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 다큐멘터리에서 카나리아 제도를 소개해주고 있기에 흥미롭게 보고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카나리아 제도 여행을 할 당시 방문해보지 못했던 지역이라 더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도마뱀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가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동남아 국가를 방문했을 때 호텔 곳곳에서 도마뱀을 발견했던 적은 있었지만 코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다가서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죠.

촬영 중이던 제작진 눈에도 이상했던 모양인지 가이드에게 "도마뱀이 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겁니까?"하고 묻습니다. 가이드 대답은 이랬습니다. 관광객들이 와서 먹이를 주니까 그렇다고,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해도 먹이를 준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먹이 사슬에 문제가 생기고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어서 그러면 안 된다는 당부도 덧붙입니다. 그 장면을 보며 '이제는 도마뱀한테까지 먹이를 주는구나' 생각하다가 당연한 수순으로 비둘기를 떠올렸습니다.

얼마 전 동네 우체국 앞에 새로 붙은 공지를 본 기억도 났습니다. "제발 비둘기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라고 써 붙인 것을 보고 '여기도 비둘기 떼가 모여들어 골치가 좀 아픈가 보다'하고 넘어갔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문장 하나가 추가돼 있는 걸 봤습니다. "비둘기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자생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다짜고짜 먹이 주지 말라는 한 문장이 신경질적으로 읽혔던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부연 설명이 붙어 '친절해진' 안내문을 보다가 '누군가 지적이라도 했던 것일까' 싶어 살짝 웃음이 났지요.

돌아와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