님들은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않는데 엄마 아빠는 그렇지 않으니까.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자체, 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너무 좋아. 물론 아빠는 바빠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긴 어렵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주는 게 좋아. 시간이 나면 낭비하지 않고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나도 어른이 됐을 때 그렇게 하고 싶다고 느껴. 내가 나중에 아빠가 되면 내 일도 열심히 하면서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엄마는 일은 하지만 집에서 하니까 훨씬 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 엄마는 좀 철학적이고 창의적인데 그런 면들이 나에게 좋은 자극이 돼.

아이와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우리 부부는 그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위와 같은 질문과 답 앞에서 둘 다 "우리가 정말 잘 살아야 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는 부모를 매 순간 지켜보고 있고 또 부모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끼치고 자극을 주고 본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말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부모만이 아니라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아이 잘 키우는 것과 좋은 동네의 관계?

화제작이었던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최근작인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도 바로 이 '어른들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거론됩니다. 대체로 (물론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자 결정론자'적 입장을 취하는 저자는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내리는 수많은 결정과 행동의 결과(책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첫 해 1년 동만에만 부모가 무려 1750개의 까다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합니다)가 생각 만큼 아이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다음과 같이요.

"부모가 하는 모든 행동의 결과를 합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고, 부모들이 염려하는 문제에 관해 최선의 결정을 하더라도 아이의 장래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증거는 2011년 이후로도 계속 쌓였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부모들이 하는 결정들 중 한 가지는 중요하며 깊이 고민할 가치가 있다는 증거가 일부 나왔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제2장 '아이를 잘 키우는 비결:'동네'가 중요하다 중에서-

여기서 말하는 '중요한 사실 하나'가 바로 '동네'입니다. 사실 저는 두 번째 파트의 제목인 <'동네'가 중요하다>를 읽고 '좋은 학군'을 말하는 것인가 하고 오해를 할 뻔 했습니다. 물론 데이터를 동원한 '좋은 동네'의 특징들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학군지'와 겹치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핵심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장래에 부모가 아닌 동네 어른들의 영향이 의외로 크다"는 게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진짜 살고 있는 '동네'라기 보다 '주변 어른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자기 부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라고 짐작하면서 "어떤 부모라도 아이들을 설득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기는 무척 어렵다. 반면에 아이들은 자신이 접하는 다른 몇몇 어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를 자연스럽게 원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부모의 영향이 의외로 작다'는 말이 부모의 행실이나 성품, 인격 등이 아이 성장에 '적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아이들 장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오직 부모라는 어른의 영향만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책 속 저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데이터에 따르면 부모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영역이 하나 있다. 당신의 아이를 어떤 사람들에게 노출시킬 것인가? 이 지점에서 당신은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중략) 당신의 아이들이 모방하기를 바라는 성인들에게 당신의 아이를 노출시키는 게 좋다.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당신의 아이들이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어라.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당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조언도 해주도록 하라."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데이터 결과를 토대로 아이의 성장에 '바람직한 성인 역할 모델'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이 파트를 읽으면서 우리집 환경과 아이의 성장 과정을 투영해보고 관련해 아이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수학, 코딩,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가 꿈꾸는 미래는 'DNA 결정론'과 거리가 있습니다. 문과 출신이지만 수학을 사랑하는 저, 문과 출신이지만 경제 파트를 전공한 남편의 DNA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아이가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잘하는 분야, 또 아이가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는 유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아이에게 영향을 끼친 분들이 있었기도 하고 지금 현재도 여전히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눈에 보이는 아이의 결정적 특징만이 아니라 아주 섬세한 부분들까지 파고 들면 주변의 아주 많은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학교 선생님들, 친구의 부모님들, 가족 관계 중 많은 어른들, 자주는 아니었더라도 아이의 마음에 어떤 자극과 인상을 남겼을 지 모를 여러 지인들... 특히 독일에 살 때 우리집은 늘 많은 어른들이 방문 오는 장소였기 때문에, 늘 어른들과 함께 대화하고 또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아이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역할 모델들을 만났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 그래서 오늘 드리는 질문은 역할 모델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점을 본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점은 고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보고 솔직하게 말하고 듣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또 어떤 어른이 훌륭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지, 주변에 닮고 싶은 롤 모델이 되는 어른이 있는지, 그 어른의 어떤 면을 닮고 싶은지, 아이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도 물어보세요. '아이는 부모의 그리고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소소한 다짐(혹은 반성?)을 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귀한 시간이 되어줄 겁니다.  

<오늘의 질문> : 어떤 어른을 닮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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