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열흘 정도 지났습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학급들이 지난주에 반장 선거를 한 모양입니다. 아직 친구들을 파악할 충분한 시간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나 빨리 학급 대표를 선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하긴, 그 옛날 제가 경험했던 반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새 학기(1학기와 2학기 각각) 시작된 바로 그 날 반장 선거를 했던 기억도 있어요. 초등학교 시절엔 주로 공부를 인기가 많은 친구들이 반장으로 뽑혔고, 중학생 이상이었을 때는 '성적'이 주요한 기준이었던 것 같아요. 투표 시작 전, 입후보 하고 이런저런 공약을 발표하는 짧은 스피치도 하긴 했지만 다 비슷 비슷 했었죠. 솔직히 말해 '공약'을 보고 후보자를 판단해 투표하는 일이 얼마나 있었나, 싶습니다.

초,중등 시절에 제법 반장이나 부반장을 많이 해보긴 했지만 그 시절엔 그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투표'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그 반을 대표할 사람을 선출하는 일이지만 실제로 보면 반장이 대표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죠. 선생님에게 드리는 인사, 학급 회의 주재, 그리고 담임 선생님을 보조하는 역할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장'이라는 타이틀이 명예스럽고 또 학급 대표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책임과 역할을 부여 받는 건 분명 있습니다. 다시 말해 투표권을 가진 모두는 '누가 반장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자격과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고 투표를 해야 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부분 학급 반장 선거를 치르면서 그렇게까지 깊게 고민하기보다 하나의 이벤트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