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뉴스 토론인가!(1) 뉴스 토론이 좋은 7가지 이유
뉴스 콘텐츠를 재료로 '엄마표 토론'을 해 온 지 4년이 됐습니다. 왜 하필 뉴스를 택했는지, 그동안 토론 활동을 통해 체감한 뉴스 토론의 장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아이가 아홉 살이었던 2018년, 아이에게 정기적인 토론 수업을 제안했을 때 다행히 아이는 과외의 수업이나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독서 토론이었습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익숙한 형태였고, 한국 교육에서 토론이라고 하면 보편적인 방식이 독서 토론이라 제 머릿속에서도 당연히 토론 앞에 '독서'가 떠올랐습니다. 제 연령이나 학년에 맞는 필독서 리스트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읽는 게 중요한 과제처럼 여겨지는 한국 교육 실정도 솔직히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독서 토론을 시작해 보니 몇 가지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일단 책 한 권을 다 읽고 토론에 임하는 방식에서 아이가 책 읽기를 과제처럼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책을 자발적으로 읽는 성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교재로서 지정된 책 읽기를 하다 보니 스스로 하는 독서 때와는 다르게 재미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사실 저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아이가 읽은 책, 혹은 제가 읽은 책을 놓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가 잘도 이어지는데 막상 '수업'의 형태가 되고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선정하다 보니 비슷한 질문과 주제들이 돌고 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저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 어느 날 불쑥 깨닫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평소 제가 하던 방식, 즉 기사를 읽고 공유해 볼 만한 문제나 이야기해 보고 싶은 주제를 꺼내 생각을 묻고 의견을 들을 때가 훨씬 더 즐겁고 깊은 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거기에 힌트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수많은 토론의 소재가 뉴스의 형태로 주변에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 측면에서 뉴스를 주제 삼아 토론하는 것은 저에게 최적의 선택이었는데요, 오랫동안 직접 뉴스 콘텐츠를 활용한 토론 활동을 해오면서 체감하고 있는 뉴스 토론의 장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벼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주제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합니다.
토론용 책을 선정하는 일은 누군가의 도움이나 추천을 받아야 할 것 같지만 뉴스는 검색만 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화제인 이야기 / *감동적인 사연 / *논란 거리가 되는 이슈들 /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 / *환경, 테크, 과학 / *글로벌 이슈 등 그 범위도 주제도 다양하기만 합니다. 토론을 즐겁게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흥미가 필수 요소인데, 이 수많은 범주에서 내 아이의 관심사를 반영한 딱 맞는 주제를 찾을 수 있는 것이죠.
토론을 하다 보면 때로는 엄마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혹은 필요에 따라 택하게 되는 주제들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뉴스 만한 재료가 없습니다. 요즘 아이와 스마트폰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면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에 관한 뉴스를 찾아 토론의 주제로 올릴 수도 있고, 비속어나 은어 사용 등의 문제가 보인다면 역시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관련 뉴스를 찾아서 토론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 감각을 길러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역시 경제 관련된 이슈로 토론하면서 자연스레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매일 매일 최신 뉴스를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최근부터 아주 오래 전 과거의 뉴스 자료들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뉴스는 일반적으로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즉 '어른들의 세계'에 해당하는 것이죠. 어린이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있긴 하지만 어른들의 뉴스를 전반적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어린이 눈높이'를 감안한 뉴스를 선택해 쉽게 재가공 하거나 학습에 도움이 되는 이슈를 선정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도 훌륭합니다. 실제 저도 아이와 토론할 때 어린이를 위해 제작된 뉴스나 이슈를 다루는 신문, 잡지를 참고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그럴 경우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죠.
저는 어른의 뉴스까지 포함해 아이들이 보다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 때로는 아이 수준보다 높은 차원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뉴스를 여과 없이 공유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용이나 어휘, 문체적 특성 등으로 인해 아이들과 나누기 어려운 이슈,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일 수 있는 이슈 등은 당연히 필터링이 필요하고, 공유한다 해도 방법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둘째, 형식과 깊이가 다양해서 아이 연령과 수준을 고려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같은 이슈라 해도 뉴스마다 다루는 범위는 다릅니다. 어떤 뉴스는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것도 있고 또 어떤 뉴스는 깊이 있게 심층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프와 도표 등을 잘 활용해서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뉴스도 있고 설문 조사 방식도 있죠. 때에 따라서는 아예 '찬반' 형식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이슈를 담은 뉴스 중 내 아이 연령과 수준을 고려해 자료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까다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맞춤형'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 됩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단순한 사실만을 다룬 뉴스로 입문하거나 찬반 의견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뉴스를 가지고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토론이 익숙하다면 기획 뉴스나 심층 분석 뉴스를 재료로 더 깊이 있는 토론도 가능합니다. 텍스트 읽기를 어려워하거나 주제 자체가 다소 복잡하다 할 경우에는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 뉴스를 택하면 좋습니다.
셋째, 다른 주제로 무한 확장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뉴스는 하나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들여다 보면 연관된 주제들로 뻗어나가기에 매우 유연합니다. 정치라고 해서 정치만 다루지 않고 과학을 다루는 뉴스에도 과학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채식에 관한 이슈를 다루는 뉴스를 통해 채식 뿐 아니라 동물권 문제, 환경 문제까지 주제를 확장시켜서 토론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자율주행차 안전 논란을 다룬 뉴스를 가지로 해당 주제 토론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의 장단점, 로봇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 나아가 우리의 미래 이야기까지 상상하고 논해 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비슷한 방향으로 확장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럴 때 더 의미 있는 토론 활동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관련해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1년 여 전 쯤, 대통령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 수위에 대해 지적하는 뉴스를 자료 삼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어디까지 해도 될까?'라는 주제로 토론하던 중이었습니다. 함께 토론을 하고 있었던 아이의 친구가 흐름을 끊고 이런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대통령은 왜 필요한 거에요?"
그날의 토론의 맥락에서 벗어난 질문이긴 했지만 완전히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때 우리는 잠시 중심 논제에서 벗어나 '대통령은 왜 필요한가' '대통령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해보면서 나아가 역사적으로 국가 형태가 달라질 때마다 지도자의 필요성이 왜 대두 됐고 어떻게 선출 방식을 결정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본론도 본론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주제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공부와 생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넷째, 읽기 자료 길이가 길지 않아 아이들에게 부담이 적을 수 있습니다.
뉴스는 대체로 길이가 짧습니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심층 뉴스라 해도 책의 두께와 비교되지 않습니다. 토론의 일상화, 즐거움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공부나 학습이라는 부담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한데 뉴스의 단편성이 그런 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다섯째, 지식을 축적하는 수단으로서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길이는 단편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배우는 공부는 잊어버리기 쉽지만 자신이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각하고 말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 오래 기억합니다. 살아있는 공부, 지식의 축적이 되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환경 문제에는 북극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역사부터 과학적 지식, 윤리와 도덕의 문제, 사회적 합의나 약속, 갈등과 해결 등 눈에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수많은 정보와 질문, 생각 거리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교과서나 각 학년 별 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등장할 때도 많습니다. 역시 같은 환경 문제라고 하면, 관련 국제 기구나 환경 단체, 국가별 합의체와 그 내용 및 시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부가 저절로 됩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기고 앎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게 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고요.
여섯째,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공감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이 아니라 글로벌 세계의 이슈는 무엇인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현안들이 존재하는지, 아이들 또래 사이에서 이슈는 무엇인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해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도 많아지게 됩니다.
또 나의 입장만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 찬성과 반대 혹은 중립적인 의견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안을 두고도 여러 시각이 존재하고 다양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배우면서 공감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일곱째, 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시각도 생겨납니다.
가치관이나 관점은 주입해서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많은 일을 겪어보고 고민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중심을 잡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경험의 폭은 넓지 않습니다. 독서 뿐만 아니라 뉴스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깊이 생각하는 활동을 통해 아이는 자기 생각의 중심을 잡아 나가게 됩니다.
늘 덧붙이는 말이지만, 이 모든 장점들은 결코 한 번에 얻어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숱한 반복을 통해 경험을 쌓고 생각 근육이 조금씩 탄탄해지면서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 읽거나 들은 뉴스,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 아이 또래에서 요즘 핫한 이슈 등을 주제로 대화해 보세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뉴스에 관심도 많고 또 좋아합니다. 뉴스를 토론의 재료로 삼아 대화하는 습관이 길러진다면 부모와 아이 간에 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아지는 부가적 장점도 누려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