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적일까?

<오늘의 질문>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적일까?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바로 이때가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할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한데요, 오늘의 질문은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바로 그 문제, '다수결의 원칙'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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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위세 좋은 직업, 영향력이 크고, 존경과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한중일 3국과 미국, 독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7~8월 진행된 이 조사는 생산직, 전문직 같은 각 직업별 분류에서 선별한 15개 직업을 제시했는데요, 나라별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됐습니다.

한중일 3국은 국회의원의 직업적 위세가 가장 높다고 평가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소방관'이 1위를 차지한 겁니다. 일본의 경우는 국회의원에 이어 약사, 그리고 소방관이 3위에 올랐는데요,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약사-AI 전문가 순으로 조사됐고 소방관은 하위권인 11위에 불과했다고 해요. 미국과 독일은 국회원이 어디쯤에 있었는지도 흥미롭습니다. 독일은 중하위권인 10위, 미국은 12위로 나타났어요. (참고자료_"한국, 직업 귀천 가장 따졌다"…한중일 vs 미독 놀라운 직업의식 차이는, SBS뉴스)

나라별 순위를 놓고 보니 직업 의식에 관한 차이가 극명하게 보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1위가 '국회의원'인 것은 별로 이상할 게 없는 결과입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국회의원들의 '위세'가 선거 전과 후가 달라진다는 점이죠. 선거 전에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의 봉사자'임을 자처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할 때가 많죠.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 길거리에서 언론에서 한껏 고개를 숙인 그들을 보고 있으면 씁쓸한 마음마저 듭니다.

자,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직업 의식은 아니고요, 바로 선거와 관련한 지극히 보편적 논제에 관한 것입니다.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투표는 민주적인 행동, 투표의 결과도 민주적일까?

온 나라가 선거로 인해 떠들썩합니다. 각종 여론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대답이 적잖은 비율로 조사되는 것을 보면 선거에 별 관심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피로감만 쌓이는 국민들도 많을 것 같긴 합니다만, 몇 년에 한 번씩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투표는 민주주의를 실천에 옮기는 행동이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지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결과를 차치하고 선거 제도 자체만 보면 민주주의 핵심인 게 분명합니다. 그 이유는 선거는 국민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그로 인해 정부의 구성, 정책 방향, 나아가 국가의 운영에 있어 참여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이렇게 선출된 대표자는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은 것으로 간주돼 정당성을 부여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과연 민주적인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먼저, 선거 과정은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선거 과정에서 민주적이지 못한 조작이나 부정행위가 있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일부 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겠지만요.) 예를 들면 모든 후보가 다 똑같이 유권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아니라는 점만 봐도 완전히 공정하다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미디어는 여야 거대 정당의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소수 정당 후보들은 소외될 때가 많죠. 각 후보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물리력'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물론 주권자인 국민이 '알고자 노력'한다면 방법은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유권자는 극히 드물 겁니다.

결국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 혹은 안전한 선택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국민은 후보자의 면면보다는 정당을 보고 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정당을 보고 국민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것은 민주적일까요? 현대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정당 민주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선거라는 기본을 생각하면 정당을 보고 선택한 후보가 '나'를 대표하는 정치적, 정책적 방향성을 지녔는가 하는 부분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의 정책적 비전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각종 공약도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일 수도 있는 일이고요.

두 번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충분히 국민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선거로 선출된 대표는 실제로 국민의 다양성과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특정 집단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상황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죠. 뭐, 정치란 것이 보다 능력 있고 뛰어난 사람들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 부분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성'은 부족한 것 아닐까요?

선거 결과가 반드시 대다수의 국민 의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40%의 득표율은 얻어 선출된 A후보가 과연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A후보와 정 반대 성향을 가진 B와 C후보를 합쳐 60%라 하더라도 결국 A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민주적인 걸까요?

낮은 투표율 또한 선거가 국민 전체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만일 전체 투표 참여율이 55%밖에 되지 않아 국민의 45%가 선택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A후보는 결과적으로 전체의 22%만이 선택한 셈이 되는데요, 이 정도로 국민의 대표성을 띠어도 괜찮을 것일까요? 물론 선거에서 자신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들의 의견까지 모두 반영해줄 수 없고, 단지 '대표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정해본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가정을 통해 선거의 결과가 늘 민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은 충분히 품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선거 제도에서는 '의문'은 품을 수 있되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찌 되었건 선거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 가장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에 따른 것이니까요.

©어나더씽킹랩 via Dalle3

그렇다면, 다수결의 원칙은 항상 민주적일까요?

필자가 오늘 '선거 제도'를 통해 제기하고 싶은 궁극적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선거의 공정성이니 대표성이니 하는 문제는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수결의 원칙' 만큼은 일상에서도 널리 적용되는 가장 쉬운 결정 방법인 만큼 충분히 토론해볼 만한 질문입니다.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많은 경우 가장 공평하고 실용적인 의사 결정 방법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다수결이 항상 민주적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수결의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죠.

다수결이 민주적인 이유를 살펴 보면

-모든 사람의 투표가 동등하게 취급된다는 점, 즉 민주주의의 핵심인 평등을 실현하는 점,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이라는 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다 반영해 합의점을 찾기란 현대사회에서 매우 어려우며, 다수결은 비교적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수결의 원칙이 가진 한계점

-다수의 의견이 항상 최선은 아니며, 오히려 소수의 의견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점,
-소수의 의견 무시가 소수자 보호라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
-이것 아니면 저것, '네' 아니면 '아니오' 등의 문제로 이분법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도 단순화한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의 다양한 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밖에도 각자가 생각하는 다수결의 장점과 단점은 많겠지만, 결국 가장 좋은 방식은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되 다수결의 원칙이 가진 한계점과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균형적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자, 아이들은 다수결의 원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떤 장점과 단점을 꼽고, 또 합리적 보완책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을까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 투표의 소중한 가치 등에 대해 알아보고 선거 제도는 물론 절대적 의사 결정 방법으로 자리 잡은 '다수결의 원칙'의 양면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대화하는 기회로 삼아보세요.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데는 이만한 논제가 또 없습니다.

참고로, 며칠 전 게재된 김상욱 박사님의 '선거' 관련 칼럼을 공유합니다. 필자가 품고 있는 몇 가지 '의문'이 이 칼럼에도 등장하는데요, 덕분에 더욱 몰입하며 열독했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도 얻었네요.

선거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일까? [물리학자 김상욱의 ‘격물치지’]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사물을 탐구하여 앎에 이른다는 의미다.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칼럼 제목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그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때 우리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증거다. 즉, 격물치지라는 말이다.첫 칼럼에서 선거가 민주적인 방법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곧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거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선거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이 정치권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많지 않기
오늘의 질문 :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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