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요일이 두렵(?)습니다. <TV 동물 농장>이 방송되는 날이기 때문이죠. 우리 집은 일주일에 시청하는 고정 TV 프로그램이 딱 두 개 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 <TV 동물 농장>입니다. 본 방송을 놓칠까 싶어 매주 알람을 설정해두고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 시간에는 일정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일주일 중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의 애정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보면서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엄마, 이리 좀 와서 봐봐!" 혹은 "엄마, 이 강아지(고양이) 너무 귀엽지?" 그리고 늘 이어지는 다음 질문이 있으니 바로 "엄마, 우리도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면 안돼?"입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대화 패턴이 반복이 됩니다.
매주 있는 일이지만 저는 '매주'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토요일 밤에는 꼭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꿈을 꾼다고 하고요, 방송을 보다가 안타까운 소식이 나오면 "우리가 키우면 안돼?"라면서 어김없이 눈물을 보입니다.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자신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름도 '제프리'라고 지었다면서 제프리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당장이라도 "그래, 우리 키우자!"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한 생명을 책임 지는 일을 그렇게 감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