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정부는 2026년까지 디지털 인재 100만 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일환으로 초등학교 중학교의 코딩 교육 수업 의무 시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습니다. 현재 초등학생은 한 학기에 적어도 17시간, 중학생은 34시간 들어야 하는 정보 수업 시간을 2025년부터 2배 이상 늘려 각각 34시간 이상, 68시간 이상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학교 재량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현재도 많은 학교에서 의무 기준보다 초과된 정보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감안하면 34시간, 68시간은 그저 최저 기준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코딩 교육 '의무화'도 교육부 개정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의 일환으로 코딩 교육이 포함된 것이었다면 아예 코딩 자체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코딩이 의무화 되면 당연히 평가 즉 시험도 본다는 말이죠. 코딩 수업의 내용 및 평가 기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서 초등학생은 블록 코딩, 중학생은 현장 문제 해결, 고등학교는 텍스트 코딩까지의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과정에 탑재할 것"이라며 "적절한 교수 학습과 평가 등은 이달 말에 시행될 정보 교육 과정 시안에 포함시켜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갑작스런 발표에 부모님들은 심란하기만 합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디지털 교육이 중요한 것도 알고 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코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의무화니 평가니 하는 말에 큰 불안감을 느낍니다. 더구나 학교에서 하는 수업 시간 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믿는 부모님들은 거의 없으니 이제 의지할 데라고는 사교육 밖에 없죠.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맞춰 발 빠르게 홍보에 나선 코딩 학원들은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 됐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제 2의 코딩 붐'이 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자신감마저 내비칩니다.

아닌 게 아니라 2018년 시작된 코딩 붐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저는 독일에 살고 있었는데 뉴스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코딩 딩 사교육 열기를 간접적으로만 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20년 12월 귀국 후 곳곳마다 들어선 코딩 학원을 보며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죠. 그리고 몇 달 후 개발자 품귀 이슈가 뉴스를 도배하면서 너도나도 '코딩'을 외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당장 취업을 앞둔 젊은 층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마치 코딩이 미래의 구원자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며 또 하나의 '필수' 교육으로 대접 받는 분위기가 이어졌지요. 농담처럼 유행하던 '국,영,수,코(국어, 영어, 수학, 코딩)'라는 말이 꼭 농담 만은 아닌 시대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