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친구란 무엇일까?
자녀의 사춘기가 시작되면 친구 문제로 갈등을 겪는 집들이 많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의 친구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데 사춘기 시기가 되면 그게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이 시기의 친구는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또 인간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친구를 잘 사귀려면 어릴 때부터 친구에 대한 가치 정립을 형성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지인들을 최근 연달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화제는 자연스레 사춘기 자녀들의 특징이며 그로 인한 갈등이 주를 이뤘는데요, 자녀에 대해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친구 문제'였습니다.
하소연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가족보다 친구가 먼저라는 것, 친구에게 너무 의존적이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친구랑 노느라 공부에 소홀해진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맨 앞에 오는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이가 사귀는 친구가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닌 것 같다'는 점입니다.
사실 청소년 시기에 친구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부모님들이 알고 있고 이해합니다. 문제는 그 친구가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부모님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아이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구의 존재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가족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친구가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태도도 바르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아이라서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관계라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친구와의 교류를 더욱더 독려하겠죠.
그렇습니다. 사춘기 시기에 친구 관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집들을 보면 대체로 '친구'에 대한 기준에 있어 부모와 아이 간의 생각 차이가 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그 앞에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에게 친구는 기준이라고 할 게 딱히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 혹은 특정 계기로 인해 가까워지고 난 후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중한 친구 관계가 되는 것이죠. (물론 아이들 스스로는 나름 까다로운 '기준'이 있다고 말하겠지만요.)
그리고 이후로는 친구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이해되고 받아들여 집니다. 얼굴만 봐도 좋고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모든 일상을 나누고 싶어 집니다.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서로 닮아가게 되기도 하고요. 이와 같은 행동과 정서적 패턴 때문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의 친구 관계가 못마땅하기만 하지요.
전문가들은 청소년 시기는 친구 관계를 통해 사회에서 필요한 인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기본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친구가 가족보다 소중하고, 친구에게 집착하거나 의존하고, 친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이 시기의 특징이라는 설명도 덧붙이면서요. 때문에 부모님들은 친구에게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는 자녀를 인정해주고, 또 자녀가 선택한 친구의 존재를 존중해주면서 조언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그 친구와 놀지 말아라', '더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친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봐야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입니다. 오히려 아이는 부모에게 친구 관계에 대해서 입을 다물거나 부모님이 듣기 좋은 말만 거짓으로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부모님과의 갈등이 어쩌면 더 친구에게 의지하는 결과를 초래해 의도와 달리 더 나빠지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부모와 사춘기 자녀가 친구 문제로 갈등하는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친구'에 대한 가치 정립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친구가 가장 중요해지는 나이가 되기 전부터, 친구란 무엇인지,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나 자신은 어떤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미 친구가 인생에서 가족보다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시기가 되어버렸을 때는 부모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준들 먹히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잔소리로만 들릴 뿐입니다. 아이 스스로 좋은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분할 수 있고, 좋은 친구 관계란 어때야 하는 지를 판단할 수 있고, 친구 관계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깨달으며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일찍부터 '친구 관계'에 대해 부모님이 이끌어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 활동이 배경에 깔려 있다면, 사춘기 시기에 다양한 친구를 사귀더라도 걱정할 게 없습니다. 스스로 가치 판단의 명확한 기준과 중심이 잡혀 있으니, 오히려 다양한 관계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인생 공부'가 되는 셈입니다.
친구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지 시켜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친구'라는 관계를 너무 확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반 친구', '같은 학교 친구', '같은 학원 친구'라고 말할 때 '친구'는 진짜 친구일까요? 같은 반에도 친구인 아이와 그냥 같은 반일 뿐인 아이가 있고, 학교도 학원도 마찬가집니다.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다 친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친구'의 사전적 의미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긴 해도 막상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들 중 그때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친구가 아닌 경험도 다들 갖고 있지 않나요?
친구가 가까운 사이인 것은 맞지만 오래 사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친구를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로 구분해 말하지만, 실은 나쁜 친구는 친구라고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친구라는 개념 정의는 각자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솔직하고, 배려하고, 오래 오래 나중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사람 아닐까요.
친구를 잘 사귀는 것은 일생을 통틀어 정말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찍이 공자는 유익한 친구의 세 가지 유형과 해로운 친구의 세 가지 유형을 각각 '익자삼우(益者三友)'와 '손자삼우(損者三友)'로 구분해 이야기했습니다. '익자삼우'로는 정직한 사람, 진실한 사람, 지성을 갖춘 사람을 말하며, '손자삼우'로는 아첨하는 사람, 부드러운 척 잘하는 사람, 말만 잘하고 성실하지 못한 사람을 꼽으며 '어떤 친구를 갖느냐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시대는 달라도 공자가 말한 좋은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의 면모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변하지 않는 사실은 친구가 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고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마음 속에 잘 새길 수 있도록, 친구를 잘 사귀는 기준과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부터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친구'에 대해서 자주 질문하고 대화해 주세요. 특히 요즘 아이들처럼 온라인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 '친구'라고 명명하며 가까운 관계로 지내기 쉬운 환경에서는 더더욱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의 질문> : 친구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