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실전!>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대회 1등? 인정해야 한다 vs 인정할 수 없다

<토론 실전!>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대회 1등? 인정해야 한다 vs 인정할 수 없다

과학 분야는 아이들과 토론하기에 최적입니다. 흥미로운 주제가 많다는 점도 그렇지만 역으로 토론을 통해 흥미를 불어넣을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과 예술, 나아가 철학의 분야를 아우르는 토론 이슈입니다.

anotherthinking

오늘은 과학, 예술, 나아가 철학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약간의 공부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시대에 매우 흥미롭고 또 생각해 보아야 할 사안을 담고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과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할 만한 주제이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려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쉽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호기심을 보일 겁니다.

토론 자료
토론 대상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아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 컴퓨터 프로그램(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아도 되는지 등 기본적인 개념만 논의해도 좋습니다. **

관련 논란을 깊이 있게 다룬 워싱턴 포스트 지 웹사이트 화면 캡처.
토론 실전

1.뉴스 내용을 공유합니다.

바로 며칠 전인 9월 초 미국 언론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습니다. 8월에 열린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전에서 인공지능(AI)이 생성해낸 그림이 1등을 차지한 것입니다. 해당 작품이 출품 된 장르는 '디지털 조작 아트' 부문이었는데요, 1위에 오른 작품은 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제이슨 앨런의 것으로 프랑스어로 <Theatre D'opera Spatial>, 우리말로  '우주 오페라 극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짐작하는 대로 AI가 생성해낸 이미지를 창조적인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냐, 나아가 미술전 출품은 물론 1위라는 수상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Q) 이미지 생성 AI가 무엇인가요?

제이슨 앨런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해당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미드저니 뿐만 아니라 오픈 AI의 달리(DALL-E), 구글의 이매젠(Imagen) 등도 핫하게 거론되는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모두 텍스트 기반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약 60초 정도 안에 그에 맞는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방식이죠. 생성된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보다 자세한 텍스트를 입력해 보완하면서 이미지를 섬세하게 만들어가거나 변형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채화, 유화, 사진, 일러스트 등 어떤 스타일로 할 것인지도 정할 수 있고 아예 기존 화가나 예술가들의 스타일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논란의 대상이 된 제이슨 앨런의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국의 사이키델릭 예술가인 알렉스 그레이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요청한 것이라고 합니다.

Q) 논란의 쟁점이 무엇인가요?

말할 것도 없이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서 논란이 시작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런이 한 일이라곤 이미지 생성을 위해 생각을 하고 텍스트를 만들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출품작들이 아이디어 단계부터 시작해 디지털 디바이스 등을 이용해 직접 완성작을 만드는 데까지 전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면 앨런의 작품은 아이디어와 텍스트 생성 및 프롬프트 입력 선에서 제작 과정이 끝나는 것입니다. 즉 붓 칠 한 번 하지 않고 미술 작품을 만든 것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고작 텍스트 몇 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향해 앨런은 반박합니다. 대회에 출품한 세 작품을 위해 무려 80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의 교정, 텍스트의 수정 및 디테일 과정을 거쳤고 그렇게 수 천 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설정, 시나리오, 효과 등을 실험하면서 비로소 1위 수상을 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앨런은 그러나 핵심 단어나 표현 등은 공개하지 않았고 나중에 그것들을 엮어 책을 낼 계획도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AI를 이용해 미술전에 참여한 것이 부정 행위는 아니었는가도 논란의 쟁점입니다.

앨런은 자신이 '미드저니'를 사용했다는 점을 미리 밝혔다면서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박람회 측도 "앨런이 작품을 제출할 때 AI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해당 부문 규정도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그 어떤 예술 행위도 용인한다"고 설명하면서 앨런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술전 디지털 조작 아트 부문의 규정을 보면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색깔을 조정하는 등 디지털 방식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행위가 인정됩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주립 박람회 미술전 참가 자격은 콜로라도 주의 시민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최종 이미지를 제작해 낸 AI에게 그런 자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예 그림을 그려주는 것과 '편집'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Q)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편입니다.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의 죽음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식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미술전 관련자들의 반응 중에는 AI가 창의적인 세계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드시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오히려 관련 업계 사람들의 비판이 더 강할 것으로 예견되는 측면이 있지만 일부 전문가 및 대회 참가자들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세간의 우려를 이해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작품도 예술로 인정해야 하며 오히려 예술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적극적 의견를 밝히는 이도 있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언급된 몇 가지 의견을 살펴볼까요.

"그것은 여러분이 만질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각품을 빼앗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한 가지 도구일 뿐입니다." -대회 심사위원 맥킨리
1800년대에 카메라 루시다와 같은 장치가 예술에 이용된 것을 예로 들며 "그것도 부정행위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형상, 아름다운 부드러운 조명과 같은 놀라운 그림을 만들기 위해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 기술에서의 그러한 단계들은 우리 예술의 기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손과 피로 동굴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유화 화가 그레고리 블록
"사람들은 바나나를 벽에 붙이고 그것을 예술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진조차도 오랫동안 예술의 한 형태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단지 버튼을 누르는 것 뿐이라고 말했고, 이제 우리는 그것이 구성, 색, 그리고 빛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I가 같은 방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우리가 누구인가요?" - 미술사를 공부하는 로박
"해골로 둘러싸인 금색 왕좌에 턱시도를 입은 해골 '판사, 배심원, 사형 집행인'은 아이패드 프로의 스타일러스를 이용했는데 만드는 데 15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앨런의 작품에는 시간과 노력, 주관적인 판단도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자격을 부여합니까?" - 이번 미술전에서 3위를 차지한 제시카 헤어
앨런이 '미드저니'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논란의 작품. 3작품을 출품, 이 작품이 1위를 수상했다. (credit : Jason Allen)

2. 토론 전에 몇 가지 추가 질문으로 생각을 열어주세요.

-예술 작품의 창의성을 판단하는 더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아이디어인가 아니면 표현력인가?
-작가가 생각해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대신 그린다면 누구의 작품일까?
(저학년인 경우 '네가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고 엄마가 그것을 대신 그려낸다면 누구의 작품일까?' 등으로 아이를 직접 등장시켜 질문을 던져주세요.)
-만일 앨런이 AI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보고 그대로 그렸다면 직접 그린 게 아니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었을까?
-AI가 예술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프로그래밍으로 봐야 하나, 예술로 봐야 하나?

3. AI가 구현한 이미지를 예술 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 VS 받아들일 수 없다'로 찬반 토론을 해봅니다.


각각 찬성 입장으로 토론했다가 다시 반대 입장이 되어 토론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봤더니...>

해당 주제로 아이와 아이 친구를 데리고 찬반 토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토론 수업에서 아이들이 제시한 찬성과 반대의 주장과 그 근거 및 이유를 정리한 것입니다.

-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

  • 작품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열정,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은 앨런이 마치 한 줄의 텍스트를 입력해 몇 초 만에 작품을 얻은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시간 동안 수백 개의 작업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 어차피 디지털 조작 예술의 영역 자체가 일반 미술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창작하고 편집한 작품도 비판 받아야 하지 않을까.  붓 칠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는 비판은 해당되지 않는다. 디지털 아트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과거에도 혁신적인 예술 도구 등이 출시되면 똑같은 비판이 있었고 인정 받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인정받게 됐고 지금 시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예술 창작도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AI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 미술 전문가인 평가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이번 미술 공모전의 평가자들은 AI를 활용한 작품도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상을 수여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

  • 앨런은 80시간 넘는 시간을 들여 수백 번 노력한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시간은 그의 주장일 뿐이다. 설령 그 시간을 들여 노력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중요한 건 결과물이지 과정이 아니다.
  • 과거에도 미술에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도구가 나왔을 때 비판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AI는 미술 도구와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받는 것과 완전히 그림을 그려내는 것은 매우 다른 영역이다.
  • 자신의 작품을 직접 표현하는 사람들은 아주 작은 디테일도 자신의 손끝으로 한다. 그러나 텍스트로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어느 정도는 AI가 스스로 판단해서 표현하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100% 그 사람의 작품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 앨런은 '미드저니'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음을 밝혔다고 했지만, 미드저니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하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은 것 같다. 만일 정확히 '텍스트를 입력해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라고 했다면 1등 수상까지 할 수 있었을까?

-> 찬반 토론이 끝나고 개인적 의견을 밝힐 때는 두 아이 모두 '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쪽에 동의했습니다. 아마도 두 아이가 이미 DALL-E라는 오픈 AI의 이미지 구현 프로그램을 이용해 텍스트를 쓰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경험해봤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경험을 통해 막상 프로그램을 통해 생각하는 그대로, 상상 그대로의 이미지를 얻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번 수상작을 봤을 때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과정을 들인 것인지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즉 그것 만으로 창작자의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 편으로는 AI가 미술의 세계에 들어온다면 작품으로 인정하되 또 하나의 장르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처럼 AI를 활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번 토론 수업에 참여한 두 아이가 '달리(DALL-E)'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현해 낸 작품의 이미지. 

4. 확장된 질문으로 더 깊이 있는 생각 활동을 유도합니다.

-그림과 같은, 인간의 마지막 영역으로 여겨온 창작의 영역에 AI가 진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AI가 예술 작품 작업에 참여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장점이 있을까?

-AI가 만일 '피카소 스타일의 그림'을 요청 받아 비슷한 화풍으로 결과물을 내놓았다면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AI가 결과물을 얻는 방식은 수많은 작품들을 공부한 결과이기 때문에 표절이나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AI가 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제로 지금은 시, 소설 등을 쓰는 AI 프로그램부터 10분 만에 작곡을 해내는 AI도 있음)

-AI가 창작을 하게 되면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I가 절대로 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추가적으로, 가능하다면 아이가 직접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미지를 구현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DALL-E, Midjourney 등을 이용할 경우 처음엔 몇 번 씩 무료로 경험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텍스트 입력을 영문으로 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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