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엄마표 토론'에서 '말문'을 여는 7가지 방법
토론은 하고 싶지만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는 분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엄마표 토론'을 시도하는 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말문을 여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거나 좋은 질문이 떠올랐다 해도 뜬금없이 "우리, oo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라고 던지거나 맥락 없이 "oo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게 영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는 거죠.
이제 많은 부모님들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라면 어떻게 할거야?' 같은, '오픈형 질문'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터라 질문 방식에 대해서는 익숙한데, 문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또 아이가 알아서 '적극' 참여하게 만드는 토론을 이끄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표 토론을 시작하는 분들, 시작해보려고 하는 분들을 위해 대화의 물꼬를 잘 틀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알려드릴게요.
1.아이의 관심사부터 시작하세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호기심 있는 분야에 대해 말을 걸어올 경우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말을 잘 합니다. 반대로 흥미가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죠. 따라서 어떤 주제나 이슈에 대해 토론해보고 싶다면 아이가 좋아할 만한 '관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2.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세요.
아이들은 이야기 듣기를 좋아합니다. 따라서 토론 주제를 던질 때 질문으로 시작하지 않고 이야기 형식로 바꾸어서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마치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게 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만일 주제를 이야기 방식으로 '창작'해 내는 게 힘들다면, 기존에 아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와 연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전에 아이가 읽었던 동화책도 좋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나 옛날 이야기, 애니메이션 스토리 등과 엮어도 좋습니다.
엄마 아빠의 직간접적 경험담이나 지인이 겪은 이야기 등도 좋은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뉴스(책)에서 읽었는데 말이야", "내 친구가 겪은 일인데..." 처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로 들려주면서 호기심을 유도하는 방식이죠.
3. 일상 생활과 연결하세요.
우리 일상과 연관된 주제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토론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자, 토론에 입문하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특히 이 방법은 아이들 연령이 어릴수록 효과적인데요, 매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크고 작은 '선택'의 문제부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상 속 문제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죠. 특히 일상 생활과 연결된 토론은 아이들이 부모의 질문을 '의도된 것' 혹은 '학습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대화 형태로 토론을 시작하기에 아주 적절한 방식입니다.
4. 시청각자료를 적극 활용하세요.
아이와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함께 보고 자연스레 그에 대해 질문하고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아이 연령이 어리다면 동화책, TV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이 그 매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청각자료는 아이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보다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기에 좋은 방법입니다.
5. '조언'을 구하는 상담 형식을 활용하세요.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질문을 조금만 바꾸어 아이에게 좋은 의견을 구하는 방식을 취하면, 아이는 엄마가(아빠가) 자신을 더 어른처럼 대등하게 존중해준다는 생각에 적극 생각하고 의견을 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가 아니라 "내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등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질문하는 겁니다.
6. 부모 먼저 호기심을 보이며 관심을 유도하세요.
열정은 전염됩니다. 부모가 먼저 특정 이슈나 주제에 대해서 과할 정도로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면 아이도 관심을 갖게 되죠. 반대로 부모가 별로 즐겁지도 않은데 억지로 토론을 위한 토론을 위해 주제를 꺼낼 때는 아이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즉, 호기심과 열정이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간의 연기가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런 방식은 아이가 평소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야이거나, 호기심을 가졌으면 하는 분야일수록 필요할 수 있습니다.
7.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며 질문 타이밍을 잡으세요.
맨 첫 번째에서 거론했던 '아이의 관심사'로 시작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데요,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흥미로워 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찰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일상 관찰을 하다 보면 '지금이 질문의 타이밍'이라고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어떤 활동 중에 아이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거나 반대로 기분이 급 다운되는 때, 무언가에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거나 궁금해 할 때 등 심리적 변화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에 대해 질문하면 아이들은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기 쉽습니다. 다만, 어떤 순간에는 아이가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요, 그때는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주면서 엄마는 늘 너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표현해 준 뒤 나중에 물어보는 것도 현명한 태도입니다.
사실 위의 방법들은 그렇게 어려운 방법도 전략도 아니지만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핵심은 '엄마표 토론'의 시작은 결국 대화라서 어떻게 하면 즐거운 대화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때, 결과적으로 비판적, 논리적 사고, 열린 소통과 공감 같은 '토론력' 또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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