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학부모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른 지는 좀 됐습니다. 그때 농담으로 그런 말들을 했었죠. 이러다가 문해력 학원까지 생기겠다고. 그런 말을 하면서 어쩌면 많은 분들이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강한 짐작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에도 '이러다가' 뒤에 따라붙던 것들이 어느 날 버젓이 현실이 된 예는 적잖이 있었으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문해력 학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사교육 메카라는 강남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여기저기서 문해력 학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하다고 합니다. 보아하니 대놓고 '문해력 학원'이 생겼다기보다는 독서 지도, 논술, 글쓰기 학원 등에서 문해력 수업이 개설된 형태인데요, 심지어 수학 학원에서도 문해력 수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요. 문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수학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화책을 교재로 읽고 묻고 답하는 형태의 '문해력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사교육 현장의 설명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도 이미 국/영/수/과 등 주요 과목만 하기에도 시간적 비용적 부담이 상당한데 문해력 학원까지 다니는 것은 과한 게 아니냐는 탄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안감'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에 모두가 동감하는 가운데 '문해력 향상이 전 과목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니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인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제 하나둘 문해력 수업을 받고 덕분에 다른 과목 성적이 좋아졌다는 '고백'이라도 나오기 시작하면 '문해력 학원을 보내야 하나?'라는 고민과 망설임은 '보내야겠다'는 다짐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