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이가 4학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을 때 우리 부부는 산타의 존재를 커밍아웃했습니다.  

자꾸만 친구들이 '산타는 없다'고 '부모님이 산타 대신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끊임없이 의혹을 품던 아이를 보며 '드디어 말해줄 때가 왔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남편과 저는 각자 긴 사연의 편지를 쓰고 산타는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고 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선물을 주는 건 엄마 아빠가 맞다'라는 팩트는 알려주되 동심은 지켜주고 싶은 애매모호한 방식을 취했죠. 그때 아이는 편지를 읽으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차라리 알려주지 말지 그랬냐'고도 하면서 산타가 없다는 걸 아무도 증명할 수 없으니 산타는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은 산타가 있다는 걸 앞으로도 계속 믿을 것이라며 보는 우리 맘을 짠하게 했었죠.

나중에 남편하고 둘이서 '계속 매직으로 남겨둘 걸 괜히 알려줬나?' 하며 살짝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 다음 해부터 훨~씬 편해진 게 사실이었습니다. 항상 '산타가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그렇게 딱! 알고 주는지 모르는 기막힌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와 놀랍다'하는 연기력까지 요구되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 대놓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티를 내면서 선물을 준비해도 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