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데이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우리만의 데이' 만들기 토론)

<오늘의 질문> '데이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우리만의 데이' 만들기 토론)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지나친 상술에 넘어갈 필요는 없지만 이런 날 아이에게 초콜릿 하나 캔디 하나 건네면서 '평소보다 더 진한' 사랑 표현 어떤가요. 물론 우리에겐 의도가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 년 내내 너무나 많은 '데이 마케팅'에 대해서도 가볍게 대화를 빌어 토론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더 좋겠죠!

anotherthinking

지난해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저녁. 평소 아빠한테 뭘 사오라고 부탁하는 적이 거의 없는 아이가 그날 퇴근 무렵엔 빼빼로를 사오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날 학교에서도 다니는 합기도 체육관에서도 온통 빼빼로 잔치였던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재밌는 대화가 가능하겠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다소 도발적 질문으로 아이를 살짝 자극해 보면 흥미로운 대화가 오가겠다는 생각에 바로 화두를 던졌죠.

나 "빼빼로데이는 상술이야. 마케팅이라고. 짜장면 먹는 데이, 카레 먹는 데이, 삼겹살 먹는 데이... 무슨 무슨 데이가 너무 많아! 너는 데이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들 "생각 참 잘 한 거지. 엄청 잘 팔리잖아. 나도 오늘 학교에서도 형들이 줘서 많이 먹었고 합기도장에서도 또 받았어. 합기도장에서 OO이는 애들이랑 나눠 먹는다면서 한 스무 박스는 가져왔던데!"
나 "그것 봐. 다들 데이 마케팅에 넘어갔잖아."
아들 "그런 아이디어 생각해 낸 사람 정말 대단해. 빼빼로 회사에서 상 줘야 할 것 같아!"
나 "그런데 문제는 그런 데이가 너무 많다는 거지. 이러다 365일 무슨 '데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뭐가 특별하겠어!"
아들 "음, 물론 매일 매일 무슨 '데이'인 건 별로지만, 그래도 비즈니스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진짜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해. 나도 나중에 비즈니스를 할 거라서 마케팅이라고 해도 이런 아이디어에 그냥 사주고 싶어."
나 "상술에 이용되는 거야. 꼭 필요해서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가 아니잖아."
아들 "응, 나는 적극적으로 이용 당하고 싶어! ㅎㅎ"

'데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데이 마케팅 찬반 토론'과 같은 심각한 대화가 아니었으므로 아이와의 대화는 '과자를  많이 먹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이용 당하겠다'라는 아이의 지극히 '어린이 다운' 생각과 발언으로 끝났지만, 그날을 이용해 '데이 마케팅'에 대해 공유하고 한 번 쯤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던 나의 의도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그날 이후로 무슨 '데이'를 접하게 될 때마다 적극 '이용 당하면서도' 그 의미 등을 곱씹게 될 거라던 제 예측이 오늘 아침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증명되었기 때문이죠.

오늘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밸런타이 데이'입니다. 아침 등교길, 제가 아이를 위해 초콜릿을 준비해두겠다고 말하자 아이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그러더라고요.

"엄마도 데이 마케팅에 이용 당하는 거 아니야?"

아이가 그렇게 받아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 싶었어요. 사실 아침에 초콜릿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밸런타인데이가 다른 '데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거든요.

여러분은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으로 사랑 고백하는 날'이라는 게 가장 보편적인 대답일 겁니다. 실제로는 여자와 남자를 막론하고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 받거나,  '고백'하는 날로 '활용'되고 있죠.

밸런타인데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 마케팅'의 그 '데이들'과 달리 상술이나 마케팅에서 비롯된 게 아닌, 역사가 아주 깊은 날입니다. 무려 3세기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그 시절에는 황제의 허락 없이는 결혼을 할 수 없었는데 기독교 사제였던 밸런티누스 사제가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 시켜준 죄로 순교를 당하게 됩니다. 즉 그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 바로 '밸런타인데이'로 공식 명칭이 'Saint Valentine's Day'인 데는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Saint(세인트)'는 '성인(聖人)'을 뜻하는 단어죠.)  이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의 날로 매년 기념하고 있고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는 것이 허락되었다고 합니다. 그 고백의 매개체가 주로 초콜릿이었고요.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게 됐을까요.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입니다. 그 역사적 의미와 달리 밸런타인데이 역시 상술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비판에서 그다지 자유롭지는 않지만 다른 데이에 비하면 밸런타인데이에 선물을 통한 사랑의 표현, 고백 등은 어느 정도 아름답게 인정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문제는 밸런타인데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온갖 데이가 탄생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게 수많은 포틴 데이(fourteen day)입니다. 2월 '14일'만이 아니라 거의 매월 14일을 특정 '데이'로 의미를 부여하는 게 한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때론 너무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데이들이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는 여태껏 명맥이 유지되는 날도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 1월 14일 다이어리데이(Diaryday) : 일년 동안 쓸 다이어리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날.
  • 3월 14일 화이트데이(Whiteday) :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은 남자가 그 마음을 받아들일 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연인 사이라면 남자가 밸런타인데이에 받은 선물에 대해 답례하는 날.
  • 4월 14일은 블랙데이(Blackday) : 2월과 3월에 어떤 선물도 받지 못한 이들이 만나 외로움을 달래는 날. 블랙 푸드인 짜장면을 먹는 짜장면 데이라고도 함.
  • 5월 14일은 옐로우데이(Yellowday), 로즈데이(Roseday) :  블랙 데이까지 연인을 사귀지 못한 사람이 노란색 옷을 입고 카레를 먹어야 독신을 면한다는 날. 연인들끼리 장미를 선물한다는 로즈 데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함.
  • 6월 14일은 키스데이(Kissday) : 14일에 만난 연인들이 입맞춤을 하는 날.
  • 7월 14일은 실버데이(Silverday) :  선배(학교나 직장의 선배 또는 부모님)에게 애인을 소개 시키는 날. 선배 즉 실버들은 이 날 데이트 비용을 최대한 보조해 주어야 한다고.
  • 8월 14일은 그린데이(Greenday) : 산림욕을 하며 데이트하는 날.  이때까지 애인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그린 소주'를 마신다는 의미가 있다고도 함.  
  • 9월 14일은 뮤직데이(Musicday) : 나이트클럽 같은 음악이 있는 곳에서 친구들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날.  
  • 10월 14일은 레드데이(Redday), 와인데이(Wineday) : 붉은 와인을 마시는 날.
  • 11월 14일은 오렌지데이(Orangeday), 무비데이(Movieday) :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날 혹은 연인끼리 영화를 보는 날.
  • 12월 14일은 머니데이(Moneyday), 허그데이(Hugday) : 1년의 수많은 '데이'에 다양한 선물을 하느라 더 이상 선물할 게 없어지면서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쓴다는 의미의 '머니데이', 그리고 연인끼리 서로 포옹하는 날이라는 허그데이.

<이상 출처는 '한국세시풍속사전' 중에서>

화이트데이, 옐로우데이, 블랙데이 정도는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많은 포틴 데이가 있다니 놀랍기만 하네요.

밸런타인데이를 비롯해 14일의 데이 마케팅이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일부는 데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면서 14일이 아닌 특정 숫자와 제품을 연관 지은 또 다른 '데이 마케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3'이 '겹'쳐진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 과자 모양이 '1'자를 닮았다 해서 생겨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실제로 이런 날들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크다는 결과 보고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다른 기업들도 '데이 마케팅'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죠. 도대체 연관성도 모르겠고 기억도 잘 안 나는 초코파이데이(10월 10일), 에이스데이(10월 31일), 고래밥데이(12월 12일)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런 스토리도 없이 '유행'만 좇았던 이 데이들은 이렇다 할 효과는커녕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판만 받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른 날엔 몰라도 오늘 밸런타인데이 만큼은 아이가 좋아하는 초콜릿 건네면서 밸런타인데이의 기원과 원래 의미, 그리고 다양한 데이마케팅에 대해서 흥미진진한 대화를 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추가적으로, '상술'에 이용되지 말고 아이와 의논해 우리 가족 만을 위한 특정 '데이'를 만들어보는 활동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아이에게 "우리 가족을 위해 어떤 날짜에 어떤 데이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라고 묻고 '토론'해 보세요. 우리만의 무비데이, 치킨데이, 편지데이 등을 만들면 그건 '우리 가족 고유의 특별한 문화'가 되는 겁니다. 물론, 아이의 의견이 다소 엉뚱하고 스토리텔링이 좀 약하더라도 적극 수용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그런 식의 '성취 경험'을 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니까요!

<오늘의 질문> : 데이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우리만의 '데이'를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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