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하는 상황에 익숙한 우리집 아이는 먼저 토론 상황을 제시하는 일이 잦습니다. "엄마 생각은 어떤데?"라고 묻는 건 기본이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엄마 의견은 뭐야?", "만일 엄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라고 묻기도 합니다. 때로는 결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대체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엄마도 그래? 아니면 반대야?' 하는 식으로 흥미로운 '대화'의 시동을 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즘은 아이가 던지는 토론 주제가 좀 더 심오해졌습니다. 토론식 수업을 기본으로 하는 아이 학교에서는 매 과목마다 각각 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데요,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더 깊이 있는 주제가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윤리 시간에 다룬 주제라며 역시나 "엄마 생각은 어때?"라고 묻더라고요.  

아이가 제시한 상황은 어떤 경우를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였는데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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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우는 농장이 있습니다. 어느 날 여러 마리의 새끼 돼지가 태어났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유독 너무 작고 약했습니다. 농장 주인은 그 새끼 돼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집안에서 돌보기로 결정합니다. 사람 손에서 자라게 된 새끼 돼지는 농장 주인의 아이를 따라 학교에도 가고 아이가 읽는 책을 훔쳐 보기도 하면서 굉장히 똑똑한 돼지로 자라납니다. 하지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상에 유일한 천재적인 돼지지만 외롭고 행복이 뭔지 모르는 거죠. 반면 농장에서 다 함께 자란 나머지 새끼 돼지들은 미련한 데다 먹고 놀고 장난치는 것에만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족, 형제, 친구들이 많아서 다양한 관계를 경험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행복함을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