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홉 살이었던 2018년, 아이에게 정기적인 토론 수업을 제안했을 때 다행히 아이는 과외의 수업이나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독서 토론이었습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익숙한 형태였고, 한국 교육에서 토론이라고 하면 보편적인 방식이 독서 토론이라 제 머릿속에서도 당연히 토론 앞에 '독서'가 떠올랐습니다. 제 연령이나 학년에 맞는 필독서 리스트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읽는 게 중요한 과제처럼 여겨지는 한국 교육 실정도 솔직히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독서 토론을 시작해 보니 몇 가지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일단 책 한 권을 다 읽고 토론에 임하는 방식에서 아이가 책 읽기를 과제처럼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책을 자발적으로 읽는 성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교재로서 지정된 책 읽기를 하다 보니 스스로 하는 독서 때와는 다르게 재미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사실 저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아이가 읽은 책, 혹은 제가 읽은 책을 놓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가 잘도 이어지는데 막상 '수업'의 형태가 되고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선정하다 보니 비슷한 질문과 주제들이 돌고 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저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