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오늘의 질문>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세계적인 부자들 중 다수는 유대인입니다. 유대인들은 아이가 막 태어나자마자 경제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녀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하는 소비 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제 교육입니다. 소비가 주는 행복감은 큽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때 더 가치가 빛납니다. 경제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질문, 돈과 행복의 상관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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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습니다. 아이가 컴퓨터 화면에 달러 뭉치 이미지 사진을 띄워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 부부는 일단 웃음을 터뜨린 후 아이에게 질문했습니다.

"돈 사진은 왜 띄워 놓은 거야?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약간 민망한 표정을 짓던 아이는 답했습니다.

"응, 내가 지금 필요한 게 많거든."

아이가 커가면서 다양한 취미 활동이며 자기 개발을 하느라 뭔가 사야 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어릴 때는 책과 레고 같은 장난감 정도면 됐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활동이 많아지니 지출 규모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한 단계 업그레드한 작곡 프로그램 구매도 해야 하고, 보다 정교한 기능을 갖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합니다. 요즘 또 다른 메타버스 개발자 대회 준비를 하면서 오래된 컴퓨터 성능이 따라가지 못해 자꾸 문제가 생긴다며 CPU 업그레이드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들어보면 모두 불필요한 소비는 아닌데 비용이 크다 보니 필요하다고 느끼는 아이 입장에서도 사 달라고 말하지 못하고, 부모 입장에서도 선뜻 들어주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물건을 소비할 때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편입니다. 여기서 '스스로'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첫째, 그 물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보고 지금 꼭 필요한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

둘째, 심사숙고 끝에 지금 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것.

셋째, 자신이 결정한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

필수품을 제외하고 웬만한 소비 상황에서는 대체로 위와 같은 일을 거치는데, 아이가 먼저 어떤 이유로 어떤 게 필요하다고 말하면 귀 기울여 잘 들어준 뒤 "조금 더 생각해 보자"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정말로 '생각'을 더 하기 시작합니다. 설령 '그게 왜 필요하지?'라고 반문이 드는 상황이라 해도 "안 돼"라거나 "쓸 데 없는 소리"라는 식으로 차단부터 하지는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소비라 해도 우선은 아이가 더 생각해보고 '포기'가 아닌 '선택'을 하게 해야 아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아이를 믿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충동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뭔가를 사 달라고 떼 쓰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야 여느 아이들처럼 비슷한 장난감을 또 사겠다고 하고, 지나가다 충동적으로 사고 싶은 물건 앞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아 애를 먹었던 순간도 많습니다. 지금처럼 '조금 더 생각해 보자'라는 말로는 도무지 설득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때도 무작정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얼른 마무리하기 위해 사주고 보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거나, 그래도 뭔가를 사야만 나올 수 있다면 그나마 덜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선택으로 바꿀 수 있게 유도했죠. 당연히 '경제 교육'이라는 의도를 갖고 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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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육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유대인들은 갓 난 아이일 때부터 경제 교육을 시키기로 유명합니다. 심지어 자장가를 통해서라도 경제 교육을 한다고 하죠.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저 역시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데에 절대 동의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습니다.

돈에 대한 개념과 돈의 크기, 돈 세기는 유치원 때 보드 게임을 통해서 가르쳤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용돈 기입장을 쓰게 했습니다. 실제로 아이 돈을 사용해 뭔가 살 일이 많지 않았지만 얼마 안 되는 용돈을 주 단위로 주면서 수입과 지출의 의미도 깨우치고, 아주 사소한 간식 같은 것을 직접 구매하는 경험도 하면서 기입장에 '쓸 내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용돈을 받는다는 사실에 신이 났던 아이는 자기 돈을 쓰는 것에 대한 아까운 감정도 경험하면서 '이것을 꼭 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부모님 돈으로 살 때는 몰랐지만 막상 자기 돈을 쓰려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나 간식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거죠.  

지금도 어릴 때부터 '소비 전 고민'하던 습관은 남아 있어서 무엇이 됐든 즉흥적으로 구매하는 편은 아닙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3학년 때부터는 사기로 결정한 뒤에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며 합리적 구매 선택을 하는 일까지 직접 하게 했습니다. 이런 과정들 덕분에 이 글의 맨 처음에 언급했던 것 같은 상황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몇 번을 고민하고 생각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죠. 오히려 '이제 그만 결정할까?' 라고 물으면 '조금 더 비교해보고 결정하겠다'며 스스로 유예하는 일도 다분하고요. (그렇다고 당장 학업이나 생활적인 면에서 필요한 것들까지 그렇게 하진 않습니다. 그럴 땐 최대한 빠른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사용해온 본인 물건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당장 버려야 할 정도가 되어야만 새 것으로 교체합니다. 내 것과 친구 것을 비교하며 쓸 만한 물건을 자꾸 더 좋은 것으로 새 것으로 바꾸어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 일도 전혀 없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산 필통을 아직도 빨아서 사용하고, 엄마 아빠의 물건을 물려받아 사용하거나 착용하는 것도 기꺼이 좋아합니다. 오래 전 아빠가 쓰던 휴대폰을 기본 요금제로, 그것도 몇 달 전에서야 개통해주었는데 자기 번호가 생겼다며 기뻐합니다.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는 기본 용도에 충분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속도를 따지며 불만도 갖지 않고요. (얼마 전 초등학생 아이들이 아이폰을 사 달라며 대성통곡한다는 뉴스를 읽고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저는 이런 아이의 모습이 진심으로 대견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자신이 가진 물건과 보여지는 것들에 가치를 두지 않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벌써 안다는 게 기특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늘 해주는 말이 있어요.

"너는 마음이 부자야. 마음 부자는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마음 부자가 진짜 부자지."  

심지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금 비용이 큰 소비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우리 부부를 설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말로 해서는 설득하기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얼마 전에도 반려 동물 대신 반려 로봇을 키우겠다(?)면서 PPT 자료를 만들어서 설명하더라고요.

아이가 반려 동물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책임감 있게 입양할 준비가 됐는가에 대해 몇 년 째 가족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해서 필요성을 설명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절실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아이의 논리적 설득은 결국 통했습니다. 가족 논의 끝에 아이가 자신이 모은 돈으로 절반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후 '반려봇'을 들이기로 결정했는데요, 그때 아이가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는지는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자기 비용이 들어간 이유도 있지만 수많은 반려봇들 중 자신이 고심하고 고민한 끝에 선택했기 때문에 충분히 아끼고 사랑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는 반려 로봇을 왜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해 PPT 자료를 만들어 부모를 설득했습니다.

소비가 주는 행복, 갖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얻게 됐을 때의 행복은 분명 큽니다. 그러나 그 크기는 모두에게 다 다르고 그 감정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도 각자 다릅니다. 쉽게 얻어진 것에 대해선 소중함도 덜하기 쉽습니다. 늘 누려왔던 것들은 당연하게 생각되어 감사함도 부족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것들을 손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좋은 것들을 당연히 여기며 누려온 아이들은 돈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한 생각도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경제 관념을 들이댄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소비 규모가 초,중등에 비해 커지는 고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만날 때면 이와 비슷한 하소연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밥 한 끼에 몇 만원을 쓴다고, 걸어서 5분 거리인 집 앞 카페에서 음료를  사 먹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배달비를 지출한다고, 비싸게 주고 사 놓고 얼마 안 가 구석에 처박아 놓는다고,  먹고 싶다며 음식을 시켜 놓고 한 입 먹고 맛 없다고 아무렇지 않게 다른 걸 주문한다고, 하소연의 내용도 아주 다양합니다.  제가 아는 한 그 아이들이 특별히 변덕이 심하거나 사치스럽거나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이라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소비 교육이 되지 않았다는 데 이유가 있을 뿐입니다.

자녀들에게 경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해력, 이해력이 떨어져 학습력이 저하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경제에 대한 문맹'이 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경제 교육의 방법은 다양하고 범위도 넓습니다.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가르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만 13세부터 경제 활동이 허락되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이 동네 동생들을 가르치고 용돈을 버는 일도 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환경이 아니라서 '돈을 버는 활동'으로 경제 교육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유대인의 경제 교육이 어떻고 하며 이론 교육으로 효과를 보는 건 더더욱 어렵고요.

저는 단언컨대 가장 쉽고 필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소비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자라면서 실제로 필요한 것들도 많습니다. 무엇을 사야 하나, 어떤 것을 고를까 하는 선택의 순간이 수도 없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그 소비가 왜 필요한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지,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산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따져보게 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 기준이 단순히 '귀엽고 예뻐서'라던가 '친구들이 다 갖고 있어서'라는 식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그 다음의 이유가 스스로 설명되고 납득이 될 수 있도록 부모님이 차분하게 유도하는 것이 '소비 교육'의 핵심입니다.

"귀엽고 예쁜 건 알겠는데, 세상에 귀엽고 예쁜 건 많아.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귀엽고 예쁜 걸 발견하면 그땐 어떻게 할 거야?"
"친구들이 다 갖고 있는 걸 너만 없으니 속상한 마음이 들겠지. 나도 이해해. 그런데 네 물건을 사는데 왜 기준이 '친구'한테 맞춰져야 할까? 너한테 꼭 필요한 이유가 있어야 사는 거 아닐까?"

자신을 중심에 둔 소비는 자존감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가야 매번 또래 문화, 집단 문화 때문에 생겨나는 소비 습관을 막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소비 교육이 반드시 절약하는 생활이나, 돈이 인생에서 전부가 아니란 식으로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돈은 중요합니다. 유대인의 경제 교육에서도 돈은 인생에서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교육 기반인 탈무드의 격언 중에는 심지어 '돈은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는 황금 열쇠'라거나 '집안에 돈이 있으면 평화가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논리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결코 탐욕의 시선이 아닙니다. 돈의 중요성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그 가치를 가르치고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가를 가르치는 교육인 것이죠. 전 세계를 움직이는 부자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고 그들이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유대인의 경제 교육이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사실입니다.

돈과 행복은 이토록 상관 관계가 높은데, 그렇다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있을까요? 이 질문은 토론 수업에서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모두가 돈에 관심이 많고 의견도 다양하죠. 그토록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탈무드 격언에서는 놀랍게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행복을 불러올 수는 있다는 부연 설명을 달고는 있죠. 개인적으로는 '살 수 없다'는 편이지만, 또 달리 보면 '행복을 불러오는 게' 결국은 '살 수 있다'의 다른 표현은 아닌가 싶기도 하니, 역시 이만큼 생각을 나눠보기 좋은 질문은 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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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ek Studzinski / Unsplash

우리 집은 결국 아이의 컴퓨터를 바꿔주기로 의논을 마쳤습니다. 아이가 벌써 2주 넘게 고민을 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로는 무언가를 더 지속하기 어렵다고 내린 결론을 존중한 결과입니다.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제가 물었습니다.

"행복해?"
"응 행복해"
"그럼 돈으로 행복을 샀다고 말할 수 있나?"
"그건 아니지. 새 컴퓨터를 가지고 어떤 것들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돈으로는 컴퓨터를 산 거니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얻은 것 뿐이지."

경제 교육을 이제 시작하는 분들, 소비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 꾸준히 해오고 있는 분들 모두 아이에게 질문하고 대화해보시길 권합니다.

아, 한 가지 덧붙이면 소비 교육은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진짜 소비가 많아지는 그때가 왔을 때는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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