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둔 지인들을 최근 연달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화제는 자연스레 사춘기 자녀들의 특징이며 그로 인한 갈등이 주를 이뤘는데요, 자녀에 대해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친구 문제'였습니다.
하소연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가족보다 친구가 먼저라는 것, 친구에게 너무 의존적이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친구랑 노느라 공부에 소홀해진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맨 앞에 오는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이가 사귀는 친구가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닌 것 같다'는 점입니다.
사실 청소년 시기에 친구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부모님들이 알고 있고 이해합니다. 문제는 그 친구가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부모님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아이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구의 존재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가족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친구가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태도도 바르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아이라서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관계라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친구와의 교류를 더욱더 독려하겠죠.
그렇습니다. 사춘기 시기에 친구 관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집들을 보면 대체로 '친구'에 대한 기준에 있어 부모와 아이 간의 생각 차이가 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그 앞에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에게 친구는 기준이라고 할 게 딱히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 혹은 특정 계기로 인해 가까워지고 난 후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중한 친구 관계가 되는 것이죠. (물론 아이들 스스로는 나름 까다로운 '기준'이 있다고 말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