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저녁. 평소 아빠한테 뭘 사오라고 부탁하는 적이 거의 없는 아이가 그날 퇴근 무렵엔 빼빼로를 사오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날 학교에서도 다니는 합기도 체육관에서도 온통 빼빼로 잔치였던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재밌는 대화가 가능하겠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다소 도발적 질문으로 아이를 살짝 자극해 보면 흥미로운 대화가 오가겠다는 생각에 바로 화두를 던졌죠.

나 "빼빼로데이는 상술이야. 마케팅이라고. 짜장면 먹는 데이, 카레 먹는 데이, 삼겹살 먹는 데이... 무슨 무슨 데이가 너무 많아! 너는 데이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들 "생각 참 잘 한 거지. 엄청 잘 팔리잖아. 나도 오늘 학교에서도 형들이 줘서 많이 먹었고 합기도장에서도 또 받았어. 합기도장에서 OO이는 애들이랑 나눠 먹는다면서 한 스무 박스는 가져왔던데!"
나 "그것 봐. 다들 데이 마케팅에 넘어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